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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추고 정장은 입지 않는 로큰롤. 배우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 배역을 맡은 뒤 인터뷰에서 '인간으로서의 엘비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둘 모두 23살에 어머니를 잃었다는 공통점 발견을 강조한 걸 보니, 미국 로큰롤 전설을 연기한다는 입장에 앞서 뜻 깊은 인연을 되새긴 모양이었다. '엘비스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오스틴 버틀러 말에 적극 동의한다. 그래서 영화가 아쉬웠다. 이번 영화를 통해 엘비스가 한국에서 다른 가수, 그룹들에 비해 덜 알려진 이유를 알게 됐다. 엘비스는 월드 투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매니저였던 톰 파커 대령(사기 경력)의 불법체류자(네덜란드 출신) 신분 때문이었다. 여권이 있을리 없었던 매니저는 갖은 핑계로 해외 투어 시도를 방해하며, 엘비스를 미국 내수시장에서만 활약하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굳혀 버렸다. 악덕 매니저 사례는 세계 어디서나 비일비재하지만 볼 때마다 경이롭다(?). 그런 톰 파커 매니저를 영화 이야기 화자로 선택한 건 영리한 선택이었을까.(이런 구조, 분명 바즈 루어먼 감독 취향이기에 예상이 되긴 했지만) 이왕 톰 파커를 전면에 내세운 김에 더럽게 휘황찬란한 쇼 비즈니스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다면 .. 너무 <위대한 개츠비>스러웠을까? 어쩐 일로 극적인 전개 대신, 엘비스 프레슬리 일대기를 비교적 충실히 재현하는데 머물게 됐는지 의아스럽긴 했다. 루어먼 감독은 한국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가지며 영화 제작과 관련한 답변 도중 케이팝을 언급했다. "요즘 케이팝 문화의 뿌리는 곧 프레슬리나 다름없다. 낡고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엘비스가 지금 젊은 세대와 다를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즈니스에 무게가 쏠리다보면 아티스트와 모든 게 무너져내리고 만다. 한국 음악산업 관계자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 루어먼 감독은 톰 파커 대령이 엘비스에게서 착취하려 했던 것은 음악 대신 팬덤이었음을 꼬집으며, 엔터 산업계 내 해로운 현상이 영화<엘비스>가 담은 주제 중 하나라고 답했다. 한국과 인터뷰하다보니 자연스레 케이팝 문화와 연결해 답하게 됐던 걸까. 루어먼 감독이 답변에 이어 어떤 고전영화 하나를 꺼내 들었는데, 바로 <아마데우스>였다. 관객들은 <아마데우스>를 보며 살리에르 관점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고, 질투심을 알게 된다며 <엘비스>를 통해서도 당시 시대상과 인물간의 감정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톰 파커도 시대와 감정만 다를 뿐 캐릭터 구도와 탐욕은 <아마데우스>와 흡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양반 엘비스보단 데이비드 보위에 더 빠졌었다고 고백했는데, <엘비스> 기획안을 제안받고 뭘 상상했을지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가 자꾸 보인 건 기분 탓이었으리라. <엘비스>와 바즈 루어만 감독은 목표와 한계가 투명하게 보인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인 엘비스 프레슬리 로큰롤과 힙합을 섞어 보려던 시도는 참신하게 보일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벤트 컨셉에 그칠 뿐이다. 사람의 삶을 담으려한 의도에는 역부족인 기획이었다. 멤피스도 엘비스 고향보단 그저 그런 도시처럼만 보일 뿐이었다. 배우는 인간(다양성)을, 감독은 시대정신(다양성)을 초점에 두고.. 서로 본질만 공유한 셈이 됐는데, 참 마음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니. +오스틴 버틀러 분장 보고 20세기 로큰롤에 빠진 저스틴 비버라고 쓴 트윗이 (내 맘 속)가장 인상깊은 코멘트. ++돌비시네마에서 봐야 할 가성비 좋은 영화였다. +++1957년 4월 6일 필라델피아 주 아레나 체육관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공연을 즐기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우리 할머니 뻘인데 정말이지 팬이 된다는 건 순수의 끝판왕이다. 감성을 오래도록 즐기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보고 따라야 한다. 본인이라면 널리널리 전파해야 함 ㅎㅎ ++++씨네 21 인터뷰, 가디언지, 한겨레 칼럼<엘비스에서 k팝 산업 빛과 그림자를 보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 모음, Elvis Presley : The Searcher 참조 *고온다습은 사람을 쓰러트려... 겨울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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