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철학

사이먼 크리츨리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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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철학은 가치의 질서가 무너진 근대의 위기에 대처한다 ‘지혜’와 ‘지식’의 간극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이 책은 현대 철학의 간명한 지형도다! 대륙철학은 철학의 정체성 문제, 공적 관심 및 사적 생활과 철학의 연관성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논쟁적 개념이다. 이 책은 칸트 이래 니체, 후설, 하이데거와 같은 주요 철학자들의 논의를 포함하는 200년에 걸친 이야기로 “대륙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려 시도한다. 저자 크리츨리는 철학을 오늘날의 문화생활의 중심에 두고자 하며 그리하여 철학이란 삶을 살 만하게 해주는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고대의 정의를 다시금 일깨운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대륙철학은 잘 규정된 영역이 아니라 논란의 영역이다. 무엇보다 분석철학 진영에서는 학문으로서의 정확성, 명확성, 엄격성, 객관성을 결여한 대륙철학이 과연 철학의 ‘올바른 경로’인지를 의심하거나 부정해왔다. 일각에서는 대륙철학이 철학적 논증에 손을 놓고 지난날의 텍스트를 해명하는 작업에만 골몰한다는 혐의를 씌우기도 한다. 이런 의심과 비판에 맞서 대륙철학에 대한 해묵은 오해와 고정관념을 바로잡는 것이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다. 대륙철학에 대한 적의는 어디서 기인하는가 대륙철학에는 전문적 자기기술과 문화적 특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고, 대륙철학에 대한 적의나 의구심은 주로 이 두 가지 상이한 범주를 뒤섞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물론 전문 분과로서의 대륙철학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그런데 대륙철학 자체의 정당성 혹은 타당성마저 부정할 수 있을까? 철학과에 분석철학만 남겨놓는다고 해서 대륙철학적 사유가 사라질까?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더 넓은 역사적 시각에서 보면, 대륙철학은 근대성의 기원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두 문화 혹은 두 전통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을 논리 분석으로 국한하자는 주장은 몰역사적 단견이자 그 자체로 오늘날의 문화적 병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칸트의 비판철학에서 시작된 대륙철학 저자가 보기에 대륙철학은 인식의 타당한 토대를 정초하려다가 뜻하지 않게 기존 가치 체계의 붕괴를 촉발한 칸트의 비판철학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대륙철학은 가치가 탈가치화되고 의미의 질서가 무너지는 니힐리즘이라는 문제틀을 공유한다. 다시 말해 대륙철학자들에게 근대 세계는 가치와 의미의 확실성을 보장하던 근거가 사라진 위기의 세계다. 이 위기를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야말로 진짜 위기이므로 그들은 위기를 ‘생산’한다. 다만 그들이 위기의 내용을 규정하고 전통의 재활성화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존의 이론과 실천을 비판하고 개인 혹은 집단의 해방을 추구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그들은 같은 입장인 것이다. 지식과 지혜를 갈라놓는 간극 근대 들어 과학혁명은 지식과 지혜, 진리와 의미, 이론과 실천, 인과적 설명과 실존적 이해를 갈라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두 가지 근본적인 방식인 지식과 지혜를 갈라놓는 간극은 경험적 조사로 환원하거나 인과적 설명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간극은 아무리 포괄적인 이론을 내놓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설명상의 빈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간극이기 때문이다. 대륙철학의 주된 호소력은 지식과 지혜를 통합하려고, 적어도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시도한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