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어
324p
Rate
저자 포어는 데카르트에서부터 시작해 앨런 튜링을 거쳐 오늘날 실리콘밸리 문화의 기원이 된 히피 정신과 스튜어트 브랜드까지, 테크놀로지에 관한 믿음의 지성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의 기업적 야망은 오랫동안 인간이 지켜온 자유주의적인 가치들, 특히 지적 재산과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적·정치적·지성적 삶에서 이러한 총체적인 자동화와 획일화의 경향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적, 지적 활동 전반에 걸쳐 개인적인(고유한) 권위를 회복하는 것은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서문 1부 생각을 독점하는 기업들 1 실리콘밸리 문화의 기원 2 구글이 바라보는 역사 3 페이스북이 벌이는 자유의지와의 전쟁 4 지식의 파괴자, 아마존 5 거대한 게이트키퍼 6 테크 기업의 밀실 거래 2부 생각을 빼앗긴 세계 7 바이럴 전염병 8 저자의 죽음 3부 생각의 회복 9 데이터의 수호천사 10 가공되지 않은 생각 11 종이의 반격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옮긴이 후기

Description

★ 뉴욕타임스, 엘에이타임스, NPR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선정! ★ “포어는 이 문제를 세계 최고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필자다.” 《워싱턴포스트》 “포어는 테크 업계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어떻게 유토피아와 독점주의를 동시에 뭉뚱그려 추구하는지 생생하게 그려 보여준다.” ≪NPR≫ “포어가 실리콘밸리의 권력자들에 대해 처음 우려를 제기했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제 예언서가 되었다.” ≪가디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은 어떻게 지식과 사상, 프라이버시, 문화를 파괴하는가 우리는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고 페이스북에서 친목을 다지며 애플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구글에서 정보를 얻는다. 효율성을 판매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 기업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광고하지만, 실상 이들은 사람들을 편의성에 중독시키고, 불안정하고 편협하고 오류투성이의 문화에 익숙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우리를 개인의 사유, 자율적인 사고, 고독한 성찰의 시간이 사라진 세계로 이끈다. 내적인 삶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거대한 기업들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기업들의 성공을 뒷받침한 관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자유지상주의가 실리콘밸리를 지배할 거라 짐작하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유명인들 중에는 아인 랜드를 사상적 스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테크계의 거물들에게 귀를 기울여 보면, 그와는 다른 세계관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영웅적 개인을 숭배하는 자유지상주의와는 정반대에 가깝다. 테크 대기업들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이며 집단적으로 존재하도록 태어났다고 믿는다. 이들은 네트워크와 집단이 가진 지혜, 그리고 협업을 기꺼이 신뢰하며, 원자화된 세상을 복구하려는 깊은 열망을 품고 있다. 세계를 연결하면 문제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이들이 사용하는 수사법에는 인간의 개인성(individuality)에 대한 존중이 드러나지만(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세계관은 그와는 정반대다. 심지어 흔히 사용하는 사용자라는 표현도 사람들을 수동적이고 관료주의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들린다.(12~13) 유럽에서는 이런 테크 대기업들을 하나로 묶어서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고 부르는데(이 기업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재치있을뿐더러, 그 특성을 제대로 본 것이기도 하다.) 이 네 개의 기업은 지금 개인성(개별성)을 보호하는 원칙들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 또 경제 영역에서는 인류가 공공선과 위대한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을 경쟁이 방해한다는 정교한 논리를 내세워 독점을 정당화한다. 테크 기업들은 개인주의(혹은 개인성, individualism)의 핵심을 이루는 자유의지에 대해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각 개인이 하루하루 내리는 크고 작은 선택들을 자동화하려 한다. 어떤 뉴스를 읽을지, 어떤 물건을 살지, 어떤 길로 이동할지, 어떤 친구를 사귈지 등을, 테크 기업이 만든 알고리듬이 제안한다.(13~14)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의 기업적 야망은 오랫동안 인간이 지켜온 자유주의적인 가치들, 특히 지적 재산(저작권)과 프라이버시의 개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아마존과 애플은 공공연하게 무단 복제를 권하고(심지어 구글은 스스로 역사상 최악의 무단 복제를 감행한 바 있다), 그럼으로써 지식의 생산과 관련된 노고를 평가절하하며(이들은 지식의 생산보다는 지식을 걸러내거나 정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터들을 무작위로 수집해 마음대로 실험에 활용하고(2017년에 씌어진 이 책은 페이스북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용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알고리듬이 만병통치약인 듯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감춘다(실제로는 이 기업들의 이익추구 방향에 따라 알고리듬의 작동의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자꾸 망각하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적 추구와 생산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마치 식품 대기업이 탄생했던 1950년대처럼 편리함을 무기로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근시안적 싸구려 문화를 유포하게 된다. 이들(특히 아마존)은 전통적인 게이트키퍼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그 순기능을 사라지게 만들고, 경쟁을 비판하고 협력을 찬양하는 듯하면서 독점을 옹호하고, 결국은 거대한 획일주의, 순응적 사고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식생활에 일어난 혁명은 단순히 새롭고 재미나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 새롭게 등장한 제품들이 일상생활에 너무나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편리함과 효율성, 풍요로움과 맞바꾼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새로운 음식이 놀라운 엔지니어링의 결과인 건 맞다. 하지만 이 엔지니어링은 사람들을 비만으로 이끌었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나트륨과 상당량의 지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음식을 먹다 보면 입맛이 바뀌고 허기를 달래기 어렵게 된다. 또한 그런 음식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고기와 옥수수가 추가 생산되어야 했고, 급증한 수요를 채우기 위해 미국 농업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환경에는 끔찍한 폐해를 불러왔다.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기업형 농장이 등장했다. 한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하려는 대기업들이 똥이 가득한 우리에 닭을 쑤셔넣고 항생제를 마구 주입했다.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를 깨닫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우리의 허리둘레와 수명과 정신, 그리고 지구가 이미 피해를 입은 후였다.(15) 과거에도 독점기업들은 항상 존재해왔지만, 오늘날의 거대 기업들은 훨씬 더 사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모든 상황에서 영향을 행사하고 우리의 정체성의 모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접근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여태껏 이런 위협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명확히 포착한 사람이 없다. 포어는 획일화와 자동화에 맞서 개인의 독창적인 사유를 지켜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테크 기업들에 이전 공공 미디어에 대해 적용되던 수준의 책임을 지우는 실질적인 대안(그리고 그 대안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근거)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비전, 낙관주의, 이상을 만들어온 사람들 (실리콘밸리의 정신을 창시한 주요 인물들의 약전) 포어는 이 책에서 거대 테크 기업들이 악의적으로 이런 변화(독점화, 자동화, 획일화, 순응화)를 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비고의성, 비악의성(실제로는 가식성)이야말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이들은 악의성은커녕 오히려 그 어떤 기업들보다 이상주의적인 어조, 거의 종교에 가까운 신념, 낙관주의적인 비전에 근거해 활동하는데, 이들의 궤변과 가식에 가장 많이 속고 있는 것은 아마 바로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런 전제하에, 포어는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에서부터 시작해 앨런 튜링을 거쳐 오늘날 실리콘밸리 문화의 기원이 된 스튜어트 브랜드까지, 테크놀로지에 관한 믿음의 지성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창시한 사람이다. 히피 왕국의 황태자이자 인디언 마니아이자 ‘트립스 페스티벌(1960년대의 도래를 알린, 3일간 지속된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환각제 파티)’의 기획자이자 잡지 《홀어스 카탈로그》의 발행인이기도 했던 브랜드는 반문화의 가치들을 테크놀로지와 연결시켜낸 최초의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는 《홀어스 카탈로그》를 자기 세대의 ‘바이블’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변두리 지역이 하필이면 미국의 환각제 사용의 중심(브랜드의 영역)인 동시에 컴퓨팅의 중심지(엔지니어의 영역)였기에 젊은 엔지니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