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자들

크리스토퍼 클라크
10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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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건네 화제가 된 책.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쏟아진 저서들 중 '걸작'이라는 찬사가 쇄도하며 새로운 표준 저작으로 손꼽힌 책.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의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에서 전쟁을 적극적으로 계획한 국가 집행부는 없었다. 어느 나라든 내게는 '방어적' 의도가, 상대에게는 '공격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의사결정자들은 자국을 최우선하는 자신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망하지 못했고, 상호 신뢰 수준은 낮고 적대감과 피해망상의 수준은 높은 집행부들이 서로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속사포처럼 상호작용한 결과,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저자는 그들의 결정을 최대한 그 위치에서 이해하기 위해, '왜'가 아니라 '어떻게'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주목한다. 그들은 역사의 비인격적인 전진 운동에 보조를 맞춘 조력자, 체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행위능력으로 가득하고 충분히 다른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주역이었다. 전쟁은 불가피한 귀결이 아니라 그들이 내린 연쇄 결정의 정점이었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1914년 유럽 지도 서론 1부 사라예보로 가는 길들 1장 세르비아의 유령들 베오그라드 암살사건 | ‘무책임한 분자들’ | 심상지도 | 결별 | 격화 | 세 차례 튀르크 전쟁 | 대공 암살 음모 | 니콜라 파시치, 대응하다 2장 특성 없는 제국 갈등과 평형 | 체스 선수들 | 거짓말과 위조 | 기만적 고요 | 매파와 비둘기파 2부 분열된 대륙 3장 유럽의 양극화, 1887~1907 위험한 관계: 프랑스-러시아 동맹 | 파리의 판단 | 영국, 중립을 끝내다 | 늦깎이 제국 독일 | 대전환점? | 벽에 악마 그리기 4장 유럽 외교정책의 뭇소리 주권을 쥔 의사결정자들 |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 파리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 베를린에서는 누가 통치했는가? | 에드워드 그레이 경의 불안한 우위 | 1911년 아가디르 위기 | 군인과 민간인 | 언론과 여론 | 권력의 유동성 5장 얽히고설킨 발칸 리비아 공습 | 발칸 난투극 | 갈팡질팡 | 1912~1913년 겨울 발칸 위기 | 불가리아냐 세르비아냐 | 오스트리아의 곤경 | 프랑스-러시아 동맹의 발칸화 | 속도를 올리는 파리 | 압박받는 푸앵카레 6장 마지막 기회: 데탕트와 위험, 1912~1914 데탕트의 한계 |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 보스포루스의 독일인들 | 발칸 개시 시나리오 | 남성성의 위기? | 미래는 얼마나 열려 있었나 3부 위기 7장 사라예보 살인사건 암살 | 사진처럼 기억된 순간들 | 수사 시작 | 세르비아의 대응 | 무엇을 해야 하는가? 8장 확산되는 파문 외국의 반응 | 호요스 백작, 베를린에 파견되다 | 오스트리아가 최후통첩을 보내기까지 | 가르트비크의 죽음 9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프랑스인들 드 로비앙 백작, 열차를 갈아타다 | 푸앵카레, 러시아행 배에 오르다 | 포커게임 10장 최후통첩 오스트리아, 요구하다 | 세르비아, 대응하다 | ‘국지전’이 시작되다 11장 경고사격 강경책의 우세 | “이번에는 전쟁이다” | 러시아의 사정 12장 마지막 날들 낯선 빛이 유럽 지도로 내려오다 | 푸앵카레, 파리로 돌아오다 | 러시아, 군대를 동원하다 | 어둠 속으로 뛰어들기 | “뭔가 오해가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 폴 캉봉의 시련 | 영국, 개입하다 | 벨기에 | 군화 결론 주 찾아보기

Description

“1914년의 주역들은 눈을 부릅뜨고도 보지 못하고 꿈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이 곧 세상에 불러들일 공포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몽유병자들이었다.” 2017년 12월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건네 화제가 된 책.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쏟아진 저서들 중 “걸작”이라는 찬사가 쇄도하며 새로운 표준 저작으로 손꼽힌 책. 《몽유병자들(The Sleepwalkers)》의 한국어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에서 전쟁을 적극적으로 계획한 국가 집행부는 없었다. 어느 나라든 내게는 ‘방어적’ 의도가, 상대에게는 ‘공격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의사결정자들은 자국을 최우선하는 자신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망하지 못했고, 상호 신뢰 수준은 낮고 적대감과 피해망상의 수준은 높은 집행부들이 서로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 속사포처럼 상호작용한 결과,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저자는 그들의 결정을 최대한 그 위치에서 이해하기 위해, ‘왜’가 아니라 ‘어떻게’ 전쟁이 일어났는지를 주목한다. 그들은 역사의 비인격적인 전진 운동에 보조를 맞춘 조력자, 체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것이 아니라, 행위능력으로 가득하고 충분히 다른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주역이었다. 전쟁은 불가피한 귀결이 아니라 그들이 내린 연쇄 결정의 정점이었다. 21세기 세계 정세는 100년 전 유럽과 매우 흡사하다. 냉전이 끝난 이래 안정적인 세계 양극 체제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여러 세력에 자리를 내주었고, 그 와중에 제국들이 쇠퇴하고 신흥 국가들이 부상했다. 1914년 여름 위기의 경과를 읽는 독자들은 필시 그 생생한 현대성을 알아차릴 것이다. 특히 우발적 분쟁의 가능성과 함께 살아온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2017년 12월,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은 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이 책을 건넸는가? 2017년 12월,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3대 요구사항을 밝혔다. 요구 내용은 2009년 중단된 군 연락채널을 복원해 우발적인 전쟁의 위험을 줄일 것,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낼 것, 유엔 안보리의 비핵화 결의를 이행할 것이었다. 또 펠트먼은 외교 회담 자리에서는 이례적으로 역사책을 한 권 건넸다. 바로 이 책,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이다. 100년도 더 전에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의 원인을 다룬, 한국어도 아닌 영어로 쓰인 두꺼운 역사책을 북한 외무상에게 전달한 펠트먼의 행위에는 분명 외교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걸작(masterpiece)” -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데일리 메일》 “기념비적인, 계시적인, 심지어 혁명적인 책” - 《보스턴 글로브》 “1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관한 최상의 서술” -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새로운 표준 저작” - 《포린 에퍼어스》 “빈틈없는 연구, 섬세한 분석, 우아한 산문을 결합한 아름다운 저술” - 《워싱턴 포스트》 《인디펜던트》 《선데이 타임스》 《파이낸스 타임스》 등 올해의 책 선정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로라 섀넌 상 수상 지난 2014년 서구에서는 1차 세계대전 개전 100주년을 맞아 전전(戰前) 유럽을 새롭게 조명한 저작들이 앞다투어 출간되었다. 마거릿 맥밀런의 《평화를 끝낸 전쟁》, 션 맥미킨의 《1914년 7월》, 맥스 헤이스팅스의 《1914년의 파국》 등 굵직한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터라 주요 언론에서는 몇 종을 추려 비교하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이 경쟁장에서 《몽유병자들》은 이언 커쇼와 니얼 퍼거슨 등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표준 저작이자 일급 서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 《인디펜던트》 《파이낸스 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우수한 유럽 관련 연구에 수여되는 로라 섀년 상을 수상했다(2015). 또한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 이제는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의 뒤를 잇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의 주제인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7월 위기’는 역사상 가장 복잡한 위기, 쿠바 미사일 위기마저 무색케 하는 위기 중의 위기로 꼽힌다. 이 전쟁의 기원 또는 원인을 다룬 문헌만 해도 하나의 ‘산업’이라 불릴 만큼 방대하다. 이런 이유로 “이 전쟁의 기원에 관한 관점들 가운데 일군의 선별한 자료들로 뒷받침할 수 없는 관점은 사실상 없다.”(27쪽) 이를 잘 아는 저자는 특정한 개전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또 하나의 가설 또는 관점을 내놓기보다는 전쟁을 불러온 핵심 행위자들의 결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는 접근법을 택한다. 다시 말해 그들 간 상호작용의 연쇄를 면밀히 추적한다. 이 책은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반목하다가 전쟁에 불을 붙인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초점을 맞추어 사라예보 암살사건 전야까지 두 나라의 상호작용을 따라간다. 2부에서는 서사를 중단하고 4개 장에서 다음 네 가지 질문을 한다. ① 유럽은 어떻게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양극화되었는가? ② 유럽 국가들은 외교정책을 어떻게 수립했는가? ③ 발칸반도(유럽에서 권력과 부의 중심지들과는 거리가 먼 주변부 지역)는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위기의 무대가 되었는가? ④ 데탕트 시대로 들어서는 듯했던 국제 체제는 어떻게 전면전으로 치달았는가? 3부에서는 사라예보 암살로 시작해 핵심적 결정 중심지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검토하고, 위기 고조를 위한 계산과 오해, 결정을 조명하는 등 7월 위기 자체에 관한 서사를 제공한다. “왜” 발발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났는가로 - 1차 세계대전의 책임론을 넘어 지금까지 1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한 논의는 주로 전쟁이 ‘왜’ 발발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이는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누구’ 때문에 일어났느냐라는 책임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이런 책임 지우기는 개전 이전부터 시작되어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의 ‘전쟁 책임’ 조항(전쟁 발발의 책임은 독일과 그 맹방들에게 있다)과 그에 따른 막대한 배상금 부과, 1960년대 독일 역사가 프리츠 피셔의 ‘피셔 테제’(독일 카이저 빌헬름 2세와 그의 각료들이 유럽에서 독일의 고립을 타파하고, 국내 불만 세력을 억누르고, 무엇보다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전에 전쟁을 계획하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는 관점)를 거쳐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이 책을 포함해 앞서 언급한 최근 저작들은 대체로 유럽 국가들의 공동 책임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다자간 상호작용을 도외시한 채 단 한 국가에 전쟁 책임을 지우거나 교전국들의 ‘유책 순위’를 매기는 견해가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밀한 서술로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영국은 차치하더라도) 프랑스와 러시아의 책임이 적어도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책임 못지않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914년 전쟁은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던 정치 문화의 소산, 특정 국가의 범죄가 아닌 공동의 비극이었다. 1914년의 핵심 의사결정자들은 구조와 체제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행위능력으로 가득한 주역이었다 이 책의 중심 주장은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걸어간 길들을 밝혀야만 1914년 7월의 사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쟁에 앞서 연달아 일어난 국제 ‘위기들’을 단순히 재론하는 수준을 넘어 그 사건들이 어떻게 경험되었는지, 인식을 구조화하는 서사에 어떻게 엮여 들어갔는지, 어떻게 행위를 추동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의사결정자들의 결정을 최대한 그들 자신의 위치에서 이해하고자 전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