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정의

앤 레키 · SF/Novel
4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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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 우주. 인공지능 함선 군단을 앞세운 라드츠 제국은 전 우주 인류를 병합하려 한다. 병합의 한 현장에 선 대위와 '그녀'를 사랑한 인공지능은, 마치 예언의 한 조각처럼 음모의 함정에 빨려 들어가는데…. 20년 후 차디찬 우주의 벽지 닐트 행성에 홀로 나타난 함선의 분체, 인간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사랑과, 창조자를 향한 복수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2013년 출간된 이후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아서 C. 클라크상, 영국판타지문학상, 영국SF협회상, 키치상 등 2014년 한해 SF 분야의 거의 모든 상을 휩쓴 앤 레키의 전무후무한 데뷔작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나온 <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 <사소한 자비> 세 편이 모두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받았으며 '라드츠 3부작'으로 불린다. 2014년에는 폭스TV에 드라마화 판권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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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정의의 꽃 1 닐트_11 2 올스_20 3 닐트_40 4 올스_57 5 닐트_84 6 올스_111 7 닐트_128 8 올스_140 9 닐트_157 10 올스_174 제2부 공정의 꽃 11 닐트_193 12 저스티스 토렌 호_208 13 닐트_227 14 저스티스 토렌 호_250 15 닐트_270 16 저스티스 토렌 호_289 제3부 이익의 꽃 17 통관원 케이트_317 18 통관감독관_342 19 우주정거장_361 20 벨 오스크 함장_381 21 아난더 미아나이_406 22 머시 칼르 호_426 23 브렉 미아나이_449 감사의 말_473 해설 및 역자 후기_475

Description

가장 압도적인 데뷔 3부작 드디어 완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트리플크라운 달성!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영국SF협회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 일본 성운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한국 우수과학도서상 등 전 세계 SF 문학상을 휩쓴 전무후무한 데뷔 3부작, 드디어 완간! 폭스 TV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 먼 미래 우주. 인공지능 함선 군단을 앞세운 라드츠 제국은 전 우주 인류를 병합하려 한다. 병합의 한 현장에 선 대위와 ‘그녀’를 사랑한 인공지능은, 마치 예언의 한 조각처럼 음모의 함정에 빨려 들어가는데... 20년 후 차디찬 우주의 벽지 닐트 행성에 홀로 나타난 함선의 분체, 인간보다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사랑과, 창조자를 향한 복수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앤 레키는 여성이 미래의 이야기에 어떻게 자리잡을지에 관한 모든 어리석은 논쟁을 거부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소설적 설정이 아니다. 이것은 쿠데타다! - N. K. 제미신, 2016년/2017년 연속 휴고상 수상 작가 사소하지만 숭고한, 인간 아닌 인간적 존재의 자유와 방랑 《사소한 정의》는 출간된지 몇 년 안 된 시점에 이미 어떤 이들에겐 다음 세기에도 남을 명작 취급을 받는 이유를 스스로 충분히 증명한다. 이 소설은 SF 역사 초기엔 서구에서도 비하되는 하위장르였던 스페이스 오페라가 백여 년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색과 경이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르로 자라났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 할 만하다. 20세기는 인류가 미래의 어느 시점엔 거주공간을 지구 바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장 강하게 가진 시대였다. 본격적인 우주 탐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간이 우주로 나가 외계인과 조우하는 이야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활극’이라 번역할 수 있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의 탄생도 자연스러웠다. 반면에 21세기는 낙관에 가득 찼던 전 세기와는 달리 인간이 결국은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멸종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시대가 되었다. 종말론은 예전에도 있었으나 그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 역시 당혹스럽다. 20세기의 종말론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진 핵무기와 같은 과학기술의 힘에 대한 공포에 근거했다. 그것은 공포였지만 자연의 속박을 뛰어넘은 인간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일종의 자아도취이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의 파국론은 역시 인공적이지만 인간조차 그 작동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더 이상 쓸모없어진 인간을 대체하려고 하는 인공지능에게서 연유한다. 섣부른 예언가들은 1~2세기가 지나기 전에 인공지능이 현생 인류의 모습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거라고 떠들어댄다. 세계대전이나 핵전쟁과 같은 화려한 불꽃놀이에 대한 공포는 지구별에 갇혀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에게 밀려나 천천히 말라 죽어가는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대체되었다. 우주와 인공지능이 함께 나올 때 물론 SF소설은 오랫동안 ‘우주’와 ‘인공지능’을 함께 다루었다. 전자는 인간 바깥에서 인간에게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외부의 영토를 상징했고, 후자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있기에 다가서기 어려운 영역을 재현하는 일이었다. 그것들은 현대의 과학기술로서도 가장 상상하기 어려운 과업이었기에 가장 발달된 미래 사회를 상상할 때 함께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낙관의 시대가 비관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익숙한 소재들이 결합하는 양상도 바뀌고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해봤을 때, 오랫동안 ‘우주’는 탐구해야 할 객체였고 주체는 ‘인간’이었으며 ‘인공지능’은 그 주체의 조력자였다. 하지만 ‘라드츠 우주’의 세계에선 이 관계가 다소 뒤집혀 있다. 라드츠 제국의 전력의 핵심인 라드츠 함선은 인공지능이 통제하는데, 그 인공지능은 함선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를 ‘보조체’로 사용한다. 크게 손상을 입히지 않고 사살한 적군의 병사나 민간인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함선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육체로 활용한다. 그리하여 함선 인공지능은 이론적으론 수천 개의 육체에서 존재할 수 있다. 여기에선 차라리 인공지능이 주체이며 인간은 그에 대해 보조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당연히 라드츠 함선에도 인간 장교가 탑승한다. 장교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함선에 명령을 내리고 함선 기능에 의해 보살핌을 받으며, 보조체 병사들을 부대원으로 부리기도 한다. 서열로만 본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의 위에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함선에 탑승한 인간의 모든 정보는 여과없이 함선에 제공될 뿐더러, 백 년 남짓한 라드츠인의 수명과는 달리 수천 년을 살아남은 함선들은 경험의 폭과 질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라드츠 군주인 아난더 미아나이와 대면했을 때 덜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장교보다는 함선 쪽이다. 사실 ‘유전적으로 동일하고 빠짐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수천 개의 몸을 가지고 3천 년 동안 라드츠 우주를 지배했다는 아난더 미아나이는 인간보다는 라드츠 함선과 보조체 쪽에 더 가까운 존재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표류하는 인간과 고장난 프로그램 이처럼 라드츠 우주는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후인지 알 수 없는 아득한 미래가 배경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를 대변한다. 현대 사회의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들에 의해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중에서 그런 느낌을 가장 강하게 대변하는 이는 라드츠 함선 소드 나드타스 폭발의 유일한 생존자로 천 년 동안 냉동되어 있다가 깨어난 세이바든 대위일 것이다. 천 년 전 세상에서 자신의 가문과 능력, 그러니까 사회적 지위에 대해 오만한 확신을 지니고 살아가던 세이바든은 다시 깨어난 세상에서 자신이 알던 가문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황당한 현실을 맞이해야 한다. 세이바든은 그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엔 자신이 확고한 사회적 지위를 누렸던 라드츠 제국을 벗어나 우주의 변경을 떠도는 표류하는 인간이 된다. 작품 초반부터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함선 인공지능의 한 파편이라 표현해야 할 주인공인 브렉은 그런 세이바든을 구해주고 돌봐주긴 하지만 그 처지에 대해 깊이 연민하지는 않는다. 세이바든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아는 그에게 차라리 세이바든은 냉소의 대상에 가깝다. 세이바든이 ‘한미한 가문’ 출신을 조롱할 때에 수천 년의 기억을 가진 브렉은 역사 속에서 명멸해 간 여러 가문들의 사례를 생각한다. 결코 인간적이지 않은 시간인 천 년이란 간극을 건너 뛴 세이바든은 이제 함선 인공지능과 비슷한 경험의 폭 속에서 자기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해야만 한다. 그런 사정은 브렉에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함선 인공지능은 라드츠 군주의 명령에 충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에 의해 지금의 브렉은 누구의 명령에 따르는 것도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모든 명령이 무화되는 지점에서 브렉은 일련의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그것이 마치 브렉의 자유로운 의지의 결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난더 미아나이는 그러한 브렉의 행동에 대해 “슬픔으로 미쳐버린 인공지능의 마지막 남은 조각이다”라고 품평을 한다. 말하자면 그가 고장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전에 보지 못한 이세돌의 수에 패턴이 깨지고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하는 알파고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류하는 인간과 고장난 프로그램 사이엔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소설은 단지 사회 발전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밀려나는 인간을 연민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초월하는 위치에서 인간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