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무지개

조안 러프가든
6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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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스톤월 북어워드(논픽션 부문) 수상작. 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적 다양성은 사라지지 않을까? 유전자의 문제이거나 질병은 아닐까? 저명한 생태학자인 조안 러프가든이 자연과 인간에서 나타나는 젠더 표현과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곧 ‘무지개’야말로 오히려 진화과정을 이끄는 한 축임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밝힌 최초의 책이다. 기존 진화론의 ‘성선택’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사회적 선택’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이를 통해 인간사회에서 성적 다양성인 무지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통찰력있게 보여준다. 기존의 ‘남성(수컷)/여성(암컷)’이라는 고정된 젠더 이분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편견으로 굳어버린 오해와 무지를 걷어내고 공유된 인간성에서 생겨난 “인간 다양성의 정상적인 한 부분으로 존중”한다면, 종의 미래는 더욱 풍부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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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 거부된 다양성 제1부 동물의 무지개 1 성과 다양성 2 성 대 젠더 3 몸 안의 성 4 성 역할 5 두 가지 젠더로 구성된 가족 6 다양한 젠더로 구성된 가족 7 암컷선택 8 동성 섹슈얼리티 9 진화론 제2부 인간의 무지개 10 배아에 관한 이야기 11 성 결정 12 성 차이 13 젠더 정체성 14 성적 지향 15 심리학적 관점 16 질병 대 다양성 17 유전공학 대 다양성 제3부 문화의 무지개 18 두 개의 영혼, 마후, 히즈라 19 유럽중동 역사상의 트랜스젠더 20 고대의 성관계 21 톰보이, 베스티다, 구에베도체 22 미국의 트랜스젠더 정책 부록: 정책 권고 옮긴이의 말 후주 찾아보기

Description

트랜스젠더 진화생물학자, 젠더의 고정관념을 뒤집다 얼마 전, 극중 소재로 동성애를 다룬 TV드라마와 그에 대한 비난광고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라 불리는 이들은 여전히 숱한 사회적 편견, 불이익과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적 다양성은 사라지지 않을까? 유전자의 문제이거나 질병은 아닐까? 『진화의 무지개』는 이러한 편견에 맞서, 자연과 인간에서 나타나는 젠더 표현과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곧 ‘무지개’야말로 오히려 진화과정을 이끄는 한 축임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밝힌 최초의 책이다. 글쓴이는 30년간 도마뱀을 연구한 저명한 생태학자로, 그 자신이 1998년 52세의 나이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기존 진화론의 ‘성선택’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사회적 선택’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성적 다양성이 생명체의 진화, 생존과 번식에 어떠한 이점을 가지기에 계속 유지되며 인간사회에서는 그러한 무지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생물학에서부터 의학, 심리학,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기존 이론들의 바탕에 깔린 ‘남성(수컷)/여성(암컷)’이라는 고정된 젠더 이분법을 강하게 비판한다. 기존 이론들이 이 이분법에 따라 성적 다양성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질병’, ‘비정상’으로 간주함으로써, 결국 과학적으로도 수많은 오류를 낳았을 뿐 아니라 인권침해, 증오범죄 등의 여러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왜 오류인가 다윈의 성선택은 진화생물학에서 최초로 젠더를 다룬 이론이다. 성이 구별된 거의 모든 동물은 수컷이 암컷을 소유하고자 서로 끊임없이 투쟁하며, 그 결과 암컷은 가장 강한 수컷, 최상의 유전자를 지닌 수컷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의 사회는 “매력적이고 잘생기고 건강한 전사형 수컷을 찾는, 신중한 안목을 갖춘 처녀 암컷”의 삶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자연은 이빨과 발톱이 으르렁거리는 경쟁의 정글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 행동을 통해 온갖 종류의 우정과 협력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곳이며, 여기에는 성적 다양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성선택 이론은 젠더 표현과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성선택 이론의 논지에 따르면, 한 종 내에 여러 젠더가 있다면 번식능력이 열등한 젠더는 진화과정에서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 자체로는 번식할 수 없는 동성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성적 다양성은 여전히 많은 동물 종에서 발견되는데, 그 예는 음경이 달린 암컷 점박이하이에나, 다섯 개의 젠더를 가진 옆줄무늬도마뱀, 수컷끼리 짝을 지어 백년해로하는 회색기러기, 인류의 친척뻘로서 암컷끼리 동성애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보노보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생식세포의 크기에 따른 남녀(암수)의 이분법적 모형, 유전적 우월성의 위계구조를 전제로 하는 성선택 이론으로는 이렇듯 몸과 행동, 생활사에서 나타나는 성적 다양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성선택 이론과 그 영향을 받은 여러 분야의 이론들은 이렇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예외나 속임수, 관찰자의 오류로 치부함으로써 다양성을 억압하고 젠더 고정관념을 영속화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인 글쓴이로서는 “자연에서의 내 위치를 부정하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형화된 틀 속으로 나를 구겨 넣는” 성선택 이론을 부정하는 것은 “학문적인 과제가 아니”라 “성선택 이론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 잘못 파악”되는 것을 막는 작업이다. 이성애 중심의 사회는 올바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인간게놈 연구가 밝혀냈듯 모든 사람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르며, 성호르몬, 호르몬 생성-전환의 촉매인 효소, 호르몬 수용체도 젠더 결정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환경적 · 문화적 요인까지 고려한다면 성적 다양성은 실로 무한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이처럼 지금껏 많이 연구되지 못한 인간의 무지개에 대해 다양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런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면, 그토록 오랜 역사, 여러 사회에 걸쳐 인간의 무지개가 존재해온 것을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인 근거와는 무관하게, 인간사회에서는 문화, 종교, 정치, 권력관계 등의 영향으로 이성애 중심 사회체계가 자리를 잡음으로써 성적 다양성은 ‘비정상’,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글쓴이는, 성적 다양성을 정상이 아닌 ‘질병’으로 간주해 격리하려 하거나 ‘치료’하려 하는 경향에 대해 힘주어 비판한다. 예컨대 혐오치료라는 요법은 그야말로 인권유린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동성을 찍은 야한 사진들을 보여주고 성적인 자극을 느끼는 조짐이 보이면 처벌을 내리는 방식인데, 처벌에는 구토를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강한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 등이 사용되었다. 심각한 육체적 · 정신적 부작용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이 밖에도 ‘치료’를 위해 오랜 연구와 온갖 불필요한 치료요법, 수술, 투약 등이 동원되었지만, 그것들은 온갖 폐해와 부작용만 남겼을 뿐, 동성애 기질이나 젠더 변이에 대해 어떠한 적합한 이론이나 치료법도 내놓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성적 다양성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무지개의 다양한 색채를 남녀라는 두 가지 색으로 ‘정화’하려는 식의 ‘치료’가 나치즘의 우생학과도 비슷하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무지개는 이제까지 과학, 종교, 그리고 관습에 의해 부정되어왔고 이론적으로도 골칫거리였지만, 분명히 인간 삶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다. 글쓴이는 우리가 만약 편견으로 굳어버린 오해와 무지를 걷어내고 무지개를 우리의 유전자 풀, 즉 공유된 인간성에서 생겨난 “인간 다양성의 정상적인 한 부분으로 존중”한다면, 종의 미래도 더욱 아름다운 색으로 채색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