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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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관념론에서 유물론으로 이어지는 독일고전철학의 주요 전개를 당대의 시각으로 충실하게 해석한 엥겔스의 이 저작을 통해, 우리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의 뿌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독일 고전철학의 정점으로서의 헤겔과 이후 포이어바흐와 같은 철학자들이 마르크스주의에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엥겔스의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과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는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의 하나이다. 청년기 마르크스 저작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강유원의 번역과 해설로 20년 만에 새로 출간되었다.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은 엥겔스가 1886년에 잡지 <새로운 시대>에 발표한 글을 1888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여기에는 엥겔스가 마르크스의 한 낡은 노트에서 발견한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가 부록으로 함께 실려 있었다. 엥겔스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에서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독일관념론 철학 일반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을 시도한다. 엥겔스가 보기에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은 자연과 인간이 실체적인 것이라고 보는 태도인데, 이것만으로는 헤겔 철학을 극복할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이 세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인간이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어떻게 스스로의 역사를 창출해나가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런 까닭에 엥겔스에 따르면 포이어바흐는 자연과 인간을 탐구하기는 하나 그 자연과 인간이 그에게는 “한낱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엥겔스는 세계를 하나의 과정으로서, 끊임없는 역사적 발전에 처해 있는 물질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물질 개념은 자연 세계의 물질 개념과 혼용되거나 동일시되었으며, 이로써 사회역사적 범주로서의 물질 개념이 자연과학적 물질 개념과 동일시되거나 심지어 자연과학적 의미의 물질세계가 사회역사적 의미에서의 물질세계(경제적 세계)보다 더 근원적이며 최종적이라는 판단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분명 마르크스의 기본 사상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다.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는 단편 묶음에 불과하지만 이른바 ‘결정적 시기’에 마르크스가 매진했던 사상과 비판의 단초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므로 이 테제는 포이어바흐를 통해 헤겔을 비판함으로써 그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초기 저작과, 포이어바흐에 관한 상세한 비판과 최종적 폐기가 포함된 <독일이데올로기>를 연결하는 고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테제들을 읽음으로써 좁게는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요, 넓게는 그가 새롭게 정립한 변혁적 실천 철학의 핵심과 새로운 유물론을 간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