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

뤼디거 자프란스키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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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뤼디거 자프란스키가 ‘시간’에 관해 논한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시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시계로 읽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해 자프란스키는 지루함, 새 출발, 근심과 같은 사적인 관점으로부터 사회화, 경제화와 같은 사회적 관점을 지나, 역사 안의 수명이나 우주의 시간처럼 걷잡을 수 없이 거시적인 관점까지, 더불어 개인의 신체 리듬, 예술, 종교와 영원 등 다양한 관점을 하나하나 코드로 삼아 시간에 대해 풀이한다. 철학뿐 아니라 문학, 종교,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자프란스키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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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일 아마존 철학·역사·정치 인문 베스트셀러 1위 시간 철학사상 가장 다채롭고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시간은 기묘한 것이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돌연 우리는 시간만을 느끼네. _호프만슈탈, 〈장미의 기사〉에서 철학, 문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자연과학과 우주학 등 시간이 스며들어 있는 전 영역을 넘나들며, 시계로 읽는 시간 그 너머의 의미를 천착한 인문교양서 《지루하고도 유쾌한 시간의 철학》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미학자 아도르노를 사사한 저자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같은 시계를 바라보면서도 전혀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풍요로운 시간 경험을 되찾을 방법을 위한 안내서로서 이 책을 권한다. 오스트리아 작가 호프만슈탈은 “시간은 기묘한 것이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나 돌연 우리는 시간만 느끼네”라고 노래했다. 갑작스럽게 인식하게 된 ‘시간’, 시계로 측정한 시간을 넘어선 이 ‘시간’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여러 관점에서 제시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시간의 철학을 전개한다. 새 출발, 시간과의 유희, 되찾은 시간 ―시계로 잴 수 없는 충만한 시간의 경험 우리는 매일 정밀하게 맞춰진 똑같은 시계를 바라보지만 지루한 시간, 새 출발의 시간, 근심의 시간, 종말의 시간 등 모두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가속화한 경제와 격변하는 사회, 글로벌 미디어와 실시간 소통 속에서의 시간 체험 역시 모두 다르다. 저자는 우리 앞에 인간 조건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시간의 시작과 끝, 우주의 생성과 소멸, 그 사이의 광활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요로운 시간 경험을 되찾으라고 격려한다. 이 다채롭고 놀라운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는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지켜볼 것만 아니라 우리가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헤아리게 해주는 깨달음이다. 1장 지루함이라는 시간 인간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유일한 존재다. 한데 아무리 지루한 시간이더라도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 사건을 인지하고 관심을 갖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와 괴테, 토마스 만에 이르는 거장들이 지루함을 어떻게 정의하고 작품에 녹여 넣었는지 설명하고, 《고도를 기다리며》를 예로 들어 공허한 기다림을 설명한다. 19세기 낭만주의자들 역시 공허한 시간이라는 이 주제에 깊이 매료됐다고 한다. 지루함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상이 부재할 때다. 대상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인간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두려움으로 변질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고리를 끊어버리려면 굳건한 의지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2장 새 출발의 시간 새로움을 선사하는 시작(새 출발)은 긴장감과 설렘을 일으킨다. 이것은 문학에서도 사랑받는 모티프다. 이번 장에서는 카프카의 《성》, 막스 프리슈의 《슈틸러》, 괴테, 니체, 랭보 등의 작품 그리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서를 통해 ‘새 출발’에 대해서 설명한다. 진정한 새 출발은 타의 또는 무의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새로운 출발을 선택했을 때이다. 자신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발생 가능한 기회나 위험 모두 자신이 책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새 출발의 시간이란 각자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과 목표에 따라 자신이 벗어나고 싶은 또는 변화시키고자 하는 과거로부터 탈피하는 순간이다. 새 출발의 시간은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토대를 예감하게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불가항력적으로 또다시 사회에 사로잡힌다. 3장 근심의 시간 사람은 불투명하고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 예를 들면 자신의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과거에는 자연 현상과 범죄 등을 염려하고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거나 종교에 의탁했다. 현대의 위험사회는 위기, 즉 리스크를 염려한다. 경제상의 위기, 제도상의 위기 등 다양한 대규모의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게다가 이러한 리스크에는 미래에 대한 근심이 추가되었다. 미래에 미치는 인간의 역할 비중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예방하는 보험 사업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측정 불가능한 거대한 리스크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시간 속에 흐르는 과거의 불투명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온다. 4장 사회화한 시간 시간 자체로써 우리를 움직이게 하거나 멈추게 하고, 또는 압박해 오는 ‘시간’이란 무엇일까? 사회화되고 제도화된 시계가 측정하는 시간은 인간의 삶을 계획하고 형성한다. 이번 장에서는 사회제도로서 시계가 정의하는 시간의 의미와 그 시간의 원칙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회화된 시간이란 현재가 과거와 미래를 모두 장악하고 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현재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관리하며 엄정히 시간을 규정한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로부터 비롯된 압박에 쫓기고 있다. 5장 경제화한 시간 우리는 시간을 쪼개고 가속화하고 가치를 매기고 관리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흘러가는 시간에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의 부족은 시간의 성향이 아니라 경제화로 인해 수면 위에 떠오른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현대사회 체계 내의 시간 부족과 존재론적 문제로서의 시간 부족 개념을 설명한다. 과거의 보물을 소비하는 현재의 시간은 그 부산물로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경제화된 현재 시간의 공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화되고 경제화된 삶에 따라 우리의 관심은 우주의 시간으로 확장된다. 6장 인생 시간과 우주 시간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우주 시간은 무한해 보인다. 이 두 개의 시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순간순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순간은 지나가버리기 마련이고 또 다른 순간(지금)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현재란 무엇일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시간과 더불어 성숙’(시간화)하며, 시간을 인지하는 관찰자다. 관찰 이전의 시간은 없는 셈이 된다. 즉 동식물이나 돌 또는 다른 개체와 달리 인간의 시간은,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와 미래가 비롯된다. 7장 우주 공간의 시간 이번 장에서는 우주와 시간의 시작에 관한 과거와 현재의 주장을 종교적·학문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우주의 시간이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내용을 설명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별을 비롯한 우주의 모습은 우리가 보고 있는 그 순간의 시간과는 다른 과거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동시에 보이는 모습임에는 분명하나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한 이론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경외심을 갖고 우주를 바라보던 칸트의 견해도 소개한다. 8장 고유한 시간 사람마다 각자 고유한 신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추구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그 고유성을 무시하게 되는 시간 독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로 체감하는 고유한 시간을 그저 시계의 시간에 맞추도록 하는 사회 규범에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장에서는 고유시간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논한다. 고유시간은 매우 주관적인 관점이 지배하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의 자아로 의식하느냐 여부에 따라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이에 대해 ‘근원인상’ 등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같은 이들의 관련 이론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