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전집 13권.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이자 현대 소설론이다. 쿤데라는 소설이라는 예술의 역사가 존재에 대한 세 가지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했다. 개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 또한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쿤데라는 그 대답을 인간의 지식과 인류의 역사,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위대한 소설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작가의 생각을 상징이나 은유 없이 짚어 낼 수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쿤데라의 소설만 읽어 온 독자들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갈 것이다. 쿤데라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카프카, 곰브로비치, 플로베르, 세르반테스 등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을 대하는 면밀함과 세심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깨닫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에게 역시 ‘소설 쓰기’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세기가 바뀌고 시대가 거듭되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되어 온 ‘소설’이라는 장르에 어떻게 ‘새로운 미학’을 안겨 줄 것인가? 책을 덮은 후 줄거리나 묘사는 점차 퇴색되어 버리고 결국 잊혀 버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소설을 어떻게 하면 영원히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남길 것인가? 언어, 국경, 사회 체제와 관료주의의 억압을 벗어나 전 인류가 공감할 작품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는가? 쿤데라의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소설을 읽고, 쓰고, 가슴 깊이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불멸의 것으로 간직하는 행위에 대해 고찰케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