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제럴딘 매코크런 · Novel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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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외모 때문에 평생 다른 이의 이름을 빌려서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던 시라노. 17세기 파리에서 실존했던 시인 검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희곡 <시라노>는 1897년에 초연된 이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었다. 그리고 지금, 고전으로 길이 남을 이 작품이 영국 최고 이야기 명장의 손에서 소설 <시라노>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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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극장의 하룻밤 11 일당백의 결투 29 크리스티앙 42 지독한 바보들 58 달에서 떨어진 사나이 81 고통을 달래며 99 마지막 편지 115 암흑의 공간 141 파나슈 145 옮긴이의 말 173

Description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변주되는 영원한 명작,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희곡 <시라노>가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추한 외모 때문에 평생 다른 이의 이름을 빌려서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던 시라노. 17세기 파리에서 실존했던 시인 검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희곡 <시라노>는 1897년에 초연된 이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었고, 한국에서도 2010년 이 작품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이 개봉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고전으로 길이 남을 이 작품이 영국 최고 이야기 명장의 손에서 소설 <시라노>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은 문학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이나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1897년에 초연된 에드몽 로스탕의 프랑스 희곡 <시라노>는 아마도 그런 사랑을 다룬,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작품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성서와 신화, 역사적 사실이 빈번하게 인용되는 탓에 일일이 확인하기가 번거로우며,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화려한 언어유희들 또한 프랑스어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뜬금없는 헛소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대 상영을 전제로 하는 희곡의 특성까지 더해지면, <시라노>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이는 극히 소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한 영국 작가의 소박한 희망으로 <시라노>가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독창적인 소재와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이야기의 명장’이라 불리는 제럴딘 매코크런이 이 작품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영국 최고의 청소년 소설가로 꼽히는 매코크런은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상, 휘트브레드 청소년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휩쓸었고, 어린이 문학의 영원한 고전 <피터팬>의 공식 작가로 지명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판타지와 역사소설, 논픽션을 넘나들며 매번 독자의 예측을 뛰어넘는 그녀는 성인들을 위한 작품들도 꾸준히 발표해왔는데, <시라노>도 그중 하나이다. 자신의 흉측한 외모조차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강인한 여유와 그 뒤에 숨겨진 섬세하고 약한 모습. 알고 있는 모든 언어를 뽑아내어 사랑의 고백으로 만드는 뜨거운 열정,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의 서명을 할 수 없었던 괴로움. 17세기 프랑스 파리, 근위대를 이끄는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빛나는 검술과 시적 재능의 소유자이다. 성격도 대범하여 대중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커다랗고 기괴한 자신의 코를 가지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시라노를 약하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은 파리 최고의 미녀 록산. 먼 친척 사이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며 록산을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갔지만 자신의 흉측한 코 때문에 시라노는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인 부하 크리스티앙이 이미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 록산은 크리스티앙이 자신에게 사랑의 말들로 가득한 편지를 써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말주변이 전혀 없다. 그리고 시라노는 둘의 사랑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크리스티앙의 얼굴 뒤에 숨어 연애편지를 대필하며 하얀 종이 위에 붉은 사랑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결국 록산과 크리스티앙은 연인으로 맺어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때는 1640년, 30년 전쟁으로 스페인과의 전투가 한창이다. 군인인 크리스티앙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시라노와 함께 격전지로 끌려가지만, 곧바로 적군에게 포위를 당해 식량을 공급받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만 간다. 한편 시라노는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매일같이 적의 진지를 뚫고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몰래 록산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들에 감동한 록산은 식량을 가지고 전장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제야 시라노가 록산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고 있었음을 알게 된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의 진심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날, 스페인 군의 총공격이 시작되고 세 사람의 운명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엇갈린다…… “나는 죽었소. 이제 당신을 영원히 잃고 말았으니까.” 단 한 번이라도 절망적인 사랑에 빠져본 모든 이들을 위하여 소설 <시라노>는 로스탕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에서 직접 가져온 것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줄거리 정도이고, 세부적인 디테일은 전부 매코크런의 창작물이다. 그녀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영화나 연극에서는 볼 수 없던 등장인물의 내면을 만들어냈고, 특유의 시적인 문체는 17세기 프랑스 파리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풍부한 은유와, 재담꾼 시라노가 실제로 시도했을 법한 화려한 말장난들, 사랑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들의 모습, 자신의 사랑을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기까지 평생이 걸렸던 시라노의 비애. 매코크런의 유려한 문장이 이 모든 것에 선명한 색채를 입혔으며, 그럼으로써 잠들어 있던 작품을 깨워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또하나 고전을 탄생시켰다. 언어로도, 화려한 몸짓으로도 언제나 최고의 시를 뽑아낼 수 있었던 시라노를 소설 속 인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이는 매코크런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의 또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뛰어난 국문 번역에 있다. 정확한 독해조차 쉽지 않은 살만 루슈디의 <분노>로 제2회 유영 번역상을 수상한 김진준은, 영어를 이용한 언어유희마저도 탁월하게 번역해냄으로써 장편 산문시에 가까운 이 작품의 분위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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