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Description
지금 우리에겐 섬세하고 치열한 프로불편러가 필요하다 엄정하게 애쓴 시간의 기록 위근우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각인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거슬러 올라다가 보면 ‘원나블’로 소년만화의 알파와 오메가를 분석했던 순간도 기억나지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2013년 ‘일베’를 “새 시대의 야만”으로 지칭하고 이들의 비정상적 혐오를 자신 있게 논리적으로 실명 비판했던 그때였다. 그 이후 3년 반, 그의 글은 꾸준히 치열하고 섬세하게 세상을 향했다. 아니, 설마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상황들, 약자에 대한 기득권자의 존중은 연민이 아닌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증한 최근 페미니즘 담론 확산 양상 및 정치적·문화적 올바름을 위한 한국 사회 많은 이들의 투쟁은 그의 글을 더욱 날카롭고 우아하게 만들었다. ‘새 시대의 야만’ 앞에서 외려 ‘내 안의 야만’을 유의해야 한다며 몇몇 진보적 인사들이 실천적으로 무책임하게 파시스트적 언술의 공적 발화에 대한 실질적 제재를 주장하길 기피할 때, 논쟁을 마다하지 않고 현실적인 힘이 있는 한계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대충 맞는 말만 하면 지킬 수 있었던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세월호 참사 이후) 훨씬 근본적으로” 시험받았던 순간들에 화려한 미문보다도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 끝 간 데 없이 후퇴한 믿음의 전선을 자기 발밑으로부터 다져 올리는 작업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좋은 걸 먹고 입고 보며 나와 우리의 일상을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위근우라는 사람의 글을 모아 세상에 내놓는 것은 정말로 유의미한 것이라고 확신한 건 정치적 올바름과 생활에 대한 사랑이 공존한다는 것을 느꼈던 그 순간이었다. 그렇게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제 책이 출간되었다. 대중문화를 주로 다루는 웹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가 엄정하게 살아내기 위해 애쓴 시간을 기록한 여든다섯 개의 글 모음, 『프로불편러 일기: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불편함은 없다』가 바로 그것이다. 자기긍정의 언어, ‘프로불편러’ ‘프로불편러’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여전히 “언냐들 이거 나만 불편해?”라는 말이 가장 위에 보인다. 뭔가 그 존재가 찜찜하고 불쾌하다는 멸시의 언어. 하지만, “꼭 여성혐오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전히 전근대적인 정치의식이 지배력을 발휘하고 반지성적 선동이 소위 정치적 진보 진영 안에서도 등장”하는 지금 이곳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순응하고 참으며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당당하게 나와 우리의 불편함은 정당한 것이며 불합리함과 부당함에 무릎 꿇지 않는 ‘프로불편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자기 스스로를 긍정했다. 저자 위근우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은 직업적으로 “필연적인 프로불편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제의식이란 예민함의 다른 말이며 이것을 논리와 실증, 정돈된 언어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자 사회적 분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웹툰, 영화, TV 프로그램, 주간지, 인터넷사이트를 넘나들면서, 일베로 시작하여 윤서인, 뷰티풀 군바리, 송곳, 미생, 메갈리아, 시사IN, 평양냉면, 박근혜·최순실, 마녀사냥, 어쩌다 어른, 맥심, 걸 그룹(들), JTBC, TV조선, 엑스맨, 시그널, 요츠바랑!, 백종원, 칠봉이, 김연경, 유아인, 호날두, 심수창을 거쳐 김성근까지. 때로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비평하고, 때로는 비판 이후에 만들어 나갈 긍정적인 모델들을 상상하며 우리의 삶을 둘러싼 여러 풍경들을 ‘프로불편러’의 일관된 관점에서 바라보고 언어로 정돈해 제시했다. 야만의 시대, 저는 레드라이트입니다 “#1 새 시대의 야만”, “#2 프로불편러 일기”에는 다양한 분야와 소재들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의 글들을 모았다.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무지와 악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방식의 폭주’(윤서인과 <조선>, 이토록 후안무치한 세상)가 난무하고 ‘깨어 있는 남성은 여성의 입장에 서는 것조차 여성을 능가’한다는 생각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개저씨’라는 말이 싫어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주변부로 내몰린다. ‘구타당하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국내 최대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사회’(<뷰티풀 군바리>, 이토록 어글리한 만화),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박근혜·최순실 게이트보다 오래된 병) 싶을 정도로 봉건적인 사회를 그대로 두고선 생산적 논의의 합의된 지평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마땅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빛을 비추고, 누군가 조명을 꺼버리고 음험하게 숨긴 것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위한 합리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문명적 상황을 확보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 계몽’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문명인이 됩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1 새 시대의 야만”에서는 동시대의 시민이 ‘프로불편러’로 거듭나는 배경과 맥락을 살피고, “#2 프로불편러 일기”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야만적 상황(#2-1 문명인이 됩시다), 여성혐오·성불평등 문제(#2-1 저는 레드라이트입니다), 언론·방송 분야의 문제(#2-3 언론이라는 이름의 환자)를 다뤘다. 여기에서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AngerWins’라고도 이야기할 만한 메갈리아의 활동이다. 앞으로 고민해야 할 여러 지점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수많은 싸움이 증명하는 건 도와주겠다는 이들의 선심보다는 내 손에 쥔 몽둥이가 훨씬 믿을 만한 것”이고, 분노 이후를 말하고 싶다면 그 이전에 “말로 해도 알아먹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우선인 상황에서 이들은 “우리도 분노하고 ‘지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선언하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메갈리아 사이트 등장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기반의 대중적인 페미니즘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나랑 너, 너랑 나. 우리가 함께 만드는 ‘희망’이라는 풍경 “#3 그들과 나와 우리의 이야기”에서는 불편함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의 단초가 될 긍정적인 모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꼰대 비판을 넘어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나보다 어린 이들의 안전망이 되어주고 그들의 행동을 응원해주는 것’(<무빙>, 날아오를 아이들을 위하여), ‘과거의 과오를 멈추겠다는 욕망에 멈추지 않고 자유로운 주체로 살아갈 새로운 미래를 전망하는 것’(,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과 같은 세계와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3-1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와 함께 ‘필요 이상을 하되 필요 없는 것을 하지 않고’(기쁘다 가스파드 오셨네), ‘자신을 위해 직접 칼과 도마를 쓰고 뭔가를 끓여보는 경험’(백종원의 집밥 개혁)을 하고, ‘유혹적이기 이전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며’(“라면 먹을래요?”라는 마법의 주문), ‘좋은 걸 먹고 입고 보며 일상을 즐겁게’ 유지하는 삶의 이야기(#3-2 한낱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라도)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드는 희망어린 풍경에 대해 조화롭게 이야기했다. “#3-3 제대로 부수고 제대로 치이며”, “#4 이 죽일 놈의 공놀이”에서는 앞선 글들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을 대중문화 및 스포츠 스타(팀)를 통해 풀어냈다. 저자가 한국 드라마 ‘서브 남주’의 세계에서 기록해둬 마땅한 인물로 평가하는 칠봉이로부터 페미니즘 대중문화 비평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배구선수 ‘크러시’ 김연경을 거쳐, 논쟁적 인물 야구감독 김성근까지 16개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길은 모두를 위한 것이 될 테니, 제대로 부수고 제대로 치이며 조금씩 앞으로! 사실, 어떤 불편함은 ‘불평’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정당한 ‘불편함’인지, 아니면 과도한 ‘불평’에 불과한 것인지를 공론장에서 대중이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소위 몇몇 권위자들의 지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