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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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엔 착한 사람뿐인데 왜 세상은 이따위로 흘러가는 거야?" 나는 이따금 정보 공유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흥미로운 기사나 동영상 링크를 걸곤 한다. 그럴 때면 기껏해야 한두 명이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우리 딸 루이즈가 저녁식사 시간에 던진 질문을 토씨 하나 안 빼고 페이스북에 그대로 옮겼을 때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댓글이 폭주했다. 아이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아빠!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 -프롤로그 중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저자의 친구들은 댓글을 통해 "선과 악은 공존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딸한테 "아빠!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로랑 베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선과 악, 도덕에 관해서라면 원인 모를 관용을 발휘한다. 무엇이 진짜 선이고 도덕인지, 인간은 원래 착한 존재인지에 대해 한 치의 의심 없이 스스로를 '착한 사람', '도덕적 인간'이라 칭하고, 타인의 도덕성에도 후한 점수를 준다. 우리의 믿음처럼 우리 모두가 '착한 사람'이었다면 사회는 반드시 좋은 쪽으로 갔어야만 했다. 인간을 규제하기 위한 통제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도덕은 소셜 네트워크라는 장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도덕적 인간'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허구한 날 도덕의 기근을 개탄하고 있지 않나. 재치 넘치는 연구로 2013년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로랑 베그는 이 책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특유의 유머감각과 깊이 있는 통찰로 '도덕적 착각'에 빠져있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인간이 원래 착하다는 증거가 무엇인가'에서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착하게 살라거나 제대로 살라거나 하며 훈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책도 아니고 성악설, 성선설 운운하는 철학적인 책도 아니다. 그저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고,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고찰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행렬 속에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인간 본성의 발견'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출발점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아직도 도덕 타령이라니! 이 책은 '도덕적 인간'이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망을 담고 있다. '착한 사람', '예의 있는 사람', '개념 있는 지식인'을 내세우며 스스로가 도덕적 인간임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지하철 옆자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도덕성을 긁어모아 곱게 포장해서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해 개인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곳에 진열하는 것은 비단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도덕은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고귀한 도덕성이 그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된다니,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그 모습을 바꾸는 인간의 도덕성은 이 책의 실험과 사례에 따르면 이토록 많다. 연구에 따르면 조깅하는 사람들은 자기를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열심히 달린다고 한다. … 위생수칙이라는 측면에서도 공중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볼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는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타적인 행동을 요청할 때에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권할 때, 사회적인 인맥을 고려하게 만들 때, 전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고 부탁할 때, 특히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탁할 때 그 요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성금 따위를 봉투에 넣어서 내게 하면 모금액은 확연히 줄어든다. -본문 53쪽 심지어 우리의 도덕성은 태어나자마자 타인에 의해, 그리고 사회가 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정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과 악이 마치 산소와 수소처럼 결합해 이루는 '좋은 생각'의 바다와 같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그 바다에 잠겨든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호모 모랄리스(homo moralis), 즉 '도덕적 인간'이다. 내 아들은 분만실에서 태어난 지 고작 몇 시간 만에 행동거지가 바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기의 체온 등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한 간호사가 차트에 '순하게 행동함'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던 것이다. -본문 10쪽 이처럼 우리는 태어난 지 단 몇 분 만에도 도덕성을 평가받는다. 사회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나'의 말과 행동, 외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결과는 우리의 사회적 교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가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유는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이 사회에 편입되고 싶은 그 마음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좋은 사회이건 나쁜 사회이건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나쁜 일임에도 모방하기까지 한다. 연구팀은 '낙서 금지'라는 표시가 뚜렷이 보이는 거리에 세워놓은 자전거들에 광고 전단을 꽂아두었다. '낙서 금지'라는 표시에도 불구하고 낙서가 많은 거리에서는 자전거 사용자들의 69퍼센트가 광고전단을 땅바닥에 함부로 버렸다. 그러나 낙서가 없는 깨끗한 거리에 광고전단을 버린 사람은 33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길 한복판에 '바리케이드에 자전거를 세워두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세우고 행인들에게 200미터를 돌아가게 했다. 그런데 바리케이드에 일부러 자전거 4대를 세워두자 자전거를 한 대만 세워두었을 때보다 이 지시를 어기는 비율이 세 배나 증가했다. -본문 137쪽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사회적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다가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이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기 위한 도덕적 열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애시는 실험을 끝낸 후 참가자에게 왜 틀린 줄 알면서 오답을 말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아는 바와 집단의 대답이 다른 것을 보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확실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그러한 불편함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불안, 고독감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다수'는 두 가지 유형의 압력을 행사한다. 하나는 개인이 갖지 못한 타당한 정보를 다수가 갖고 있다는 압력이고, 다른 하나는 다수의 입장에 대적함으로써 거부당하거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압력이다. -본문 97쪽 '평균의 착각'을 깨치고 인간의 도덕성을 냉정하게 바라보다 인간은 자기만족적 경향에 힘입어 자신에게 유리한 사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실패는 운이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심술을 부려서 일어난 일로 치부하고 만다. 저자는 우리가 심각한 '평균의 착각'에 빠져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중간 이상은 된다고 믿고 있으며, 자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고, 남보다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자기만족은 매우 보편적이며, 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화의 싹을 은닉하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인들은 자신이 다른 상인들에 비해 양심적으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다른 기상천외한 조사에서는 1000명의 일반인에게 죽어서 천국에 갈 것 같은 유명인을 물었다. 마더 테레사가 천국에 갈 거라고 답한 사람은 79퍼센트, 마이클 조던이 65퍼센트,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60퍼센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자기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