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 아닌 몸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 · Humanities/Social Science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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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뛰어넘는 ‘고전’으로 읽히는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들, 흑인이자 장애여성이며 레즈비언이었던 페미니스트 작가 오드리 로드의 자전적 소설은 그간 흑인 해방과 여성 해방의 관점에서 읽혀 왔으며 정치적으로 높게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을 장애 해방의 관점에서 다시금 읽는다면, 어떤 평가를 내려 볼 수 있을까?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애 인물들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의 4번째 권으로 출간된 『보통이 아닌 몸: 미국 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는 장애학의 관점에서 미국 문화와 문학을 비평하는 독창적이고도 선구적인 시도이다. 저자인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은 신체적 차이를 구경거리로 전시한 기형인간쇼(freak show)에서부터 폭력적인 노예제도의 실상을 폭로한 사회항의 소설, 흑인여성 작가들이 쓴 자전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한 미국 문화의 주요 장(場)을 경유하며, 장애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를 분석한다. 거대 담론이 무너진 틈으로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문화적 텍스트를 읽어 내는 비평적 작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주체의 관점에서 문화적 현상들을 읽어 내는 작업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 시선의 편향성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장애학의 관점을 수용하여 문화 비평 담론 자체를 보완해야 함을 역설하는 장애여성주의자의 비판적 제언이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옮긴이 서문 서문 1부 / 몸의 다름을 정치화하기 1장 _ 서론 : 장애, 정체성, 재현 문화 속의 장애 형상 | 문학에서의 장애 형상 | 재현과 현실 사이의 괴리 | 이 책의 개요와 선언 2장 _ 장애의 이론화 여성주의 이론, 몸, 장애 형상 | 보통이 아닌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 | 장애 형상과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이념 | 장애 형상과 노동의 문제 2부 / 장애 형상 구성하기: 문화와 문학 현장 3장 _ 미국의 기형인간쇼라는 문화 사업, 1835~1940년 구경거리로서의 보통이 아닌 몸 | 평균인 구성하기 | 동일시 그리고 차별화에 대한 갈망 | 기형인간에서 표본으로: “호텐토트의 비너스”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놀라운 몸의 결말 4장 _ 스토, 데이비스, 펠프스의 자선적 모성주의와 장애여성들 모성적인 여성 자선가와 그녀의 장애인 자매들 | 정의에 대한 요구로서의 장애 형상?: 『톰 아저씨의 오두막』 | 모성적인 여성 자선가의 권능화 | 몸으로부터 도피하는 자선적 모성주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 부담으로서의 여성의 몸 | 여성 체화를 위한 두 대립되는 각본: 『제철소에서의 삶』 | 아름다운, 탈체화된 여주인공의 승리?: 『침묵의 동반자』 5장 _ 페트리, 모리슨, 로드의 강한 여성으로서의 장애여성 흑인여성의 주체성 수정하기 | 강한 여성으로서의 보통이 아닌 여성: 『거리』 | 괴물에서 인조 인간으로 | 역사화된 몸으로서의 보통이 아닌 몸?: 토니 모리슨의 장애여성들 | 보통이 아닌 주체?: 『자미: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 특수성의 시학 결론 / 병적인 현상에서 정체성으로 후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경이로운 존재? 자선의 대상? 미국의 문화는 ‘장애’를 어떻게 재현해 왔는가 문화와 문학 비평에 장애학의 관점을 도입한 장애여성주의자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의 선구적 저작! 설화와 고전 신화로부터 현대와 탈근대적 ‘그로테스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장애인의 몸은 화자의 목소리에 의해 매개되어 제시되면서 기이한 모습의 구경거리로 전락한다. 장애를 지닌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텍스트에서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가 지시하는 타자성에 둘러싸여 있다. (본문 24쪽) 시공간을 뛰어넘는 ‘고전’으로 읽히는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흑인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들, 흑인이자 장애여성이며 레즈비언이었던 페미니스트 작가 오드리 로드의 자전적 소설은 그간 흑인 해방과 여성 해방의 관점에서 읽혀 왔으며 정치적으로 높게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들을 장애 해방의 관점에서 다시금 읽는다면, 어떤 평가를 내려 볼 수 있을까?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애 인물들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의 4번째 권으로 출간된 『보통이 아닌 몸: 미국 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는 장애학의 관점에서 미국 문화와 문학을 비평하는 독창적이고도 선구적인 시도이다. 저자인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은 신체적 차이를 구경거리로 전시한 기형인간쇼(freak show)에서부터 폭력적인 노예제도의 실상을 폭로한 사회항의 소설, 흑인여성 작가들이 쓴 자전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한 미국 문화의 주요 장(場)을 경유하며, 장애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를 분석한다. 그간 문학 작품 내에서 장애를 지닌 인물들은 주변적인 역할을 배정받거나 사회적 억압을 체화한 문학적 수사로서 기능했다. 이렇게 배정된 역할 안에서 신체적으로 ‘보통이 아닌’ 이들은 경이로움과 혐오라는 극단적인 감정, 혹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타자로서 그려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사회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개혁을 촉구하는 장에서조차 타자화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남성 주체를 비판한 여성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장애여성은 백인 여성 자선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저자가 문화와 문학 비평에 장애학의 관점을 도입해야 함을 역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이 책은 장애가 재현되는 실제 면면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 주체들의 목소리를 되찾고, 긍정적인 장애 정체성을 모색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토니 모리슨, 오드리 로드와 같은 흑인여성들의 글쓰기와 이들 작품의 인물 속에서 새로운 장애 정체성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투사한 환상과 두려움에 저항하면서 그들 스스로 해석하기를 주장”하는 흑인여성 작가들은 그들의 신체적 다름을 적극 수용하고 찬양하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이는 장애를 ‘결핍’이나 ‘결여’가 아니라 ‘보통이 아닌’ 몸(extraordinary bodies)으로 읽어 내려는 저자의 목표와 일치한다. 거대 담론이 무너진 틈으로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문화적 텍스트를 읽어 내는 비평적 작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주체의 관점에서 문화적 현상들을 읽어 내는 작업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 시선의 편향성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장애학의 관점을 수용하여 문화 비평 담론 자체를 보완해야 함을 역설하는 장애여성주의자의 비판적 제언이다. * * * 이 책의 1부는 ‘장애’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한다. 저자는 장애를 규정하는 다양한 조건들―‘아름다움’, ‘자립’, ‘체력’, ‘능력’, ‘정상’ 등―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문화에 근거해 있는지를 밝히며, 장애 형상의 반대인 ‘정상인’(normate)의 주체 위치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 이를 위해 미셸 푸코의 특수성과 정체성에 대한 사유, 메리 더글러스의 ‘불결한 것에 대한 이론, 어빙 고프먼의 ‘낙인' 이론, 그리고 관점 이론(standpoint theory)을 포함한 여성주의의 다양한 시도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2부는 장애가 재현되는 구체적인 장으로서 기형인간쇼, 감상주의적인 사회항의 소설, 흑인여성 작가의 소설 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기형인간쇼를 ‘구시대의 유물’로 단순하게 일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습이 현재에 어떤 양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흑인 해방, 여성 해방의 관점에서 관습적으로 읽혀 왔던 문학 텍스트들을 장애 해방의 관점에서 다룸으로써, 장애를 타자화하는 시선을 새로이 포착해 낸다. 장애 재현, 무엇이 문제인가? 텍스트적 묘사는 묘사를 완화하거나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는 다른 요소나 특성들을 생략하고 결과적으로 지워 버림으로써, 등장인물들의 특성과 특질과 행위에 큰 수사적 영향력을 부여한다. …… 그 결과 필연적으로 문학 텍스트는 장애 인물들을 정상화 맥락을 박탈당하고 단 하나의 낙인찍힌 특성에 둘러싸인 기형인간들로 만드는 것이다. (본문 24~25쪽) 장애를 재현하는 시각은 오로지 장애인 주체의 복잡한 특성들을 소거하고 겉으로 드러난 한두 가지의 특성으로만 주체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사실 장애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신체적 다름, 만성 또는 급성 질환,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상해, 이상한 몸의 비례 등 다양한 신체적 특징들을 포함하는 총괄적이고 인위적인 범주이다. 장애의 재현은 이처럼 개인들 사이의 다양함을 감추고 왜곡한다. 이는 문화 현장에서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비장애인들로 하여금 장애와 관련하여 왜곡되고 평탄화된 경험을 갖게 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운명/신/병균으로부터 친절한 대우는 받지 못했지만 내 존재의 잔인한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는 그런 강인한 사람으로 보아 주길 원한다. 불구라서 나는 활보한다”고 했던 낸시 메어즈를 비롯하여, 많은 장애인 주체들은 편견과 낙인을 거부하고, 자신의 신체적 다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스스로 규정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많은 문화적 현장에서 장애인 주체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현되었고, 결과적으로 대상화, 타자화되었다. 구경거리로 전시되는 ‘보통이 아닌 몸’ : 미국의 기형인간쇼 기형인간쇼는 지금 우리가 ‘인종’, ‘민족’, ‘장애’라고 부르는 몸의 다름을, 인간의 신체적 다양성의 원료로부터 문화적 타자성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과정을 보여 주는 의식 속에서 연출해 제시하였다. (본문 117쪽) 신체적 다름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고 타자로 제시한 대표적인 문화적 현장은 바로 기형인간쇼이다. 인종적으로 백인이 아닌 사람, 공동체의 풍습에 따라 신체를 변형시킨 사람, 전형적인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은 여성(우리에게 「블랙 비너스」라는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세라 사르지에 바트먼’) 등 기형인간쇼는 좁은 범주의 ‘정상’(전형적인 백인 남성상)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신체적 특이성들을 전시하였다. 기형인간쇼는 육체적이고 우발적이며 수동적인 기형인간들을 전시함으로써, ‘이성적이고 통제된’ 백인 남성을 이상형으로 하는 미국적 자아의 모습을 역으로 확인시켜 주었으며, 또한 구경꾼들에게 ‘정상’이라는 우월감과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 즉 신체적, 사회적 서열 체계를 극화한 문화적 의식 행사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쇼가 행한 사회적 역할을 분석하며, 구경꾼들의 시선이 자행한 폭력을 성찰하게 한다. 기형인간쇼의 전통은 인권의 측면에서 격렬히 비판받고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듯 보이지만, 보통이 아닌 몸을 전시하고 구경하는 관습은 ‘아름다운 몸’에 대한 대중문화의 찬양, 현대 의료의 담론 속에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장애의 해석을 지배하는 의학적 모형은 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신체적 특성에 대해 바로잡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