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페미니즘

낸시 프레이저
3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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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이자 비판 이론가인 낸시 프레이저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을 추적하고 앞으로의 단계에 대한 전망을 고찰한 책.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기존 좌파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의 맹점을 동시에 드러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책. 좌파 정치 측면에서는 복지국가가 지녔던 정치적 상상력의 한계를, 페미니즘 측면에선 1989년 이후 문화주의로 선회하면서 신자유주의와 공모하게 된 딜레마를 성찰한다. 총 3부,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제1부가 페미니즘 운동이 젠더 부정의와 자본주의의 남성중심주의에 본격 대항해 급진적 사회변혁운동에 합류하던 시기의 논의들이라면,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와 공모하는 사태까지 무릅쓰며 ‘분배’에서 ‘인정’의 정치로 선회하던 시기의 페미니즘을 씁쓸하게 조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1, 2부의 한계점을 성찰한 결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극복해 낼 급진적 페미니즘의 부활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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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3막짜리 연극에 부치는 프롤로그 1부 반란의 페미니즘 사회민주주의 시대에 등장한 급진적 비판이론 1 비판이론에 대한 비판 : 하버마스 이론과 젠더의 사례 2 욕구를 둘러싼 투쟁 : 후기자본주의 정치문화에 대한 사회주의 페미니즘 비판이론의 개괄 3 의존의 계보학 : 미국 복지국가의 핵심어 추적하기 4 가족임금 그다음 : 후-산업시대에 대한 사고실험 2부 길들여진 페미니즘 정체성의 시대, 분배에서 인정으로 5 상징계주의에 대한 반론 : 페미니즘 정치를 위한 라캉주의의 용도와 남용 6 인정의 시대 페미니즘 정치 : 젠더정의에 대한 이차원적 접근 7 이성애중심주의, 불인정, 자본주의 : 주디스 버틀러에 대한 반론 3부 되살아난 페미니즘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주의 위기에 맞서기 8 글로벌 세계에서 정의의 프레임 다시 짜기 9 페미니즘과 자본주의, 역사의 간계 10 시장화와 사회보호 사이에서 : 페미니즘의 양가성 해소를 위해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Description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낸시 프레이저의 본격 페미니즘 이론서 낸시 프레이저는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이자 비판이론가다. 인류의 진보와 여성해방을 외치는 좌파 페미니스트로서 한결같은 지적 활발함을 보인 그는 악셀 호네트, 주디스 버틀러, 리처드 로티, 아이리스 매리언 영 등과의 논쟁적 대화를 통해 특유의 명쾌한 문장과 정교한 논지를 과시해 왔다. 1989년 공산권 몰락 이후로 사회주의 페미니즘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듣던 시절에도 굴하지 않았던 특유의 비판적 분석은, 나날이 뚜렷해지는 신자유주의 붕괴 징후와 페미니즘의 세계적 반격 앞에서 더욱더 유의미하게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그간 저서인 『지구화 시대의 정의』를 비롯해 악셀 호네트와 나눈 논쟁을 엮은 『분배냐, 인정이냐?』 등이 번역되면서 한국에서 낸시 프레이저는 주로 정의이론을 주창하는 정치철학자로서 호명되어 왔다. 2016년에는 잡지 『말과활』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의 도래」라는 제목의 대담이, 또 논문 「자본과 돌봄의 모순」이 『창작과비평』 2017년 봄호를 통해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전진하는 페미니즘』(원제: Fortunes of Feminism)은 낸시 프레이저의 그 어떤 저서보다도 페미니스트로서의 면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책이다. 각 장을 구성하는 논문들은 그가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제2물결 페미니즘의 다양한 담론장에 실시간으로 뛰어들어 참여한 기록이기도 하다. 각 장마다 하버마스와 푸코를 상대로, 또는 라캉과 버틀러를 상대로, 크리스테바 혹은 폴라니를 상대로 낸시 프레이저는 더 포괄적이고도 적확한 페미니즘 이론화를 위해 분투한다. 이 한 권에 담긴 25여 년 동안의 전진과정에서 단적으로 관찰할 수 있듯, 내외적 수정보완을 멈추지 않는 프레이저의 이론은 최근의 것은 최근에 쓰인 만큼,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생생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리하여 더 견고한 사회정의론, 더 궁극적인 페미니즘 세상을 꿈꾸며 고민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긴요한 자극을 주고 있다.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역사 ―복지국가 자본주의와의 동맹-파국, 신자유주의와의 위험한 공모 낸시 프레이저의 페미니즘 비평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1960년대 말부터 50여 년에 걸쳐 요동친 제2물결 페미니즘의 흐름을 목도하게 된다. 각각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페미니즘이 희구하고 쟁취한, 혹은 포기하거나 빼앗긴 각종 권리, 분배, 인정, 충족, 개혁, 해방 등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의미화하는 것이 옳을지도 이로써 새롭게 보인다. 전체를 이루는 세 부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역사적 국면과 성취와 패배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해 준다. 총 3부,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제1부가 페미니즘 운동이 젠더 부정의와 자본주의의 남성중심주의에 본격 대항해 급진적 사회변혁운동에 합류하던 시기의 논의들이라면,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와 공모하는 사태까지 무릅쓰며 ‘분배’에서 ‘인정’의 정치로 선회하던 시기의 페미니즘을 씁쓸하게 조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1, 2부의 한계점을 성찰한 결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극복해 낼 급진적 페미니즘의 부활을 전망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서구사회는 2차대전 후로 수정자본주의 경제를 통해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렸지만, 그런 이상이 가능했던 건 사실 젠더, 인종, 민족, 종교 차원에서 타자들의 희생과 배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1부에서 살피는 페미니즘은 부르주아 이성애가족주의를 문제 삼고 자본주의 사회의 남성중심주의를 공격했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 국민국가라는 근본적 이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건 아니었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 지점을 이 시기의 아쉬움으로 짚는다. 한편 1990년대부터 펼쳐진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 대세는 역사의 물길을 완전히 바꿔 놓아서 페미니즘은 그때부터 ‘정체성의 정치’로 대표되는 문화운동을 지향하며 신자유주의와 타협하게 된다. 프레이저는 문화적 인정투쟁의 의의와 성과는 긍정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시기에 분배정의의 문제를 완전히 놓아 버린 것은 엄청난 불행이었음을 안타깝게 지적한다. 여타의 ‘진보적’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 역시 신자유주의와 본의 아니게 공모해 버리게 됐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직시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 여전한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젠더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해답의 프레임을 내놓는다. 현재 초래된 극단적 양극화 시대에 이르러 낸시 프레이저는, 일찍이 페미니즘이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비판하며 제기했던 경제적 분배에 대한 관심과 새롭게 주류가 된 문화적 인정 투쟁의 성과를 연결시킬 정치적 개입, 즉 ‘대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즉 경제적 분배, 문화적 인정, 정치적 대표로 요약되는 삼각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내세운 계급/젠더 이중체계론을 대체하는 이 입체적 페미니즘 정의론은 ‘분배냐 인정이냐’의 허구적 이분법을 피해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프레이저가 이 책에서 내놓는 대표적 제안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기성 담론의 이분법을 벗어나 내내 간과되고 있던 제3항을 찾아내는 산뜻한 해결책들이 몇 가지 제시된다. *경제적 분배가 우선인가, 문화적 인정이 우선인가? ⇒ ‘경제적 분배’―‘문화적 인정’―‘정치적 대표’가 모두 충족되어야! *시장화냐, 사회보호냐? ⇒ 시장―사회보호―해방!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델이 좋을까, 동등한 돌봄제공자 모델이 좋을까? ⇒ 여성, 남성 모두가 ‘보편적 돌봄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세계에서 오늘날 남성지배적 자본주의에 대항할 페미니즘의 길은? ―1장(1985년)부터 10장(2010)까지의 개괄 이와 같이 간략하게 살펴본 낸시 프레이저의 담론들은 각 장에서 보다 정교하고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낸시 프레이저가 챕터별로(즉 시기별로) 제시하는 논지와 새로운 개념들을 요약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1장 「비판이론에 대한 비판」(1985)은 전후 사회민주주의의 대표적인 급진 비판이론이라 할 수 있는 하버마스 이론의 한계를 진단하는 논문이다. 즉 현대사회의 비판적 분석에 유용한 틀을 제공한 하버마스의 주장이 한편으로는 공적 ·사적 재생산이나 상징적·물질적 재생산, 체제통합과 사회통합 같은 분석상의 구분을 실체로 여긴 나머지, 젠더 하위텍스트를 간과하고 사회질서의 남성지배를 제대로 개념화하지 못했음을, 그리하여 가족 문제에 관한 ‘입법화’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정했고 따라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확장하려는 페미니즘 투쟁이 문제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문제를 짚었다. 2장 「욕구를 둘러싼 투쟁」(1989)은 하버마스와 푸코 등이 빠뜨린 젠더 이슈의 범위를 재정치화하여 중심이었던 ‘욕구의 정치’를 페미니즘 투쟁과 연계하는 글이다. ‘욕구 충족’을 다루는 통상적 복지국가 담론에서 벗어나 ‘누가 그 욕구를 해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민주주의적 페미니즘으로의 방향 전환을 꾀했다. 욕구에 대해 객관주의를 자처하며 규정자 역할을 하는 기존의 분배 패러다임 내 헤게모니 자체가 실은 젠더 축을 포함한 권력투쟁 속에서 담론적으로 구성된 대상임을 지적하고,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 ‘가정적인 것’의 경계선 설정 등을 문제 삼으면서 프레이저는 욕구의 정치화를 페미니즘 투쟁과 연계하고 있다. 3장「의존의 계보학」(1994)은 복지 담론에서 부정적인 키워드로 기능해 온 ‘의존’(dependency)이라는 용어의 정치경제상, 젠더역학상 용법 변천을 추적하고 있다. 전근대에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가치중립적 ‘종속’ 개념이었던 ‘의존’이 근대 산업사회를 거치며 식민지주의, 남성중심주의에 입각해 식민지인, 원주민, 아내처럼 ‘여성적’인 존재, ‘일탈적’인 ‘잉여’ 집단에게 붙는 낙인이 되는 과정을 드러냈다. 그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