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Carl Sagan
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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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자에게 신이라는 가설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칼 세이건의 미망인인 앤 드루얀이 세이건의 수많은 원고와 메모 파일 속에서 그의 사후 10년 만에 발견해 낸 강연 원고를 엮어 펴낸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칼 세이건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와 신에 대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칼 세이건은 과학과 종교가 화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종교가, 특히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인격신적 일신교의 신학 담론이 지구라고 하는 좁은 공간과 시간에 묶여 있는 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특히 강연의 백미는 힌두교에서 기독교까지 수많은 신학자들이 제출해 온 신에 대한 가설들과 논증들을 검토하고 논박하는 6강 ‘하느님에 대한 가설들’이다. 고대 힌두교 철학자들과 근대 철학의 정초자인 칸트의 도덕적 논증은 물론이고 현대 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온갖 가설들을 논파하며 신의 존재 증거는 아직까지 자연과 우주 속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고 단언하지도 않는다. “증거의 부재가 곧 부재의 증거는” 아니고 아직 결론은 열려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과 종교의 공감, 이 공감을 나누어 지적 수렴점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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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편집자 서문 저자 서문 1강 자연과 경이: 하늘 탐사 2강 코페르니쿠스로부터의 후퇴: 현대의 자신감 상실 3강 유기적인 우주 4강 외계의 지적 생명체 5강 외계인 민간 전승: 종교의 진화에 관한 암시 6강 하느님에 대한 가설들 7강 종교적 경험 8강 창조에 반하는 범죄 9강 탐색 질문과 대답 감사의 말 그림 설명 옮긴이 후기: 종교가 과학 앞에서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찾아보기

Description

신의 길과 인간의 길, 종교의 길과 과학의 길은 만날 수 있는가? 신은 존재할까? 가장 오래된 이 질문에 대답한 사상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인류는 수만 년 동안 그 존재를 믿어 왔으며, 지금도 수억 명의 사람이 공개적으로 신앙 고백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와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고 차원의 신비를 파헤치는 현대 과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현대 과학자들에게 신이라는 가설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가장 오래된 질문 중 하나이지만, 아직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현대 과학자들은 나름의 대답을 해 왔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천문학자 중 한 사람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이 바로 칼 세이건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와 신에 대한 견해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칼 세이건이 1985년에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행한 ‘자연 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Gifford Lectures on Natural Theology)’을 정리한 것이다. 종교, 과학, 철학 분야의 강연들 중에서 가장 유서 깊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자연 신학에 관한 기퍼드 강연은 스코틀랜드 출신 법률가 애덤 기퍼드(Adam Gifford) 경의 유언과 기부금으로 시작되었다. 이 강연은 1885년 처음 펀드가 조성되고 1888년에 첫 강연이 시작된 이래, 1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4개 대학교(애버딘, 글래스고, 에든버러,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되고 있다. 신학자 칼 바르트, 알베르트 슈바이처, 라인홀트 니버, 루돌프 불트만, 위르겐 몰트만,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 과학자 J. B. S. 홀데인,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프리먼 다이슨, 리처드 도킨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 존 듀이,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 인류학자 제임스 프레이저, 소설가 아이리스 머독, 문학 평론가 테리 이글턴, 종교학자 막스 뮐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지식인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 강연을 토대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하이젠베르크의 『물리학과 철학』,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 프리먼 다이슨의 『무한한 다양성을 위하여』같은 걸출한 저술들이 쏟아져 나와 세계 지식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과학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신학을 모색하는 자연 신학을 주제로 한 강연이지만, 한쪽 입장만을 편드는 편협한 강연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눈을 돌리기를 원했던 기퍼드 경의 유지에 따라, 유신론자에서 무신론자까지, 종교인에서 과학자까지, 노학자에서 소장 학자까지 당대의 최고 지식인들로 이루어진 기퍼드 강연의 화려한 연사 목록은 현대 지성의 만신전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칼 세이건은 1985년 10월 14일 ‘자연과 경이’라는 제목을 첫 강연을 시작으로 10월 30일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탐색’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강연까지 글래스고 대학교의 강연장에 섰고, 강연장에 모인 왕립 학회 소속의 엘리트 학자들과 영국 국교회의 고위 사제들에서 대학생과 일반 시민까지 과학과 종교의 관계, 아니 우주의 비밀과 신의 존재를 탐색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뜨거운 강연을 펼쳤다. 칼 세이건의 이 강연은 곧바로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이 강연 원고는 완벽주의자 칼 세이건의 다른 미완성 메모들과 함께 파일 속에 묻혔고, 강연 후 10년 정도 뒤 칼 세이건이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빛을 보지 못하고 잊혀졌다. 그러나 칼 세이건은 신이나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계시로부터 도출한 영적 통찰을 종합”하려는 저술 기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 강연 원고를 그 기획 속에 통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세이건은 이 기획에 '에토스(Ethos)'라는 타이틀을 붙여 두었다. 과학을 건조한 정보와 지식의 집합체에서 영감과 성찰, 그리고 경이와 낭만이 가득한 지적 깨달음의 영역을 승화시킨 것으로 평가되는 위대한 과학 저술가였던 칼 세이건의 미완성 저술 기획이 실제로 어떤 결과물로 나왔을지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지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칼 세이건의 미망인인 앤 드루얀이 세이건의 수많은 원고와 메모 파일 속에서 그의 사후 10년 만에 발견해 낸 강연 원고를 엮어 펴낸 이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그 기획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길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웅혼한 메시지 진정으로 경건한 사람이라면 무신론의 낭떠러지와 미신의 늪 사이에서 아주 힘든 길을 나아가게 마련이다. -플루타르코스 생물학자이자 종교 비판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세이건의 책들은 모두 지난 세월 종교가 독점했던 초월적인 경이라는 신경 말단을 건드린다. 내 저서들도 같은 열망을 담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이건은 이 다른 모든 책에서 과학을 차가운 숫자 놀음에서 자연과 우주가 감추고 있는 경이와 경외에 이르는 길(道)로 격상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밖의 초월자나 신비주의에 기대지도 않는다. 온전히 과학적인 방법과 언어만으로도, 우리가 모르는 것과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숭배하고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해서 신의 존재나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경박하게 내치지 않는다. 인간 삶의 일부로서, 세계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유산으로서 존중하고 품어 안는다. 칼 세이건은 과학과 종교가 화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천문학이 이해하게 된 우리 인류의 우주 속 위치에서부터 시작된 칼 세이건의 강연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의 태양도, 우리의 태양계도, 우리의 은하수 은하도 우주의 중심이지 않으며, 이 우주에는 지구 같은 암석형 행성이, 태양 같은 항성이, 은하수 은하 같은 은하가 수없이 존재함을 보여 주고, 이 방대한 세계 속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현대 과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칼 세이건의 기존의 종교가, 특히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인격신적 일신교의 신학 담론이 지구라고 하는 극도로 좁은 공간과 시간에 묶여 있는 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인간의 앎의 영역이 하나하나 넓혀질 때마다 인간사에 세심하게 개입하는 신의 영역이 하나하나 좁혀지고 과학적 경험과 종교적 경험이 서로 일치해 감을 과학의 역사와 종교의 역사 같은 거대 지성사의 흐름을 가로지르며 보여 줄 뿐만 아니라, UFO 목격담이나 외계인 소동, 현대의 신흥 종교가 얽힌 온갖 사건들의 핵심을 짚으며 종교적 경험, 종교적 담론, 신의 존재에 대한 탐색의 이면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도록 강연의 청중들과 이 책의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세이건 강연의 백미는 힌두교에서 기독교까지 수많은 신학자들이 제출해 온 신에 대한 가설들과 논증들을 검토하고 논박하는 6강 ?하느님에 대한 가설들?이다. 고대 힌두교 철학자들과 서구 중세 철학자들의 우주론적 논증에서 근대 철학의 정초자인 칸트의 도덕적 논증은 물론이고 현대 물리학자들이 내놓고는 하는 인간 원리에 근거한 기묘한 물리학적 논증까지 온갖 가설들을 논파하며 신의 존재 증거는 ‘아직까지’ 자연과 우주 속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왜 하느님은 성서에서는 그렇게 뚜렷하면서도, 이 세계에서는 그처럼 모호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해서 과학이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고 단언하지도 않는다. “증거의 부재가 곧 부재의 증거는” 아니고, 아직 결론은 열려 있다며, 그리고 그 신 또는 하느님의 정의 역시 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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