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는 사회

올랜도 파이지스
5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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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집단적 인간'. 1917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고 권력을 쥔 볼셰비키는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를 꿈꿨다. 개인적인 것은 곧 부르주아적인 것이었다. 사적 소유는 물론 사적 생활도 있을 수 없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은 인간의 개인주의적 습성에 맞선 끊임없는 '전투'였다. 한 세기의 4분의 3에 걸친 세월 동안 소비에트 러시아는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에 찬 사상 최대의 인간 실험장이 되었다. 전투의 핵심 표적은 가족이었다. 볼셰비키의 눈에 가족은 자기중심주의가 자라나는 온상이었다. 아이는 이제 특정 부모의 자식이기에 앞서 국가의 자산이 되어야 했다. 볼셰비키 부모는 아직 학교에도 가지 않은 어린 자녀를 어른과 다름없는 작은 동지로 대접했다. 부부 싸움은 소비에트와 당 조직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받았다. 집을 가진 가족은 가난한 가족들과 의무적으로 방을 나누어 썼다. 사회주의 체제가 완성되면 개별 가족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이념적 단체와 조직이 가족을 대체할 것이었다. 마을, 학교, 직장에서도 집단적 인간의 창조를 위한 실험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속삭이는 사회>는 이 거대한 실험의 대상이 된 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스탈린 치하 소련 사회의 실체를 복원한다.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이 불신과 공포에 짓눌려 살아간 2억 인민의 비극으로 귀결되기까지, 평범한 개인들, 가족, 이웃, 친구들의 내밀한 삶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1권 지도 / 주요 인물 가계도 / 머리말 1장 1917년 혁명의 아이들(1917~1928) 가족의 소멸을 향해 “아이들을 국유화해야 한다.” 사생활이 사라진 세계 러시아인 할머니, 소련인 손주 옛 엘리트들의 적응과 변신 유대인인가, 소비에트 시민인가 2장 농촌 공동체의 전복(1928~1932) ‘자본가 농민’ 쿨라크를 박멸하라 땅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 노동수용소 제국, 굴라크 체제 아버지를 고발한 소년 영웅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나기 3장 사회주의 유토피아의 뒷면(1932~1936) ‘소비에트 부르주아’의 출현 아파트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향한 행진 인간 개조 프로젝트 노동수용소란 이름의 산업 4장 숙청과 공포(1937~1938) 숙청의 해일 살고 싶으면 침묵하라 의무가 된 밀고 그래도 당을 신봉하는 사람들 피를 나눈 배신자와 이웃의 구원자 남편을 믿느냐, 스탈린을 믿느냐 주석 / 찾아보기 2권 지도 / 주요 인물 가계도 5장 죽은 자와 산 자(1938~1941) 잡혀간 부모, 남겨진 아이들 고아들의 나라 ‘인민의 적의 자식’이라는 낙인 죄인의 아내 전용 수용소 전쟁 전야 6장 전쟁의 아이러니(1941~1945) 전쟁이 가져온 해방 전쟁터의 스타 시인 병사들은 당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전쟁 속 ‘행복한 개인’ 승리 뒤에 남은 환멸 7장 스탈린의 신민들(1945~1953) 전란의 폐허 위에서 은폐와 기만의 생존술 숙청 집행인이 된 작가 ‘체제의 적’ 유대인 사냥 독재자의 죽음, 통곡하는 사람들 8장 해빙과 귀환(1953~1956) 수용소에서 풀려난 사람들 “그녀는 내가 알던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나라가 망친 삶, 빼앗은 삶 나를 고발한 자를 용서할 수 있는가 9장 기억의 재구성(1956~2006) 독재자의 망령 내 안의 스탈린과 작별하기 만들어진 기억 흉터 그리고 치유 후기와 감사의 말 / 주석 / 인터뷰 명단 / 옮긴이 후기 / 찾아보기

Description

“조심하라, 이 책을 읽으면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앤터니 비버(역사학자, 《스페인 내전》 저자) 이 책은 스탈린 치하 러시아 사람들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처음으로 열어젖혔다. 이 무시무시한 사회 실험에 관한 저자의 탁월한 기록은, 독자들을 소비에트 유토피아의 심장부로 안내한다. - Marc Lambert · Scotsman 《속삭이는 사회》는 소비에트 억압 체제를 외부에서 분석하는 데 머물렀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체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가치관과 내면 심리에 끼친 영향을 당사자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한 최초의 책이다. 천 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터뷰와 무수한 편지 및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는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숨결까지 되살린다. 망가진 삶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산 생존자들, 부모의 상처를 대물림한 자식들이 이 책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얻는다. 극한 상황이 불러온 끔찍한 야만과 타락, 그 틈에서 피어난 인간 의지와 고결함을 낱낱이 증언하고 고백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공동체를 꿈꾼 사상 최대의 인간 실험장, 스탈린 치하 소비에트 러시아의 내밀한 목소리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집단적 인간’. 1917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고 권력을 쥔 볼셰비키는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를 꿈꿨다. 개인적인 것은 곧 부르주아적인 것이었다. 사적 소유는 물론 사적 생활도 있을 수 없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은 인간의 개인주의적 습성에 맞선 끊임없는 ‘전투’였다. 한 세기의 4분의 3에 걸친 세월 동안 소비에트 러시아는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에 찬 사상 최대의 인간 실험장이 되었다. 《속삭이는 사회》는 이 거대한 실험의 대상이 된 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스탈린 치하 소련 사회의 실체를 복원한다.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이 불신과 공포에 짓눌려 살아간 2억 인민의 비극으로 귀결되기까지, 평범한 개인들, 가족, 이웃, 친구들의 내밀한 삶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전투’의 핵심 표적은 가족이었다. 볼셰비키의 눈에 가족은 자기중심주의가 자라나는 온상이었다. 아이는 이제 특정 부모의 자식이기에 앞서 국가의 자산이 되어야 했다. 볼셰비키 부모는 아직 학교에도 가지 않은 어린 자녀를 어른과 다름없는 ‘작은 동지’로 대접했다. 부부 싸움은 소비에트와 당 조직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비판받았다. 집을 가진 가족은 가난한 가족들과 의무적으로 방을 나누어 썼다. 사회주의 체제가 완성되면 개별 가족은 결국 사라질 것이고 이념적 단체와 조직이 가족을 대체할 것이었다. 마을, 학교, 직장에서도 ‘집단적 인간’의 창조를 위한 실험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집단적 인간’은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생활을 감시해야 했다. 성실한 소비에트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의 눈과 귀가 될 책임을 졌다. 사회주의 유토피아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불순분자는 남김없이 색출할 필요가 있었다. 가족의 끈이 끊어진 사회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의심하고 남편이 아내를 밀고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빌미가 되어 노동수용소로 끌려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은폐와 배신, 침묵과 타협, 자기 세뇌와 이중생활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었다. 내가 체포되지 않기 위해 남을 고발해야 했던 사회에서 사람들은 어느 한순간도 마음 놓고 대화하지 못하고 ‘속삭이며’ 살아야 했다. 스탈린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통해 소비에트 체제의 실제 작동 과정을 들여다본다! ‘인간’과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조해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소비에트 실험은 실패했다. 그러나 소비에트 체제를 둘러싼 의문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중에서도 ‘국가의 폭력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체제가 70여 년이나 지탱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문제는 소련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다. 사회주의에 대한 열정이었을까, 아니면 폭력적인 국가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을까? 《속삭이는 사회》는 바로 이 문제를 중심에 두고 소비에트 사회의 실상을 면밀히 탐구한다. 《속삭이는 사회》는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과 가족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내면 세계를 통해 소비에트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고, 나아가 소비에트 체제의 작동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유례 없는 책이다. 제정 러시아와 러시아 혁명 연구로 널리 알려진 영국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는 1980년대 중반 러시아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처음 이 책을 구상했다. 구상은 20여 년에 걸쳐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다듬어졌고, 2002년부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페름, 알마아타, 노릴스크 등 구소련 지역 전역에 걸쳐 진행한 5년간의 심층 조사와 집필을 통해 마침내 이 역작이 탄생했다. 《속삭이는 사회》의 중심 등장인물은 혁명 초기, 즉 1917년부터 1925년 사이에 태어난 ‘혁명의 아이들’이다. 이 세대의 삶은 혁명과 러시아 내전, 신경제정책(NEP), 농업 집단화와 5개년 계획, 1931~1932년의 대기근, 1937~1938년의 대숙청,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으로 이어지는 소비에트 체제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다. 《속삭이는 사회》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소비에트 체제의 단면을 대표한다. 스탈린 시대에 국가 폭력을 경험한 희생자 가족들, 수용소 관리나 비밀경찰로 복무하며 체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 사람들, 체제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조용히 순응하거나 협력한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와 생활상이 이 책에서 생생하게 드러난다.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는 ‘소비에트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 철저히 금욕적인 생활을 했던 볼셰비키 혁명가부터, 자신의 가치관을 숨기거나 바꾸면서 새로운 소비에트 사회에 적응해야 했던 제정 러시아 시대의 귀족과 엘리트 출신들, ‘자본가 농민’ 쿨라크(kulak)로 낙인찍혀 수용소에 수감된 농민들,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는 잘 모르지만 당과 스탈린에 대한 충성심으로 출세한 노동자·농민 출신의 1930년대 신흥 관료층에 이르기까지, 소비에트 사회를 구성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이 책에는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몇 세대에 걸쳐 상세하게 그려지는 가족들이 있다. 이들 가족의 역사는 소련 민중 전체의 역사를 대표한다. 이웃 소년에게 ‘쿨라크(부농)’로 고발당해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고향에서 쫓겨났으나 먼 훗날 그들의 인생을 만신창이로 만든 소년을 기꺼이 용서한 골로빈 가족, 1917년 혁명의 세계주의 이상을 믿었으나 결국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고초를 겪어야 했던 라스킨 가족, 제정 러시아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철저한 스탈린주의자가 되었던 작가 시모노프의 가족이 그들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한 인간의 기구한 생애, 세기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한 가족의 비극적 연대기에는 장편 대하소설을 방불케 하는 무게와 감동이 있다. 무엇이 평범한 사람들을 공포 체제에 협력하게 만들었는가? 개인의 마음에 스며든 ‘소비에트 유토피아’의 진짜 모습을 밝힌다 《속삭이는 사회》는 스탈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스탈린 체제가 사람들의 정신과 감정에 스며들어 그들의 가치관과 인간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탐구한다. 그리하여 무엇이 수많은 사람들을 스탈린 공포정치 체제의 조용한 방관자이자 협력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지, 체제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들어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추적한다. “스탈린 체제의 진정한 힘과 지속적인 유산은 국가 구조나 지도자 숭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 ‘우리 모두에게 침투한 스탈린 체제’에 있었다.”(1권 29쪽)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많은 개개인의 기억과 증언을 모으고 재구성하여, 저자는 스탈린 시대의 전체상을 보여주는 장대한 모자이크를 엮어내 독자 앞에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