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Honobu Yonezawa · Novel
5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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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스터리 랭킹 1위를 휩쓴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2001년 네팔에서 실제 일어난 왕실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쓴 작품이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는 물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을 뒤흔들며, 다치아라이, 그리고 우리 독자들에게 '앎'과 '전하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 강렬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황태자가 왕고 왕비를 포함해 여덟 명을 살해한 잔혹한 사건이 벌어진다. 때마침 마을에 머무르던 기자 다치아라이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난 정보원이 다음날 사체로 발견되는데…. '밀고자'라는 단어가 새겨진 사체는 과연 왕실 살인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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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 때 이른 기도 2 도쿄 로지 202호 3 렌즈 캡 4 거리에서 5 왕의 죽음 6 기나긴 장렬 7 조포(弔砲)의 밤 8 소문의 거리 9 왕과 서커스 10 상처로 새긴 글자 11 완벽한 요주의 사진 12 다화(茶話) 13 신문과 수색 14 대머리독수리와 소녀 15 두 경관 16 INFORMER 17 총과 혈흔 18 용기의 근거 19 펜을 쥐다 20 공허한 진실 21 적의 정체 22 위대한 장소 23 기도보다도 작가 후기

Description

2016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6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15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2016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황태자가 왕고 왕비를 포함해 여덟 명을 살해한 잔혹한 사건이 벌어진다. 때마침 마을에 머무르던 기자 다치아라이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난 정보원이 다음날 사체로 발견되는데……! ‘밀고자’라는 단어가 새겨진 사체는 과연 왕실 살인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 2016년 미스터리 랭킹 1위를 휩쓴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미스터리 장편소설. 2001년 네팔에서 실제 일어난 왕실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쓴 작품이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는 물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을 뒤흔들며, 다치아라이, 그리고 우리 독자들에게 ‘앎’과 ‘전하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 강렬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야경』에 이어 2015, 2016 2년 연속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면목! 네팔 왕실 살인 사건 『왕과 서커스』의 모티프가 된 네팔 왕실 살인 사건은 2001년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다. 2001년 6월 1일 네팔의 나라얀히티 궁전에서 왕실 가족 모임이 열렸다. 분위기는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술을 마시던 디펜드라 왕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왕세자는 자동 소총으로 중무장하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인 비렌드라 왕에게 총을 겨누었다. 결국 왕과 왕비, 공주 등 여덟 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왕세자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뇌사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왕이 사망하면서 왕실 법에 따라 중태에 빠진 디펜드라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였고 나흘 뒤에 숨을 거두면서 왕위는 그의 삼촌인 갸넨드라에게 돌아갔다. 엘리트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왕세자가 이런 잔혹한 사건을 벌인 까닭은 결혼을 반대당해 생긴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후문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 오히려 과장되어 보이기까지 한 이 사건은 『왕과 서커스』에 과장도 축소도 없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1년 9월 11일부터 세계는 크게 변해 버렸다. 그 후의 세상을 무대로 하는 경우 현실로 접근하는 방법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 전 단계에 있는 세계를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네팔 왕궁 살인 사건을 신작의 소재로 선택했다. “자기가 처할 일 없는 참극은 더없이 자극적인 오락이야.”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동네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소한 정보부터 지구 정반대편, 평생 가볼 일 없을 나라의 사건까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라틴어로 “빵과 서커스”라는 말은 “황제가 국민에게 주는 것은 음식과 오락이다”라는 의미이다. 제목 “왕과 서커스”는 이 “빵과 서커스”라는 말을 가볍게 비꼰 말로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알려고 하는 의지만으도 의미가 있다고 자위하는 현대인들에게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실로 슬퍼하는 게 아니라 비극을 소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 질리기 전에 다음 비극을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229쪽) 자신과 상관없는 비극을 오락으로 받아들이는 행위에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심지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진실’이 사실은 남의 비극을 소비하고 있는 일이며, 이렇게 의식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렇게 해왔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작가가 사건의 무대로 네팔을 선택한 것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도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생소한 곳을 배경으로 삼아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그린 『안녕 요정』을 계기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타국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을 이렇게 간단하게 소설의 소재로 삼아도 좋을까 고민하던 작가가 후에 이걸 주제로 소설을 집필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왕과 서커스』는 라제스와르 준위의 입을 통해, 그리고 다치아라이의 끊임없는 자문을 통해 이런 물음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선택을 하는 다치아라이를 통해, 이 문제는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걸로 숙제가 끝난 건 아닙니다. 평생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보니까요. 그러니까 다치아라이 시리즈도 완결됐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인터뷰 중에서)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정치를 천직으로 삼는다”라고 적혀 있다. 그 ‘천직’을 독일어로 ‘베루프’라고 표현한다. 눈초리가 날카로웠던 고등학생 다치아라이는 10년이 지나 기자를 업으로 삼아 살고 있다. 신문사를 나와 프리랜서 기자로서 자신의 천직, 그리고 기자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끊임없는 자문을 계속해나갈 그녀를 위해 새 시리즈명을 ‘베루프’ 시리즈라고 이름 지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수수께끼에 그치지 않는 미스터리 『왕과 서커스』 전반부의 이야기는 이국적인 네팔의 외양과 식습관, 풍습 등을 소개하며 주인공의 잔잔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카트만두에서 알게 된 인물들과의 교류와 도시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과 함께 평온한 네팔 여행을 만끽하던 시간은 왕궁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라제스와르 준위가 피살되면서 반전되기 시작한다. 사건과 단서들이 쌓이면서 점점 추리소설다운 용모를 갖추어나가는 것이다. 일상에 대한 묘사에서 서서히 미스터리로 바뀌는 이 그러데이션이야말로 『왕과 서커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 사건에 이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또 다른 사건으로 발전해 점차 부풀어오른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여러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맞물려 커다란 충격을 안긴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됨으로써 종결을 맞이하는 평이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러 비로소 알게 되는 촘촘한 미스터리식 구성은 『왕과 서커스』가 단순한 성인 성장 소설, 혹은 미스터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0대의 요네자와 호노부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왕과 서커스』의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가 20대에 발표한 『안녕 요정』의 등장인물이다. 『안녕 요정』은 먼 타국에서 온 마야라는 소녀와 일본 고등학생 모리야의 이야기, 그리고 마야의 고국은 어디인지에 관한 수수께끼를 그린 청춘 미스터리. 『왕과 서커스』로부터 10년 전, 1991년을 무대로 하는 『안녕 요정』에서 다치아라이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작품 전반에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탐정 역을 맡았던 다치아라이가 ‘베루프’ 시리즈라는 신작 시리즈의 첫 번째 권에 해당하는 『왕과 서커스』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감사의 말에 나오는 ‘마리야 요바노비치의 추억에 부쳐’라는 문장은 마야를 일컫는다. 『안녕 요정』의 속편 아닌 속편을 신작으로 집필한 것은, 작가가 『안녕 요정』에서 다 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주인공이 10대였기 때문에 행동 범위에 한계가 있어 그를 해외까지 보낼 수 없었다는 점. 두 번째는 마야가 끌어안고 있는 슬픔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세 번째는 아무 관계도 없는 머나먼 나라의 아픈 현실을 이렇게 간단히 소설로 담아내도 괜찮은가 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안녕 요정』이 중심 사건과는 간접적으로만 연결되는 이야기였던 것에 반해, 『왕과 서커스』는 주인공이 직접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