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 Novel
4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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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김언수 작가의 2010년작.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받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게끔 전체적인 구성을 짜는 '설계자'. 이 설계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암살자'다. 소설은 설계자와 암살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하나씩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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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에 대하여 아킬레우스의 뒤꿈치 털보네 애완동물 화장장 개들의 도서관 캔맥주를 마시다 푸주 미토 뜨개질하다 개구리가,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이발사 그리고 그의 아내 왼쪽 문 작가의 말_ 숲에 있다

Description

언제나 핵심은 총을 쏜 자가 아니라 총을 쏜 자 뒤에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캐비닛』을 읽은 후의 감정이 ‘질투’였다면 『설계자들』을 읽은 후엔 ‘경탄’이다. 피 냄새를 맡은 이리처럼 흥분된다. _(소설가 권여선) 숙련된 킬러처럼 그는 군말을 하지 않는다. 빠르고 서늘하게, 또 서슴없이 읽는 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문장과 이야기를 구사한다. 이런 이야기꾼과 소설을 우리는 기다려왔다. _(소설가 박민규) 『캐비닛』의 작가 김언수가 돌아왔다. 2006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그를 두고 “괴물”이라 했고, 소설가 전경린은 “낯선 조짐”이라 했던바 강렬한 세계관과 함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실함을 놓치지 않았다는 찬사를 들었던 바로 그 김언수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을 들고 우리들을 찾아왔다. 『설계자들』로다. 그나저나 설계, 설계자라니. 영어로 풀자면 ‘The Plotters’다. 뭔가 음모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간단히 말하자면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받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게끔 전체적인 구성을 짜는 사람이 설계자다. 그리고 다시 이 설계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암살자다. 소설은 설계자와 암살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하나씩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물론 복잡다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의 구조는 기본이다. 그래서 묻노니, 이 소설은 다분히 우리들 인생사의 투시도가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 설계자인 동시에 그 계획을 실현시키는 킬러이며 또한 그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칼을 쥔 자라고 믿었지만 그 칼에 맞아 죽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내민 건 손이라고 믿었지만 그 손에 누군가가 맞아 죽는 것 또한 인생이니 말이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말하지 않고 그저 끊임없이 무엇일까 보여주는 데서 해답을 찾아보라는 이 불친절한 소설의 힘! 결코 밝을 수 없는 그 어두움이 주제라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들 인생사에 한껏 몰입하게 되는 데는 무엇보다 읽기의 힘이 큰 연유가 될 것이다. 우리들을 소설로부터 눈 못 떼게 하는 힘, 그 재미. 시적인 단문으로 속속들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내는 데 있어 작가의 탁월한 재주는 잘 다듬어진 칼날처럼 아름다운 빛을 낸다. 그래서일까, 그 많은 캐릭터 중 미운 사람 하나 없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 하나 없으며, 어느 순간 그 모두를 껴안고 마지막 장에 이르게 된다. 이는 에너지 넘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구성한 플롯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작가가 이 긴 장편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곧 장악하고 있던 완력이 세심하면서도 힘에 넘쳤기에 가능할 것이다. 이토록 재미나는 소설과 이토록 재미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귀함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소설에 있어 귀하다고 느낄 땐 귀하다고 말해줌과 동시에 꼼꼼하게 읽어주는 것보다 더한 찬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김언수의 재등장은 한국 장편소설계에 즐거운 침범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즐겁게 읽어주시라! ‘설거지들’의 탄생 『설계자들』은 문학동네 카페 연재 사상 초유의 인기를 끌었다. 네 달의 연재 기간 동안 오후 3시면 어김없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코너가 들끓었다. 열혈팬들은 스스로를 ‘설거지들’이라 부르며, 작품 패러디나 배역 캐스팅 놀이 등으로 작가 못지않은 창조력을 보여줬다. 근본적으로는 작가가 소설을 장악하고 힘 있게 휘두르는 데 매료당해서겠지만, 인터액티브한 글쓰기라 할 만큼 작가가 독자들과 호흡을 나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기 발랄한 댓글을 달며 호응을 한 독자를 단역으로 등장시키거나, ‘설거지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시를 남기는 등 연재 내내 엄청난 활기가 넘쳤다. 그 활기를 모두 단행본에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며, 동시에 단행본 출간 이후 설거지들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