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수집가

Tadashi Ota · Novel/Horror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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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다다시의 장편 연작소설. 소설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이야기들은 유머와 해학,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의뢰인이 탐정에게 사건을 상담한 이후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소설의 기본 구도로, 일곱 명의 의뢰인의 일곱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뚱뚱한 몸매, 축 늘어진 얼굴에 로이드안경을 쓴 채, 한 손엔 시가릴로, 한 손엔 위스키 잔을 들고 거만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자칭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 그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안 가는 기묘한 카리스마의 조수, 히사카. 두 사람은 진짜 기담을 찾기 위해 상당액의 상금을 걸고 신문 광고를 하게 되는데…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의뢰인 No. 1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 의뢰인 No. 2 거울 속에 사는 소녀 의뢰인 No. 3 마술사의 슬픈 예언 의뢰인 No. 4 사라져버린 물빛 망토 의뢰인 No. 5 겨울장미의 비밀 의뢰인 No. 6 금안은안사안(金眼銀眼邪眼) 의뢰인 No. 7 모든 것은 기담을 위해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식스 센스'는 잊어라!” 오싹하고 뭉클한 ‘서프라이즈’ 기담 퍼레이드 긴장감과 흡입력, 탐정소설식 구성과 오싹한 반전까지 완벽한 추리소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학교를 떠도는 기담에 혹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 학교 소풍날에는 매번 비가 온다든가, 밤이면 밤마다 학교를 떠도는 여학생 귀신이 있다든가, 화장실에 가면 귀신이 빨간 손을 내밀며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한다는 공포 기담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오늘날 그 활동이 더욱 절실해진) 아이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매의 신비한 이야기나, 착한 이에게 복을 주고 나쁜 이들을 혼내준다는 도깨비 설화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기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기담은 21세기 기계화된 첨단 문명사회에서도 도시전설과 같이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담을 즐기는 걸까? 정답은 역시 문학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성격과 동일하게 사람들의 욕망, 억압받은 감정을 대변해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 다다시의 장편 연작소설 『기담 수집가』(레드박스 발행, 2009년 7월 10일)에는 과연 어떤 기담이 담겨 있을까? 사실 이 소설은 잔혹한 복수극이나 엽기적 공포가 주요 특성인 일본 기담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인류 보편적인 ‘유머와 해학’,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도깨비 설화에 더 가까운 기담이다. 또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의뢰인이 탐정에게 사건을 상담한 이후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소설의 기본 구도를 취하고 있어, 흡입력과 호기심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곱 개의 이야기는 각각 나름대로 메타포를 머금고 있는데, 예컨대 「자기 그림자에 찔린 남자」는 ‘본래의 자아와 사회적 페르소나의 대립’에 관한 심리학적 주제를 건드린다. 자아를 억제하고 사회가 바라는 도덕적 이상형인 페르소나에 억눌린 인간이 스스로 그림자, 즉 ‘섀도’를 만들어내어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상적 삶에서 탈출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겨울장미의 비밀」), 환생과 롤리타콤플렉스(「거울 속에 사는 소녀」), 유산을 둘러싼 살인사건(「마술사의 슬픈 예언」) 등등 꼭지별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일곱 개의 이야기가 전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독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준다. 운율처럼 반복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진 독자에게 마지막 반전에서 느낄 수 있는 오싹한 감동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해학과 유머가 가득한 기담 수집가의 매력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자칭 기담 수집가, 에비스 하지메는 사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 중 가장 친숙한 존재이다. 복을 불러온다는 마네키네코(招き猫)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희극적 캐릭터, 에비스는 인간 세상을 조롱하기도 하고 애환을 풀어주기도 하는 풍요의 신이다. 그는 술과 담배, 신기한 이야기를 즐기며,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적인 신들과 똑같이 조수 히사카의 말에 별안간 화를 내는가 하면 이내 마음을 풀고 그와 의뢰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인간의 감정을 희로애락오욕(喜怒哀樂愛惡欲), 즉 칠정(七情)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면 에비스는 그야말로 그 일곱 가지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반면 그의 조수 히사카는 마치 ‘셜록 홈스’를 방불케 하는 이성적 추리력으로 의뢰인의 기담을 과학적이고 논리적 설명으로 간단하게 해석하는 탐정 역할을 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트펠레스에 비유되는 두 캐릭터는 작품을 순조롭게 이끌면서 위트와 풍자, 추리적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