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이택광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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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가 이택광, 한국 보수의 음란함을 파헤친다. 문화는 한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아닌 인간의 모든 행위가 만들어낸 현상들과 행위들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문학작품 등은 그 사회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것을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구체적인 문화 현상을 저자는 몇 가지 개념으로 묶어 하나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 받을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책의 목표가 겉으로 드러나는 ‘냉전수구세력’ 같은 보수뿐 아니라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보수를 비판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2002년에 한국 사회에서 진보로 알려진 것들이 대체로 보수주의에 속한다는 사실을 밝혀보고자 했던 시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화와 문학작품이 보여주는 우리 문화 현상들을 거시적으로 살펴봤다면 김영민, 강준만, 김용욱, 김지하, 이진경, 진중권, 김규항을 통해서는 사회를 분석하고 점검한다. 이것들을 통해 날로 복잡해지고 넓어지는 자본주의의 리얼리티를 총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지도 그리기’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명확한 실측의 지도가 아니라 다채로운 선과 좌표들의 무늬로 이루어진 지도다. 저자는 문화비평을 ‘모든 보수주의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문화비평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주체와 정치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고찰을 제공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문화비평은 이데올로기를 해체해서 그 기원을 개방하는 것을 시도한다. 따라서 문화비평은 역사적인 고찰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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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개정판 내며 머리말 프롤로그 서사의 무덤에 새겨진 묘사라는 비문 제1장 서사는 초월의 욕망이다 1. 재현의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2. 리얼리즘의 적들, 루카치를 욕보이다 3. 게으른 앵무새들, 문화비평가가 되다 4. 제임스 본드, 오우삼을 만나다 5. 멜로드라마 영화의 노스탤지어 제2장 스펙터클과 서사의 위기 6. 시놉티콘의 용감한 신세계 7. 성냥팔이 소녀가 재림한 진짜 이유 8. 유토피아 또는 포르노그라피 제3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9. 민족 로망스의 네버-네버 랜드 10. 친일 문학의 미학 11. 축구는 독립운동이다 12. 두 보수주의자의 초상 13. 유령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찾아오는가 제4장 문화는 적대이다 14. <친구>, 현실을 우회하는 한 가지 방법 15. 지극히 해피하지 않은 <해피엔드> 16. <텔미썸딩>,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17.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버지의 이름이 계급을 만날 때 18. 리얼리티는 상징적 표면을 가지고 있다 제5장 우리가 섹슈얼리티와 ‘그 짓’을 하는 몇 가지 방법 19. 섹슈얼리티와의 음란한 탱고 20. 억압된 것은 어떻게 귀환하는가 21. 즐거운 섹스 제6장 한국 문화의 새로운 지형도 22. 386세대의 불행 23. 김영민, 잡된 글쓰기의 모티브 24. 강준만의 자유주의 25. 김용옥이 텔레비전으로 간 까닭은 26. 김지하를 위한 변명 27. 이진경, 진중권, 김규항 에필로그 보수주의에 맞선 지도 그리기

Description

세상을 깊숙이 파헤치는 문화비평가 이택광, 음란한 한국 문화의 보수성을 말하다 “2002년에 2012년 한국 사회를 예견하다." 저자는 ‘개정판을 내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2002년은 한국 사회로 본다면 ‘논객의 시대’였고,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자유주의라는 보호막 덕분에 지식인들이 냉전수구세력의 빨갱이 사냥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때만큼 많은 이가 사상적 커밍아웃을 선언한 적이 없었다. 마치 1990년대 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았던 포스트모더니즘이 성소수자들을 옷장에서 나오게 만들었던 것처럼 그동안 빨갱이 소리나 듣던 사회주의자나 진보적 자유주의자가 공공연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 당시였다. 확실히 2002년은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의 수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인 것 같다. 그 이후 한국은 급격하게 보수화했고,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화라는 용어가 무색한 상황이 만들어져 버렸다. 정당정치가 위기에 처하고 먹고사니즘이 판을 치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성할 20대와 30대가 비정규직이라고 불리는 노동유연화 정책의 직접 피해자가 되어 정처 없는 탈정치의 삶을 살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개정판을 내기 위해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를 다시 읽으면서 당시에 ‘보수지배사회’로 한국을 진단했던 판단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목표가 겉으로 드러나는 ‘냉전수구세력’ 같은 보수뿐 아니라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보수를 비판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2002년에 한국 사회에서 진보로 알려진 것들이 대체로 보수주의에 속한다는 사실을 밝혀보고자 했던 시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화와 문학작품이 보여주는 우리 문화 현상들을 거시적으로 살펴봤다면 김영민, 강준만, 김용욱, 김지하, 이진경, 진중권, 김규항을 통해서는 사회를 분석하고 점검한다. 이것들을 통해 날로 복잡해지고 넓어지는 자본주의의 리얼리티를 총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지도 그리기’로 마무리 짓는다. 이는 명확한 실측의 지도가 아니라 다채로운 선과 좌표들의 무늬로 이루어진 지도다. 저자는 문화비평을 ‘모든 보수주의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문화비평은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주체와 정치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고찰을 제공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문화비평은 이데올로기를 해체해서 그 기원을 개방하는 것을 시도한다. 따라서 문화비평은 역사적인 고찰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철학사 없는 철학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모든 비평은 기본적으로 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