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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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 그의 일생을 담은 단 한 권의 시집 아침 하늘 환하기 전에 깨어나니, 아직 어둑한 지붕들 위로 굴뚝들은 느린 연기를 풀어내고 새들은 "Sine fine dicentes“ 모든 사랑은 살아 있으라. _<아침에 부쳐> “독창적인 언어로 인간 경험의 주변부와 그 특수성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다.” - 스웨덴 한림원 전위적인 극과 자전적인 소설로 문학 실험을 이어간 페터 한트케의 시집 『시 없는 삶』이 읻다 시인선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된다. 4부로 이루어진 『시 없는 삶』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페터 한트케의 작품 여정을 좇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관객모독』과 『카스파』를 통해 언어극이라는 파격을 선보였고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를 통해 현대인의 불안을 그리며 자신만의 서사를 갖춰 나간 한트케는『소망 없는 불행』과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를 통해 자전적 형식의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키워 나갔다. 또한 빔 벤더스와 함께〈베를린 천사의 시〉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다양한 장르의 문학 실험을 전개한 한트케는 시작(詩作) 또한 이어가고 있었다. 편집자 울라 베르케비츠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시집은 1960년 후반부터 1986년까지 쓴 시들을 한트케가 다시 배치한 모음집이다. “자신의 내면은 다소나마 외부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이 책의 1부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는 『관객모독』(1966)과 『카스파』(1967)라는 ‘언어극’ 형태의 전위적 실험을 시詩에서 이어간다. 한트케의 초기 작품들은 ‘언어를 통해 구성된 인간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 곧 현실’이라는 관점 아래, ‘47 그룹’에게 문제 제기했던 참여문학과 신사실주의에 반대하고 ‘나에게 있어 하나의 가능성은 그때마다 딱 한번만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가능성의 모방은 이미 불가능하다. 하나의 서술모형을 두 번째로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 새로움은 존재하지 않고 기껏해야 변형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역자의 설명과 같이 “언어를 분해하고 관찰하며 실험하는 동안 현실세계 전체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전위시의 면모”가 드러나는 1부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접할 수 있다. 1969년 출간 당시, 신문을 콜라주하거나 글자의 변형, 다양한 서체를 통한 강조, 구두점 활용과 행의 독특한 배치 등을 통해 시의 형태적 변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시간과 경험(체험), 죽음, 역할극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며 ‘외부세계에 대한 기술記述는 곧 내부세계에 대한 기술이자 저자의 의식에 대한 기술이 되며, 그 역 또한 그러하고, 그 역 또한 마찬가지’라는 한트케의 설명과 같이 언어의 형식을 바탕으로 자아와 타자, 자아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형식으로 기술하고자 시도한다.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시 중 하나는 마르셀 뒤샹의 ‘샘’과 같은 형식의 습득물(objet trouv?)을 활용한 시로 다음과 같다. 1968년 1월 27일 FC 뉘른베르크 포메이션 바브라 로이폴트 포프 루트비히 뮐러 베나우어 블 랑켄부르크 슈타레크 슈트렐 브룽스 하인츠 뮐러 폴케르트 경기시작: 15시 _ 〈1968년 1월 27일 FC 뉘른베르크 포메이션〉 또한 한트케는 ‘일상적인 무언가를 문득 다른 눈으로 보고, 이를 통해 그 대상을 정말 처음 보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거꾸로 관찰하는 방식도 제안한다. 잠들 때 내가 깨어난다: / 내가 대상을 보는 게 아니라 대상이 나를 본다; /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발밑의 바닥이 나를 움직인다; / 내가 거울을 보는 게 아니라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본다; / 내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말이 나를 발음한다; / 창문으로 가면 내가 열린다. _ 〈전도된 세계〉 중에서 언어에 대한 실험에서 자신에 대한 서사로 『시 없는 삶』의 강점은 1960년대 기성 문단을 비판하며 등장한 20대의 작업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베를린 천사의 시〉시나리오 작업을 한 40대 초반에 이르는 이십여 년간의 여정을 일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의 첫 번째 시인 ‘새로운 경험’에서 외할머니의 죽음을 비롯해, 생경한 체험에서 오는 자신이 겪은 첫 번째 감정을 기술한다. 이와 같은 방식은 60년대, 격렬하게 문단의 관행을 비판하며 가장 새로운 방식의 문학에 전념했던 70년대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예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70년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통해 전통적 서사의 변형에 대해 시도해 보았던 한트케는 이혼과 딸 아미나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르게 되고자 하는 필요’에 따라 ‘주의 깊게 아름다운 삶의 형식들’을 재발견하길 바라며 ‘일상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들’을 묘사하길 바라는 자세로 전환한다. 1972년 쓴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와 『소망 없는 불행』이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집의 후반부인 〈산책의 끝〉과 〈지속의 시〉, 〈시 없는 삶〉은 이와 같은 맥락에 맞닿아 있다. 딸 아미나가 태어나고 『내부세계의 외부세계의 내부세계』를 출간한 1969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한트케는 쾰른에서의 생활과 미국 강연 여행 이후, 1973년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산책의 끝〉과 〈시 없는 삶〉이 수록되어 있던 『아직 소망이 쓸모 있던 시절』은 이 시기의 페터 한트케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고 있다. 느린 사물과 얘기를 나누어라 / 느린 사물의 빛과 얘기를 나누어라 / 느림의 빛 속에 있는 사물과 얘기를 나누어라 _ 〈아무도 없다〉 한트케는 파리 지하철 8호선의 기점에서 종점에 이르는 여정인 ‘발라르-샤랑통 지하철’에서 시작해 시선이 닿는 곳, 마음이 지나는 자리, 기억이 멈추는 장소를 스치며 계절의 감각과 사랑의 노래를 읊조린다. 인생의 분기점을 거쳐 형식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던 결기를 놓아두고 호흡을 가다듬은 시인은 삶을 관조할 준비가 되었다고 전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금 볼 수 있는 것보다 / 더 많이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훨씬 더/ 더 많이 볼 수 있음을./ 그런 생각을 하자, 내 안에서 / 숫자를 헤아리는 조바심이 사라져버렸다. - 〈하늘 앞에 드리운 가지를 마주하고〉 중에서 “언어의 장소들이여, 언젠가 돌아볼 지속의 시간들이여” 어떤 이미지도 지속의 직관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우 상이한 사물들의 질서에서 끌어져 나온 다양한 많은 이미지들은 그 작용의 수렴을 통해 붙잡아야 할 어떤 직관이 존재하는 바로 그 지점으로 의식을 이끌어 갈 수 있다. - 앙리 베르그손,〈형이상학 입문〉중에서 어디론가 떠난 여행, 놀라운 기적의 순간, 반복되는 역경을 겪을 때, 우리는 평소와 다른 시간 감각을 갖는다.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속도와 강도는 일상의 그것과 엄연히 다르다. 한트케는 ‘황홀’과 ‘지속’을 대비시킨다. 황홀과 지속은 불현듯 우리 삶에 찾아오는 기쁨이다. 하지만 “슬픔, 고통으로 흐려져/돌처럼 딱딱하게 굳고 말았지./나는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