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케르

조르조 아감벤 · Humanities/Social Science
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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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모든 정치 현상의 원인인 동시에 모든 철학적 사유의 아포리아로 남아 있는 핵심적인 사실을 ‘호모 사케르’라는 로마 시대의 현상을 화두로 삼아 서구의 철학사와 제1철학을 전복적인 재구성을 시도한 야심작. 새물결에서 펴내는 'What's up' 시리즈 중 하나다. 아감벤은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철학적 정의 그리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정치적 정의 모두를 넘어 인간은 ‘벌거벗은 생명’이라는 새로운 제1원리를 도출하려고 한다. 총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인간은 벌거벗은 생명이다’라는 제1원리에서 출발해 생명들을 포함/배제 권한을 가진 주권 개념을 새롭게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2부에서는 로마 시대에 등장한 호모 사케르라는 역설적 생명 현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1부,2부의 통찰을 바탕으로 생명의 정치화, 인권, 뇌사 문제, 수용소 등 우리 시대에 사방에 편재해가는 생명정치적 현상들을 새롭게 분석한다. 그러한 작업을 통하여 아감벤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산다는 삶을 넘어 ‘정치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대단히 인간적인 대립축을 기본으로 서구의 정치 철학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What's up 총서를 발행하며 옮긴이 서문 - '담론'을 넘어 '생명'으로 서문 01. 주권의 논리 주권의 역설 주권자의 노모스 잠재성과 법 법의 형식 경계 영역 02. 호모사케르 호모 사케르 신성함의 양가성 신성한 생명 '생사여탈권' 주권자의 신체와 신성한 신체 추방력과 늑대 경계 영역 03. 근대 생명정치의 패러다임으로서의 수용소 생명의 정치화 일권과 생명정치 살 가치가 없는 생명 "정치란 달리 말해서 인민의 생명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VP(인간 모르모트) 죽음을 정치화하기 수용소, 근대성의 '노모스' 경계 영역 참고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이처럼 기이한 만남: 라캉과 마오주의에 기반한 반(反)철학의 대표자,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비관과 절망의 시대에 그리스도의 사도 바울을 만나다. 9.11테러와 함께 열린 21세기 전 세계 인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대변하는 아감벤의 이 전설적인 문제작은 ‘권력 대(對) 벌거벗은 생명’을 중심축으로 서양 사상사의 맹점을 해체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정치 철학’을 제1 철학으로 정립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와 과학은 모두 ‘생명’의 지배와 장악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정치가 아니라 법과 정치를 중심으로 생명-정치를 사유해야 한다. 20세기는 ‘Great War’라는 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시작해 수백만 명을 나치 수용소에서, 그리고 마찬가지로 수백 만 명을 스탈린의 굴락에서 ‘(인민의) 쓰레기’로 처리하는 등 인간 생명과 관련해서는 최악의 1세기로, 중세의 페스트나 몽골의 세계 지배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극한의 시대였다. 20세기 말에는 이와 반대로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이 다시 ‘생명’의 통제와 복제가 과학과 정치와 자본의 지배에 있어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었으며,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우리는 생명을 둘러싼 지배와 통제가 20세기의 가장 커다란 정치적.과학적 관심의 핵심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와 반대로 지난 1967년 이후의 서구 사상에서는 말년의 푸코의 생명정치에 대한 관심으로의 전환 말고는 이러한 생명-정치 현상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명에 대한 관심은 단지 20세기적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벌써 모든 종교가 이 ‘생명’의 의미와 생명에 대한 지배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이것은 ‘생명의 말씀’이라는 비유로까지 연장된다), 모든 원시 종교 또한 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정치적으로 조직되며, 현대의 헌법 조문에서도 ‘모든 국민은 자기 신체에 대한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다’는 중요한 규정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 등장 이후의 논쟁은 ‘벌거벗은 생명’이 아니라 이성, 주체, 역사 등의 추상화된 ‘생명’들을 매개로 이루어졌을 뿐이며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해체주의 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아감벤의 지적대로 담론의 질서를 해체하며 서구 근대의 감시와 처벌 체계의 고고학을 탐사하는 푸코는 막상 우리 시대의 대감금 현상인 유대인 수용소와 스탈린의 굴락에 대해서는 연구의 촉수를 뻗치지 않는 기현상을 노출하고 있다. 또 20세기 최대의 정치 철학자로 꼽히는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탐구하지만 그것을 이러한 정치 철학과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조건으로 환원시키는 역방향에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감벤의 이 저작은 바로 20세기의 이러한 맹점, 아포리아를 시작으로 서구의 지성사를 해체하면서 한번도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거부해오고 있지만 모든 정치 현상의 원인인 동시에 모든 철학적 사유의 아포리아로 남아 있는 핵심적인 사실을 ‘호모 사케르’라는 로마 시대의 현상을 화두로 삼아 서구의 철학사와 제1철학을 전복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예를 들어 한편에는 푸코식의 (추상적인) 담론 권력이 아니라 어떤 생명의 생사(生死), 그리고 생명의 공통체 내부로의 포함과 배제를 ‘결정’하는 주권 권력을, 다른 한편에는 자연적인 생명(조에)이 아니라 정치적 생명체여야 하지만 동시에 ‘벌거벗은’ 생명을 제시하면서 이 둘을 대립축으로 삼아 그리스의 폴리스에서부터 현대 세계에서의 코마 논쟁까지 종횡하며 법과 정치를 사상사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감벤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산다는 삶을 넘어 ‘정치적’으로(즉 타인과 더불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대단히 인간적인 대립축을 기본으로 서구의 정치 철학을 비껴가면서 읽어나감으로써 해체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추상적 논의에서 테러와 비정규, 예외가 일상이 되어 모든 이의 생명을 장악하려는 글로벌한 주권 권력의 등장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전 세계 지식인 사회에 마치 어둠 속의 등불 같은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생각하는 동물과 정치적인 동물을 넘어서 벌거벗은 인간으로 ― 생명의 정치화, 정치의 생명화 아감벤은 이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철학적 정의 그리고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는 정치적 정의 모두를 넘어 인간은 ‘벌거벗은 생명’이라는 새로운 제1원리를 도출하려고 한다. 아감벤의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야심적작이다. 정치 철학을 제1원리의 기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서양의 사상사는 ‘생각하는 동물’을 축으로 사유의 제1원리를 탐구하려는 형이상학(데카르트, 칸트 등)과 ‘정치적 동물’을 기본축으로 공동체의 원리를 탐구하려는 정치학으로 대분되어 진행되어왔으나 그는 이제 제1원리에 기반한 정치 철학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인데, 아감벤에게서 정치와 ‘철학’은 절대로 분리 불가능한 것이다. 또는 이를 다른 식으로 비유하자면 아감벤은 “태초에 말씀(Logos)이 있었다”라는 성경의 말씀이나 이와 대립적인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라는 정치적 화두와는 정반대로 “태초에 생명이 있었다”를 제1원리로 삼아 서구 사상사를 새롭게 구축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유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동일하게 하이데거에서 출발했지만 아감벤의 철학이 로고스 중심주의 등의 데리다의 해체주의와 어디서 변별점을 형성하는지를, 그리고 동일한 주권 권력을 제시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있는 네그리와는 어디서 만나고 갈라지는지를 좀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우리는 아감벤의 이 ‘호모 사케르’ 연작 시리즈가 지금 서구에서 사상사적으로 거대한 지적 기획으로서 뿐만 아니라 ‘벌거벗은 생명’이라는 현실적인 화두가 가진 함의로도 큰 주목을 받은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사방에서 “근원적인 정치적 추방령이다”라는 추상적 명제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을 수없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마치 정치 철학책이 아니라 훈고학적 책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원시 종교와 고등 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인 ‘생명’이 얼마나 사유되어 오지 않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러한 생명에 대한 사유의 역사를 추적하려는 고고학적 탐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의 주제를 생명에 대한 사유의 고고학을 통한 제1철학으로서의 정치철학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성경의 이브(Eva)가 그리스어로는 이 책에서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 현상을 가리키는 ‘조에’(이것은 정치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의미하는 비오스와는 정반대 개념이다)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성서의 인식 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브는 만물의 생명을 낳지만 그것은 정치적 생명은 아닌 것이다. 전부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이처럼 ‘인간은 벌거벗은 생명이다’라는 제1원리에서 출발해 이러한 생명들에 대한 생사여탈권 그리고 관리와 보호, 감시와 처벌 등을 포함하는 포함/배제 권한을 가진 주권 개념을 (슈미트를 경유해 카프카를 독해해가면서) 새롭게 규명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1부가 짜여 있다. 2부는 로마 시대에 등장한 호모 사케르라는 역설적 생명 현상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이러한 역설적 생명 현상이 사실은 생명의 본원적 생명 현상임을 빼어나게 증명한다. 그리고 ‘근대 생명정치의 패러다임으로서의 수용소’에 와서는 앞의 두 가지 원리를 기본축으로 생명의 정치화, 인권, 뇌사 문제, 수용소 등 우리 시대에 사방에 편재해가는 생명정치적 현상들을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