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 Essay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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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선보여 환영받아온 리베카 솔닛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남녀), 경제(남북), 인종(흑백), 권력(식민-피식민)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넓은 지식과 힘있는 사유로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의 문학,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사진, 프란시스꼬 데 쑤르바란의 그림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 대 남성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세계의 화해와 대화의 희망까지 이야기하는 대담하고도 날카로운 에세이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 가장 긴 전쟁 3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충돌한 두 세계 : IMF, 지구적 불공정, 열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 대한 몇가지 생각 4 위협을 칭송하며: 평등결혼의 진정한 의미 5 거미 할머니 6 울프의 어둠 : 불가해한 것을 끌어안기 7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8 #여자들은다겪는다 : 페미니스트들, 이야기를 다시 쓰다 9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화제의 단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의 시작점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통쾌한 한방! 생태, 환경, 역사,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선보여 우리 독자에게도 환영받아온 리베카 솔닛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남녀), 경제(남북), 인종(흑백), 권력(식민-피식민)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넓은 지식과 힘있는 사유로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의 문학,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사진, 프란시스꼬 데 쑤르바란의 그림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 대 남성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세계의 화해와 대화의 희망까지 이야기하는 대담하고도 날카로운 에세이다. 뭐든 잘난 체 가르치려 드는 남자의 탄생기 구글에서 단어 ‘맨스플레인’을 검색하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설명하는 것을 가리키는 합성어’(http://en.wikipedia.org/wiki/Mansplaining)라는 정의를 볼 수 있다. 솔닛의 글에서 비롯했고, 2010년 『뉴욕 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단어’에 올랐다는 등 이 말의 역사도 함께 보여준다. 1장이 바로 그 글이다. 지난 2008년 솔닛이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가 최근 그가 접한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거드름 피우며 장광설을 늘어놓았다(알고 보니 책이 아니라 서평을 읽은 것이었다). 듣다 못한 솔닛과 친구가 그 ‘아주 중요한 책’이 바로 솔닛이 쓴 책이란 걸 밝힘으로써(물론 그는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벗어난 일화가 바탕이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흔하디흔한 일화를 다루었을 뿐인 이 글은 순식간에 온라인을 달구며 세계로 퍼져나갔다. 칭찬과 공감, 비난이 난무했다. 이러한 화제 속에서 ‘맨스플레인’은 옥스포드 온라인 사전에 올랐고 곧 주류 정치매체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이 단어와 에세이가 얻어낸 전세계적인 공감이 시사하는 것은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는 태도로 남자가 여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남자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남자는 남자들도 가르치려 든다’는 등의 반론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역시 이 책의 출간 이전부터 SNS에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뜨거운 화제에 올랐다. ‘김치녀’ ‘된장녀’ ‘무뇌아적 페미니스트는 IS보다 위험하다’는 한 팝 칼럼니스트의 기고,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머리가 안 돼’라는 개그맨의 여성 비하 발언 등 일련의 논란들과 더불어 공감을 얻은 것이다. ‘맨스플레인’의 핵심은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며’이다. 솔닛은 여성인 상대방은 (당연히) 해당 주제에 대해서 무지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는 이 한순간의 태도가 사회에 널리 퍼진 여성혐오와 비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맞닿게 됨을 드러낸다. 그러한 남성들에게 이 태도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침묵시키고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권력에서 나오며, 남자에게는 열려 있지만 여자에게는 닫힌 공간, 발언하고 경청되며 존중받고 권리를 가지고 참여할 공간을 제거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말할 권리, 귀기울여 들릴 권리 여성이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는 종종 사실임에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DDT의 폐해를 최초로 고발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과학자들은 카슨 양의 지나치게 히스테릭하고 감정적인 토로에 우려한다’는 평을 받았다. 엄연히 카슨 자신이 과학자였음에도 카슨 ‘양’이었기 때문에 받은 비난들이다(「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솔닛은 여성의 발언과 관련된 이런 반응들에 나타나는 패턴에 주목한다. 말함으로써 추방당하고 억압받을 것 같은 여성의 두려움, 이를 뚫고 기어이 말하고자 나선 사람을 (죽임도 무릅쓰는 폭력으로) 어떻게든 침묵시키려는 세력, 그리고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세력이라는 구조의 패턴이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 여성이 증언할 때 이 구조는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페미니즘이 “예나 지금이나 호명하고 정의하려는 싸움, 발언하고 경청되려는 싸움”인 이유이다(179면). 이 책에 거론된 여성 혐오와 폭력의 예는 크기도 지역도 시기도 다양하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는 6.2분마다 한번씩 강간이 경찰에 신고되고 여성 다섯명 중 한명은 일생에 한번 이상 강간을 당하며 매일 약 세명의 여자가 배우자나 옛 배우자에게 살해당한다. 한국의 현실이라고 나을 리 없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남편이나 애인 등에게 살해당한 여성들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것만 3일에 한명이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1997~2006년 사이 여성 살인사건의 37.5%가 현재 혹은 과거의 배우자나 애인의 소행이었다고 한다. 즉,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가장 긴 전쟁」) 이런 사건들을 통해 솔닛이 이야기하는 요지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괴로움,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그리고 폭력에 의한 죽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연속선상의 현상들이라는 사실”이다. 솔닛의 의도는 남성들을 뭉뚱그려 폭력적이거나 오만하다고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스꽝스런 해프닝이든 심각한 범죄든 여성과 관련한 문제는 모두, 의식적이든 아니든 여성의 존재를 말소하고 여성의 말을 침묵시키려는 힘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폭력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진다. 여성을 겨냥한 총기난사에서 여성 혐오를 빼고 총기 허용/규제와 사회적 일탈과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것이 그렇다. 경기가 나빠서, 신분격차 때문에, 반사회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서 등등 여성을 향한 각종 범죄를 설명하는 이유에서 유일하게 빠져 있는 한가지 역시 그것이다. 왜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범죄의 90%를 저지르는가, 왜 그것이 여성을 향하는가, 즉 여성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에 대한 관점 말이다. 존재를 드러내고 낯선 곳으로 나아갈 자유 환경·인권 운동에 헌신해온 이력에 종종 가려지지만 솔닛은 유려한 산문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섬세한 감성과 명확한 관점이 어우러져 산문가로서 솔닛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 글들도 실려 있다. 5장 「거미 할머니」와 6장 「울프의 어둠」이다. 예술비평가로서의 아름다운 필치를 보여주는 글인 「거미 할머니」에서는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Ana Teresa Fern?ndez)와 몇몇 화가들의 그림에 보이는 여성의 존재와 그 존재를 말소하려는 오래된 힘에 대해 성찰한다. 솔닛은 내다 너는 빨래에 휘감겨 어렴풋한 윤곽만 드러난 한 여자의 모습에서 ‘시트처럼, 수의처럼, 장막처럼’ 그 존재를 지우려 하는 힘을 생각한다. 또한 비교적 최근까지도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써야 했던 영어권 국가들의 관행을, 할머니도 어머니도 누구도 여자라곤 존재하지 않는 가계도(우리나라의 족보와 닮았다)를 생각한다. 그리고 빨래를 너는 행위에서 빛으로 나아가려는 몸짓을 보고, 내걸린 빨래에서는 무수한 기도의 깃발과 거기 담긴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한다.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