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해

이은조 · Novel
3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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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한글나라'로 등단한 이은조 첫 장편소설. 등단작을 통해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연극 무대와 현실, 일상과 추억을 오가는 매력적인 교차 구도와 왈츠와 같은 경쾌한 문장으로, 일인가족 시대의 삶과 사랑을 로맨틱하고 시크하게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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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 오후 6시의 맥주 7 2. 어른들은 모르는 2층 세계 65 3. 라임라이트 121 4. 커플 통증 169 5. 남겨진 것 227 6. 황금 독신 여성 265 작가의 말 301

Description

도시적 감수성으로 그려낸 사랑의 무늬 로맨틱하고 시크한 이은조 첫 장편소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한글나라>로 등단한 이은조 첫 장편소설. 등단작을 통해 “수준급의 구성과 문체, 안정적인 구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연극 무대와 현실, 일상과 추억을 오가는 매력적인 교차 구도와 왈츠와 같은 경쾌한 문장으로, 일인가족 시대의 삶과 사랑을 로맨틱하고 시크하게 조명하고 있다. 1998년 중앙일보를 통해 일찍 희곡으로 등단하기도 했던 작가는, 20대 희곡작가이자 연극 기획자인 ‘유안’이라는 여성의 내면의 필터로 거른 여러 방식의 삶과 사랑을 마치 연극무대 위에 오른 작품 속의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들려준다. 매우 포스트모던하고 흥미로운 소설 속 연극은 그녀의 희곡 등단작을 재구성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유안’의 눈을 통해 가족이나 애인끼리도 쓸데없는 간섭은 사양하고, 온라인으로 만나 문자로 헤어지는 시대의 사랑의 풍경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시크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실연과 열패감, 불이해의 벽을 넘어 진정한 ‘나’와 ‘나만의 사랑’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을 모성적 포용력으로 보듬어 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크하면서도 따뜻하고, 도시적이면서도 모성적이다. 사람도, 사랑도 성장한다. 그러는 동안 잊히고 퇴색하는 것들이 있다. 분홍은 잊혀졌다. 지금 나의 분홍 원피스는 연극을 위한 차림인 것처럼. 처음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할게요’라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이 끝났다는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본문 중에서) 내면의 권태를 들추는 경쾌한 시선! 삶의 불협화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합주곡 연극작가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주변 현실이 내면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이 작품은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 가족, 사랑, 우정 등을 소소히 클로즈업한다. 모두가 돈을 좆아 달려가는 세상에서 돈보다는 꿈을 좆는 연극계 사람들. 그러나 열정만으로 되는 현실은 없다. 예술만 하고 싶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요구한다. 작가는 연극 작가이자 홍보실장인 여주인공을 통해 그러한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러한 현실의 굴레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분투하는 삶들에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할머니, 위장이혼을 하고 새살림을 차린 아버지, 싱글맘 친구와 수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 언니, 이렇게 뿔뿔이 해체되어 일인가족이 되어 버린 집안의 모습은 간섭 없는 이 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작가는 일가족의 각기 다른 삶과 사랑의 방식을 보여줄 뿐 옳고 그름을 가르지 않는다. 그리고 각기 떨어져 살아도 마음으로 보듬는 가족애를 보여주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사랑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결혼은 할 생각 없고 만나면 습관적으로 섹스나 하면서도 외로운 게 두려워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 관계는 ‘남들이 하니까’, ‘없으면 허전하니까’ 하는 타성에 젖은 사랑, 그 내면의 권태를 들춘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연극 작품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이십 대의 사랑, 짝사랑, 동성애 등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그려져 현실의 예술화를 체험하게 한다. “우린 이미 길들여졌어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그런 느낌 없어요? 연애를 하고 있는 데 늙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사랑할수록 깊어지는 게 아니라 바닥이 나는 느낌.” (본문 중에서) 이처럼 작가는 지지부진한 청춘의 버석거리는 일상과 불협화음을 배경에 깔고,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꿈꾸고,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최선을 다해 싸우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고 있다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작품을 읽다 보면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한데 어우러져 어느새 아름다운 합주곡으로 작품 속에 녹아 흐른다. 그래서 다양한 삶과 사랑의 방식을 포옹하고 있는 이 작품은 로맨틱한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일인가족 시대의 시크한 가족 소설이기도 하며, 인생의 한 시기를 통과해 가는 가슴 아린 성장 소설이기도 한, 바로 우리들 삶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