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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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총서’ 두 번째 책은 한국의 시각 문화에 영향을 끼친 아파트에 대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한다. 디자인 연구자로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 결과물을 발표해온 박해천의 저서로 ‘하이브리드’라는 총서의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1부에서는 에세이, 자서전, 회고록 등 각종 문학의 틀을 넘나들며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아파트에 대해 논한다. 화자와 시점이 변화하며 전개되는 허구적 접근 방식 때문에 독자는 딱딱하고 건조한 연구 보고서 형식이 아닌 연구 대상과 화자 사이의 밀착된 거리에서 친근하게 몰입할 수 있다. 반면 문학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객관성, 사실성, 명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2부 ‘팩트’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된다. 독자들은 아파트라는 도상 해석 연구에 녹아 있는 저자의 통찰력을 통해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 거주자, 공간에 배치되는 사물의 디자인, 이 세 가지 요소 간의 인과적 역학 관계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독자에게 이러한 자각을 유도함으로써 아파트라는 거주 모델에 대한 일반적인 예찬과 비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거 공간과 일상 사물을 상상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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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저자의 말 Ⅰ. 픽션 1. 시선의 모험 2010년, 국가기록원, CET0035584_1 1911년, 밀라노, 동시적 시선 1936년, 경성 미쓰코시 백화점, 까마귀의 시선 1940년, 대동아공영권, 메서슈미트기 조종사의 시선 1962년, 마포아파트, 군인과 건축가의 이종교배된 시선 2. 아파트의 자서전 나, 아파트 베란다 창의 거실 텔레비전의 극장 행복의 미장센 그리하여 신세대, 그리고 신도시 결국은, 포스트 강남 3. 영웅시대 ― 어느 강남 1세대의 회고담 4. 花樣年華 ― 꽃무늬 이야기 2008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975년, 네 이름은 ‘아폴로’ 1985년, 집은 주거를 위한 기계다 1993년,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 2005년, 형태는 평당 분양가를 따른다 다시 2008년, 취향의 귀족주의 Ⅱ. 팩트 1. 마포아파트 ― 주거모델의 실험실 "생활의 혁명" 좌식생활 vs 입식생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도래 개량 부엌의 문제들 2. 한강맨션 ― 현대적 문화생활에 대한 동경과 선망 동경과 선망 “구름 위의 신세계” 실내장식 붐 입식 부엌과 식모 방 쇼핑과 여가 한강 개발과 아파트 프리미엄 3. 사물의 세 가지 질서 피엑스의 판타스마고리아 가난의 문화, 버네큘러 디자인 메이드 인 코리아 4.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 ― 중산층 시대의 개막 평범치 않은, 그러나 평범한 중산층 “스위트 홈”: 실내장식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제2의 거실, 시스템키친 안방에서 침실로 여가와 쇼핑 5. 분당과 용인 ― 포스트 강남의 모델하우스 분당 용인

Description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자음과모음은 지난 12월에 정통 학술 총서 ‘새로운 사유의 힘, 뉴아카이브 총서’를 선보인데 이어 올 3월에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을 그려나갈 ‘하이브리드 총서’를 펴낸다.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만으로 구성되는 이 총서는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섭’의 학문하기가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총서로 펴내는 책들은 지난 2~3년간 계간 문예지 『자음과모음』의 ‘스펙트라’, ‘하이브리드’ 꼭지를 통해 연재된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제 분야의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데, 총서 발간을 계기로 일정한 퇴고 기간을 거쳐 좀 더 핍진한 주제의식과 매력적인 문체로 짜임새 있게 가다듬었다. 국내 학자들의 야심 찬 학문적 실험과 매력적인 글쓰기가 한데 어우러진, 국내에서 자체로 생산되는 보기 드문 총서가 아닐 수 없다. 하이브리드 총서 1차분은 문학평론가이자 작곡가인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성학자 권김현영 외 5인의 『남성성과 젠더』 총 3권이다. 음악, 문학, 철학, 미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윤리학 등 다방면의 이론을 교배시키며 현란하면서도 핍진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이는 최정우, ‘아파트’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의 세대론과 시각문화를 통찰하는 박해천, 남성성이라는 주제 아래 젠더론의 새 논법을 제시하는 권김현영 외 5인 등, 익숙한 대상들을 낯선 시각과 실험적인 방법론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낸 이들의 탐구는 작금의 인문학도들에게 참조해야 할 중요한 판본이 될 것이다. 향후 이택광, 이현우, 박원익, 정여울 등의 근간도 준비 중이다. 한국의 시각 문화에 영향을 끼친 아파트에 대해 논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소재로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하는 책으로, 디자인 연구자로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 결과물을 발표해온 박해천은 이 책에서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하이브리드라는 총서의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픽션’이라는 제목을 단 1부에서는 에세이, 자서전, 회고록 등 각종 문학의 틀을 넘나들며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아파트에 대해 논한다. 화자와 시점이 변화하며 전개되는 허구적 접근 방식 때문에 독자는 딱딱하고 건조한 연구 보고서 형식이 아닌 연구 대상과 화자 사이의 밀착된 거리에서 친근하게 몰입할 수 있다. 반면 문학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객관성, 사실성, 명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2부 ‘팩트’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된다. 아파트 매혹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주거 공간의 가능성을 묻다 ■ Ⅰ. 픽션 1부는 한국의 세대론 변천사와 중산층 형성 과정, 시각성과 디자인 문화의 변화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아파트 공화국 양상을 본격적으로 조망하기에 앞서 아파트를 인터페이스로 사용하기 위해 모더니티의 발생으로까지 배경을 소급한다. 1장 <시선의 모험>에서는 프로이트의 ‘신비로운 글쓰기판’, 르코르뷔지에의 ‘투시도적 조감’, 발터 벤야민의 ‘광학적 무의식’,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대중장식’, 에른스트 윙어의 ‘냉정한 이차적 인식’ 등과 같은 시각성에 관한 근대적 개념의 프레임을 통해 한국의 도시 경관을 주조했던 군사적 시선의 기원에 대해 살핀다. 거주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아파트의 시각 체제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면 뒤이어 2장 <아파트의 자서전>에서는 한국 사회가 열광하는 아파트 매혹의 실체를 아파트의 입으로 직접 밝히고 있다. 아파트는 거주자의 신체와 정신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고 거주자가 특정한 시각성의 논리를 체화하도록 감각의 생산양식을 구축한다. 거주자를 객체화시킬 정도로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한 아파트는 아파트의 논리를 내재한 신인류(신중산층)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리하여 3장 에서는 한국 아파트 문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1940년대 출생의 화자를 내세워, 전쟁과 산업화 등 역사적 격변을 거치면서 어떻게 다음 세대들이 구별짓기의 알고리즘을 내면화하였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1940년대 출생 세대, 베이비부머, 386세대의 이해관계가 아파트를 통해 어떻게 굴절되는지도 분석한다. 4장 〈花樣年華: 꽃무늬 이야기〉에서는 아폴로 보온병의 꽃무늬부터 앙드레 김의 꽃무늬 패션 가전을 거쳐 건국 기념 무궁화 조형물까지 꽃무늬 도안을 매개로 삼아, 세대에 따라 상이하게 전개된 디자인과 취향의 역사를 살핀다. ■ Ⅱ. 팩트 1부에서 저자가 테크놀로지와 디자인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리를 펴고 있다면 2부에서는 당시의 신문과 잡지 등의 자료를 이용하여 1부에서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저자의 차분하고 꼼꼼한 설명은 한국에 아파트라는 서양의 주거 모델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시작되어 최근 분당과 용인의 재건축 붐에 이른다. 역사적 변곡점에 따라 아파트가 확산되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면서 한국에서 아파트가 신화적 형상으로 주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힌다. 한국 최초의 아파트 마포아파트가 태생부터 군사적 파괴의 시선을 탑재하게 된 이유, 국가 주도의 도시 계획으로 아파트가 토착화되는 과정, 주거 공간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출현, 신중산층의 세속적 욕망과 민족주의적 판타지와 맞물려 나타난 아파트 건축 붐 등을 세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모더니티의 홈드라마가 아파트를 통해 정착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처럼 기존의 사회과학 서적의 형식을 벗어난 대담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의 균형을 잃지 않은 까닭은 내용이 충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에서부터 정치, 사회, 디자인까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는 상황을 아파트라는 큰 줄기로 수렴하면서 기존의 책과는 색다른 고찰을 시도한다. 독자들은 아파트라는 도상 해석 연구에 녹아 있는 저자의 통찰력을 통해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 거주자, 공간에 배치되는 사물의 디자인, 이 세 가지 요소 간의 인과적 역학 관계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독자에게 이러한 자각을 유도함으로써 아파트라는 거주 모델에 대한 일반적인 예찬과 비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거 공간과 일상 사물을 상상해보길 조심스레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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