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훔친 미술

이진숙
5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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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변천사보다 훨씬 더 유구하고, 인간의 진실에 가장 핍진해 있는 회화를, 시대별.어권별로 균형 있게 그러모아 한데 펼쳐 놓고 인간과 세계의 문화를 관찰해 보는 교양서이다.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인간 자취로서의 예술사를 한눈에 살펴본다. 인간의 그리고자 하는 욕망에 힘입어 굵직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이 차곡차곡 회화에 담겨 왔기에, 몇 장 명화를 주의 깊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가히 격동의 세계사를 짐작할 수 있다. 유미주의와 예술지상주의 이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으로서 회화를 감상하고 독해하는 길을 안내하는 이 책은 지엽적인 미술사가 아닌 총체적 세계사를 소개해 줄 것이다. 러시아 문학과 미술을 전공한 뒤로 주요 일간지에 미술 평론을 게재하고 여러 단체의 교양 강의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미술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파해 온 평론가 이진숙은 특유의 부담 없고도 담백한 기술로, 세계사의 주요한 기점들을 일군 화가들 회화로 설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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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이 책에서 마주할 순간들 5쪽 ‘세계의 살’을 다루는 예술, 인간 자취로서의 예술사 21쪽 1 찬란한 노을로 물든 중세의 가을 39쪽 2 피렌체 르네상스, 위대한 융합의 순간 63쪽 3 로마 교황청의 르네상스 85쪽 4 두 개의 유럽을 만들어 낸 종교개혁 103쪽 5 반종교개혁과 바로크미술 125쪽 6 황금시대 네덜란드 시민들의 공적인 삶 147쪽 7 황금시대 네덜란드 시민들의 사적인 삶 169쪽 8 절대왕정의 강력한 왕들 187쪽 9 자유의 나라 미국의 독립 207쪽 10 프랑스대혁명의 발발 231쪽 11 자유주의와 민족주의를 일깨운 나폴레옹전쟁 251쪽 12 계속되는 혁명의 물결 271쪽 13 주인공이 된 노동자와 농민 295쪽 14 인상주의가 그린 장밋빛 인생 317쪽 15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 347쪽 16 여자, 동양, 노예 그리고 제국주의 369쪽 17 들끓는 친부 살해의 욕망들 389쪽 18 전쟁에 열광한 예술가들 407쪽 19 열광으로 시작해서 환멸로 끝난 러시아혁명 429쪽 20 민족주의의 발흥 451쪽 21 대공황으로 막을 내린 광란의 1920년대 479쪽 22 이념의 격전장, 스페인 내전 499쪽 23 전쟁은 이제 그만! 521쪽 참고 문헌 545쪽

Description

단지 미술사가 아니다, 그림으로 읽는 인간과 세계의 역사다!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인간 자취로서의 예술사를 한눈에 살펴본다 역사는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이 아니다. 역사 속엔 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실제로’있다. 그 시대의 삶은 어떠한가, 제도 변화는 그들 삶에 어떤 의미인가, 그들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가에 대한 탐구, 모든 사건의 인간적인 가치와 의미에 대한 탐구는 예술의 몫이다. 예술은 언어를 넘어선 인간적인 실체와 ‘세계의 살’을 다룬다. 역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므로 섣부르게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술과 관련해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사회적 통합을 기원하는 그림은 그려질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지라도. 반면 분열과 학살의 그림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본문에서 * 2008년 ‘올해의미술인상’에 빛나는 오늘날 한국 회화계의 젊은 주역 홍경택의 「모놀로그」(2008)표지 그림으로 장식 * 세계사적.예술사적으로 유의미한 회화 174장 본문 수록, 그중 28장을 가려 연대순으로 부록 「이 책에서 마주할 순간들」에 본문보다 앞서 공개 1. 그림, 한 장의 정직한 시대 보고서 회화라는 매체의 기원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그러나 회화사라고 할 때 우리는 서구의 특정 미술 사조사 정도를 떠올린다. 문자의 변천사보다 훨씬 더 유구하고, 인간의 진실에 가장 핍진해 있는 회화를, 시대별.어권별로 균형 있게 그러모아 한데 펼쳐 놓고 인간과 세계의 문화를 관찰해 보는 교양서 『시대를 훔친 미술』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의 그리고자 하는 욕망에 힘입어 굵직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이 차곡차곡 회화에 담겨 왔기에, 몇 장 명화를 주의 깊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가히 격동의 세계사를 짐작할 수 있다. 유미주의와 예술지상주의 이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으로서 회화를 감상하고 독해하는 길을 안내하는 『시대를 훔친 미술』은 지엽적인 미술사가 아닌 총체적 세계사를 소개해 줄 것이다. 러시아 문학과 미술을 전공한 뒤로 주요 일간지에 미술 평론을 게재하고 여러 단체의 교양 강의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미술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파해 온 성실한 평론가 이진숙은 특유의 부담 없고도 담백한 기술로, 세계사의 주요한 기점들을 일군의 화가들 회화로 설명해 낸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아테네 학당」(1510)에서는 화려한 피렌체 르네상스를,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쟁의 참화」(1815) 연작을 통해서 나폴레옹전쟁과 그 참상을,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2)에서는 프랑스혁명의 열기와 생명력을, 얼마 전 영화 「미스터 터너」(2014)로 재조명된 바 있는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1840)을 통해서 무도한 악습 노예무역을, 주세페 펠리차 다 볼페도의 「제4계급」(1901)에서는 차티스트운동으로부터 촉발된 전 지구적 노동운동의 본격화를,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으로는 아메리칸드림의 붕괴와 대공황을 직관적이고도 흥미롭게 밝혀 말한다. 디에고 리베라의 「멕시코의 역사」(1935) 그가 대통령궁에 그린 거대한 벽화 「멕시코의 역사」에는 멕시코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이 모두 담겨 있다. 중앙에는 멕시코혁명의 주역인 사파타가 TIERRA Y LIBERTAD(토지와 자유)라는 멕시코혁명의 슬로건이 쓰인 붉은색 깃발을 들고 등장한다. 그 아래에는 멕시코 독립 영웅인 미겔 이달고와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가 흰색 깃발을 들고 있다. 흰옷을 입은 농민군들은 이 영웅들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멕시코의 상징인 독수리가 선인장을 밟고 선 채 뱀을 부리로 물고 있다. 멕시코의 구원과 인디오의 전통, 새로운 국가의 출현을 상징한 것이다. 이외에도 혁명으로 제거된 독재자 디아스와 그를 둘러싼 외국인 자본가들과 기업형 농장주들의 모습도 보인다. 리베라는 혁명의 과정을 포괄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 속에 사파타를 지지했던 저항군의 우두머리 판초 비야와 사파타 살해의 교사자까지 모두 그려 넣었다. -『시대를 훔친 미술』 459~462쪽 디에고 리베라의 「멕시코의 역사」(1935)에 대한 풀이다. 감상적인 형용사나 추상적인 수식보다는 그림의 요소에 대한 세세하고도 객관적인 설명이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혁명의 과정을 포괄적으로 보여 주”려고 했던 디에고 리베라를 모범으로 삼은 듯 이 책은 작품 생성의 배경과 실제 결과물의 총체적인 상(相)을 한눈에 보여 준다. 물론 비단 리베라뿐 아니라 모든 회화는 종적 시간성을 지닌 역사를 수평적인 단면 위에 입체적으로 세우는 매체다. 회화는 혁명의 전 과정, 아니 역사의 총체를 포괄적으로 다루기에 그 감상은 한 점 공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 이어진 인간 역사의 유구한 선을 따라가는 놀라운 체험이 된다. 위 인용된 단락의 다음 문단에서 이진숙은 화가가 “혼혈로 태어난 메스티소가 인종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할 미래적 존재라고 보았다.”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림 탄생의 배경은 물론 예술가의 철학적 세계관과 장래의 전망까지도 아울러 설명한다. “사회적 통합을 기원하는 그림은 그려질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지라도. 반면 분열과 학살의 그림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실현되었다 하더라도.”라는 저자의 문장은 역사(회화사)를 배우는 것이 그저 단순 사실의 습득에만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건전한 세계관, 즉 긍정의 문화와 공동체의 결속감을 다지는 토대가 되어 준다는 역설이다. 2. 새로운 회화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적 명작의 향연 앞서 밝혔듯, 이 책은 지엽적인 미술 사조를 설명하거나 예술가들의 바이오그래피를 설명하는 데 주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화사 거장들의 데뷔작, 대표작을 막론하고 소개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화들의 아우라는 결코 숨길 수 없다. 붓과 물감의 회화사를 주도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지역까지 포괄하는 응달의 미술 작품들은 저자의 애정 위에서 선명히 빛을 발한다. 극단적인 명암 대조법 ‘키아로스쿠로’를 사용하여 평평하고 단조로운 회화에 마치 연극 무대에서나 볼 법한 극적 분위기를 부여한 미켈란젤로 카라바조의 「성 바울의 회심」(1601), 마치 환영을 보는 듯한 눈속임 그림 ‘트롱프뢰유’로 종교적 신성을 극대화한 안드레아 포초의 「성 이그나티우스에게 바치는 경배」(1694)는 책의 펼침면에 담긴 것만으로도 독자의 눈을 황홀케 한다. 근대로 넘어오면 이 황홀감은 당혹감으로 모습을 바꾼다. 르네상스 이후 성문법처럼 지켜져 오던 전통적 그리기 관행을 폐기하고 ‘지금, 여기’현대인의 일상을 예찬한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1863), 의미론적 중요도를 지니지 않은 인물들의 우연적인 행보를 포착한 귀스타브 카 유보트의 「비 오는 날의 파리」(1877), 즉흥적인 시각을 초점화한 인상주의의 대표 작가 클로드 모네의 「아르장퇴유 근처의 양귀비 들판」(1873)이 이룩한 주제적.구도적.시각적 혁명을 통해 저자는 모더니티의 전복 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나아가 『시대를 훔친 미술』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알폰스 무하의 아르누보, 쿠즈마 페트로프보트킨의 러시아 상징주의 작품, 엘 리시츠키의 포스터, 19 세기 후반 성행했던 한국 민화와 같은 미학적으로 독보적인 화풍을 설명하는가 하면, 야수파 앙리 마티스와 입체파 파블로 피카소, 절대주의파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분석을 통해 회화사적 ‘친부 살해’의 양 상을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묘파해 나간다.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1907) 스페인의 사창가 아비뇽에 있는 창녀들을 그린 이 그림은 현실에는 비너스는 없고 창녀만이 있다는 마네의 「올랭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