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출장

곽아람
328p
Rate
3년간 미술기자로 있었던 일간지 기자가 작가와 화랑주, 큐레이터와 컬렉터, 옥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미술 현장에서 그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로버트 인디애나, 트레이시 에민 같은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아트바젤 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굵직한 미술계 이벤트를 취재한 경험들이 빼곡히 담겼다. 기사화된 공식 취재 내용 외에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다사다난한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어 흥미롭다. 특히 저자는 기자다운 현장감 있고 생생한 묘사로 현대미술과 그 현장을 독자들에게 중계한다.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현대미술이 기자의 눈을 통해 쉽게, 심지어 친근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중국 작가 쑹둥에게서는 개념미술도 실은 우리 삶과 밀접히 관련된 것일 수 있음을 전하고,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을 보면서는 그 작품 속 글귀를 자신의 과거 및 전시를 보기 전후 상황과 연결시켜 개인적으로 읽어낸다. 비평가나 작가 스스로 해설하는 현대미술보다 대중이 다가가기 쉽도록 연결시키는, 그야말로 기자다운 현대미술 접근법이 돋보인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책을 내며 | 자신에게로 이르는 모험 2011 3박 5일 런던 출장 1 | 데이미언 허스트와 런던 미술관 순례 3박 5일 런던 출장 2 | 미술계의 록 스타, 데이미언 허스트와의 만남 크리스티 경매사의 망치 | 안드레아 피우친스키와 쩡판즈 백화점, 연예인, 성스러운 심장 | 제프 쿤스와의 불편한 인터뷰 2012 삶을 투영한 미술 | 따뜻한 개념미술, 쑹둥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미술 도시’ 런던 |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의 미술 축제 느낌, 열정, 사랑 |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 신화가 된 남자를 사랑한 여자 |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 신기루처럼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 카타르 박물관국 프레스 투어 2013 신화였던 도시, 뉴욕 | 데이비드 살리와 강익중 봄이면 떠오르는 아트 시티, 홍콩 | 진 마이어슨의 침대 사랑에 발목 잡히다 | 로버트 인디애나와 LOVE ‘미술’을 가림막으로 한 국가 간 경쟁의 장 | 베니스 비엔날레 돈이 지배하는 예술 | 아트바젤 인 바젤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 룩셈부르크에서 만난 이불 어둠 속에서 빛나는 천사를 만나다 | 트레이시 에민 시공을 넘나든 뉴욕 출장 | 프릭 컬렉션과 디아 비콘 그리고 클로이스터 이 책의 바탕이 된 기사

Description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술세계, 그곳은 내게 밥벌이의 현장이었다!” 좌충우돌 고군분투, 미술을 인터뷰하다 3년간 미술기자로 있었던 일간지 기자가 작가와 화랑주, 큐레이터와 컬렉터, 옥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미술 현장에서 그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데이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로버트 인디애나, 트레이시 에민 같은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아트바젤 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굵직한 미술계 이벤트를 취재한 경험들이 빼곡히 담겼다. 기사화된 공식 취재 내용 외에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다사다난한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어 흥미롭다. 출장은 로망? 아니 현실! 출장. 국어사전의 뜻은 “용무를 위하여 임시로 다른 곳으로 나감”이다. ‘용무’와 ‘임시’ ‘다른 곳’이 눈에 들어와 박힌다. 무미건조한 설명이지만, 확실히 출장은 용무, 즉 일 때문에 잠시 내가 늘 머물러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이다. 그래서 비록 일 때문이라고는 해도 출장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떠올리게 한다. 페이스북에서 늘 출장을 떠나 있는 것 같은 지인의 일상을 엿볼 때면 내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그것도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니, 왠지 부러워지기도 한다. (이럴 때면 낯선 곳에 떨어져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용무’에 대한 생각 따위는 안중에 없다.) 게다가 ‘미술 출장’이란다. ‘미술’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음으로써 좀 더 멋진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환상이 따라붙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책 내용의 대부분은 출장기다. 책이 취재기인 동시에 여행기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출장’이란 ‘가고 싶어서 가는 여행’이라기보다는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여행’이지만, 어쨌든 그 여행들을 통해 나는 성장했다. 낯선 곳보다는 익숙한 곳을, 호텔의 고급 침구보다는 내 집의 낡은 침대를 더 사랑하는 내게,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낯선 나라로 떠나 일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매번 새로운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오는 일정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모험이었다.” 지은이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미술 기자가 되기를 꿈꿔왔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룬 건 9년차가 되었을 때. 드디어 바라던 바를 이뤘다고 설렜지만 실상은 마음속에 그렸던 일과는 달랐다고 한다. 전시회를 보고 리뷰를 쓰는 우아한 생활이 미술 기자의 일상이라고 생각했건만, 미술 기자가 된 시점은 하필이면 미술품과 연관된 기업 비자금 사건이 터졌을 무렵이어서, 문화부 기자보다는 사회부 기자처럼 취재하던 나날이 이어졌다. 물론 이름자 높은 작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성대한 이벤트에 참여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책은 30대 여기자가 미술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벤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그들을 만나러 가고 그 현장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많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신문 지면에서 읽는 ‘공식적인’ 이야기에 더하여, 취재 후기와 뒷이야기가 덧붙여진 셈이다. 이 덧붙여진 이야기들이 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가 하면, 취재 전후로 남는 시간에 기자가 찾은 미술관 관람기도, 취재 중 일어난 작은 사건사고들도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출장으로 많은 작가들과 만나고 전시들을 취재하면서, 또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하고 그를 해결해가면서, 고달픈 밥벌이를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이 뒷이야기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기라성 같은 작가들과의 만남이다. 특히 신문지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흥미롭다.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궈놓거나 구더기가 잔뜩 붙은 소머리를 진열장 속에 넣는 등 ‘엽기적인’ 작품으로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이미언 허스트는 실제로 만나 보니 의외로 소탈하고 장난기 넘치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노령에 까다로운 성격으로 기자가 취재 전부터 긴장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는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아서, 도무지 버릴 게 없”는 인터뷰를 하게 되고, 반면 한 백화점 옥상에 금빛 리본을 단 거대한 하트 모양 조각을 설치하러 한국에 온 제프 쿤스는 카메라 앞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웃었지만 정작 인터뷰 중에는 계속해서 삐걱거리고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전 세계 도시를 수놓고 있는 LOVE라는 네 글자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와의 만남은 특히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1978년 주 활동무대였던 뉴욕을 떠나 메인 주의 인구 1,500명 정도의 작은 섬 바이널헤이븐에 은둔하듯 살고 있는 인디애나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난항이었다. 애초에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짙은 안개로 인한 결항으로 비행기 대신 버스와 택시를 타고 장장 20시간 반을 이동하고 또 배를 탄 후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1960년대의 ‘스타 작가’였던 인디애나는 이제는 노령으로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였다. 그의 대표작 「LOVE」는 원래 뉴욕 현대미술관의 크리스마스카드로 고안된 작품으로, 이것으로 그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아 이 이미지는 마구잡이로 소비되었고, 평론가들은 지나치게 대중적이라며 이 화가를 외면했다. 그가 바이널헤이븐 섬에 틀어박히게 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그곳에서 이제는 노령으로 쇠약해진 채, 추억거리와 인형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대화가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노예술가는 그래도 여전히 예술이 자신의 “모든 것, 내가 사는 이유”라고 답한다. 기자의 눈으로 현대미술을 읽다 지은이가 일간지 미술 기자였기 때문에 최근 미술계 동향까지 훑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중동 국가 카타르의 동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신축 미술관 건물들과 전시장 전경과 함께 실감 나게 느낄 수 있고, 중국 미술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동반 성장한 홍콩 미술시장(특히 아트바젤 홍콩)의 활력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미술’을 가림막으로 하여 실상은 국가 간 경쟁의 장이 되기도 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뒷모습 또한 엿볼 수 있다. 지은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인 아트바젤 인 바젤에는 한국 기자 최초로 초청되기도 한다. 세계 미술시장의 판도를 읽을 수 있는 이 거대한 미술시장이 시장일 뿐 아니라 강연, 영화, 공연 등 ‘지적 소유’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이며, 값비싼 미술품의 고객과 잠재 고객이 겹치는 기업들의 홍보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는 사실 또한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지은이는 기자다운 현장감 있고 생생한 묘사로 현대미술과 그 현장을 독자들에게 중계한다.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현대미술이 기자의 눈을 통해 쉽게, 심지어 친근하게 다가오기까지 한다. 중국 작가 쑹둥에게서는 개념미술도 실은 우리 삶과 밀접히 관련된 것일 수 있음을 전하고,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을 보면서는 그 작품 속 글귀를 자신의 과거 및 전시를 보기 전후 상황과 연결시켜 개인적으로 읽어낸다. 비평가나 작가 스스로 해설하는 현대미술보다 대중이 다가가기 쉽도록 연결시키는, 그야말로 기자다운 현대미술 접근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