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더너

크레이그 테일러 · Essay
5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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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일종의 도시생태학을 담고 있다. 도시가 인간을 포용하거나 배제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휴먼 드라마가 살아 꿈틀거린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서정 어린 시선도 함께 담았다. 그 시선에는 도시 생활자들이 겪는 차가운 우수와 서늘한 멜랑콜리가 깃들어 있다. 시골을 낭만화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배격하거나 개발 논리하에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글이 아닌, 지금 이곳에서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집하고 재구성하고 포착한다는 것. 그 가치를 ‘런더너’들은 알아보았고, 지난해 연말에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그들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우리의 도시 서울에도 속히 이와 같은 애정 어린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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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는 말 9 프롤로그 옛 런더너 27 도착하기 민간 항공기 기장 35 리즈에서 온 남자 38 우간다에서 온 여자 48 미국에서 온 관광객 50 이란에서 온 남자 53 유람하기 런던 지하철의 목소리 61 택시기사 67 자전거 타는 사람 71 교통관리국 분실물 센터 74 운전 교습 강사 81 토목 기사 86 둘러보기 버킹검 궁전에 대하여 93 빅벤에 대하여 104 런던탑에 대하여 109 ‘런딘’에 대하여 111 생계 꾸리기 배관공 117 외환 딜러 122 매니큐어리스트 131 펍 주인 139 서로 사랑하기 러브스토리 143 팔러먼트 힐에서 만난 게이 커플 152 SM의 여제 153 간호사 158 버티기 학생들 163 재난 피해자 상담가 166 개인 트레이너 172 런더너 176 계속 여행하기 런던 시 도시계획 공무원 189 거리의 사진가 197 거리의 청소부 203 버스 운영 관리자 208 수목재배가 215 통근하는 사람 221 변방의 탐색 노숙자 227 낚시꾼 237 양봉가 243 위카 여사제 246 도시 먹여 살리기 셰프 253 시티 오브 런던의 시장 감독 260 뉴 스피틀필즈 청과물시장 상인 264 계급 이동 집 파는 사람 285 집 있는 사람 292 집 구하는 사람 296 스콰터 302 서리 주민 306 쇼를 하다 미술가 313 배우 318 가수 325 래퍼 330 갤러리 운영자 335 외출하기 인력거꾼 343 헌팅맨 350 나이트클럽 도어맨 356 DJ 증권맨 363 살아가기 뉴캐슬에 머문 사람 376 런던에 갔던 사람 380 어울려 살기 논평자 389 사회복지사 395 교사 399 통역가 408 어머니 415 평화 유지하기 가정 보안 전문가 421 경찰관 425 폭동 목격자 437 용의자 442 법정 변호사 445 주 장관 대리 454 시위자 458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시티 오브 런던 정책자원위원회 회장 467 학생 470 헤지펀드 매니저 473 커네리 워프 개발자 481 삶과 죽음 웨스트민스터 시티 등기 담당관 489 목격자 495 긴급 의료원 500 장의사 508 화장터 기술자 516 떠나기 탐구자 521 골동품 시계 수리공 524 고령의 연금 생활자 529 옛 런더너 532 택시기사 534 민간 항공기 기장 537

Description

가디언, 이브닝 스탠다드, 타임아웃런던 선정 ‘올해의 책’ 한 도시에 바치는 가장 생생하고 아름다운 찬가! 가슴속에 런던을 품은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위한 단 한 권의 책! “런던에 지쳤다면 삶에 지친 것이다. 그곳엔 삶이 줄 수 있는 모든 게 있으므로.” _새뮤얼 존슨(영국 시인, 평론가) 사람들은 도시에 간다. 아무리 말려도, 보따리를 싸짊어지고 간다. 누군가는 울면서 돌아오고, 누군가는 너덜너덜해진 채 살아가고, 누군가는 행복해할 것이다. 사람 울리고 웃기는 것, 그게 바로 도시이다. 한 젊은 캐나다 작가가 런던에 갔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영연방 국가 출신들이 흔히 갖게 되는 아련한 선망을 품은 채. 관광객뿐만 아니라 런더너들도 애용한다는 유서 깊은 지도책 『런던 A to Z』를 들고 그는 거리로 나섰다. 그가 마주친 건 공중전화 박스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는 약쟁이와 노련한 소매치기, 어수룩한 사람의 동정심에 호소하여 주머니를 터는 소녀, 겉모양은 예쁘지만 습기로 가득한 이층버스에서 단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 하는 불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이 도시에 제대로 자리 잡고 나면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진 말아야지, 그는 결심한다. 외로움에 시달리고 속임수에 넘어가고 정체불명에 친구도 없다. 작가로서 런던에서의 경험을 1인칭 단수형으로 국한시키지 않기 위해 그는 도시 전역을 탐사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거대한 역사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험들 앞에서 느껴지는 건 오로지 현기증과 무기력뿐이다. 외로운 도시의 방관자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비자 만기일이 다가온다. 애정과 양가감정과 혐오를 안은 채 캐나다로 돌아갔던 그는 자신이 어느 덧 런던의 일부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미친 듯한 활력과 에너지를 멀어진 후에야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결국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한 장의 서류를 받아든다. 그는 이제 ‘런더너’다. 그런데 런더너란 과연 무엇인가? 그는 궁금해졌다. 움직임의 도시, 동사의 도시 런던 “사람 없는 도시가 무엇이더냐.” _셰익스피어, <코리올리너스> 런던, 로마 시대 지명으로는 론디늄. 곧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할 도시이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도시’ 리스트에서 늘 1,2위를 다투는 곳. 빅벤과 타워 브리지와 대관람차인 런던 아이, 버킹검 궁전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빨간 공중전화 박스와 빨간 이층버스. 드라마 <셜록>과 <닥터 후>의 선풍적 인기로 ‘로망’의 대상으로 떠올랐으며, 이제는 그 열기가 한풀 꺾인 듯한 뉴욕과 파리를 제치고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떠오른 이곳, 런던. 이 도시의 32개 자치구 안에는 30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7백5십만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다 런더너인가? 흔히 런던 토박이는 메리르보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들 했다. 몇 세대를 살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었고, 딱 한 달을 살아도 런더너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자 크레이그 테일러는 런더너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5년간 런던 전역을 돌면서 줄잡아 20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펍과 카페에서, 거실과 사무실에서, 런던의 목소리들이 펼치는 퍼레이드에 귀를 기울였다. 동부 끝 버크허스트 힐에서 서부 하운즐로까지, 북부의 바넷에서 남부의 머든까지 약 600제곱 마일을 아우르며 32개 자치구를 누볐다. 그러나 런던의 공식적인 목소리는 피했다. 정책 보고서가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었다. 구술 역사의 장을 열었던 스터즈 터켈처럼, 좀처럼 존중받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시정을 길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런더너를 정의하는 말들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이해한 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런더너라는 것이었다. 튜브와 보도를 가득 메운 사람들, 테스코에서 야채를 가득 담은 비닐봉지를 끌어안고 줄서 있는 사람들, 각자의 명분과 태생을 지닌 채, 그들은 웃고, 서둘러 달려가고, 다른 속셈을 품고, 석간 무가지를 채가고, 전화 통화를 하고, 항의하고, 바닥을 물걸레질하고, 헤지펀드를 하고, 다 마신 파인트 잔을 내밀고, 행진하고, 언쟁을 벌이고, 술을 마시고, 무릎을 꿇고, 휘청거리고, 에스컬레이터 좌측에 버티고 선 사람에게 성질을 내고,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늘. 런던은 동사의 도시이다.(들어가는 말. 23~24쪽) 여행자가 맨 처음 궁금해하는 것은 공간과 분위기이지만, 그가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진정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들’이다. 런던을 선망한 이민자들, 런던을 꿈꾸었으나 끝내 오지 못했던 소도시 사람들, 런던으로부터 보상을 얻은 사람들, 런던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그는 만났다. 도시에서 지저분하고 잡다한 일을 떠맡은 사람들, 도시를 움직이는 권력자들, 스쳐가는 관광객도 만났다. 지하철 안내방송 성우, 분실물센터 직원, 택시기사, 거리의 청소부, 네일숍 주인, 나이트클럽 도어맨, 배우와 가수, 인력거꾼, 도시계획부 공무원, 집 있는 사람, 집 없는 사람, 낚시꾼, 마녀, 셰프, 초등학생, 변호사, 경찰, 시위자, SM의 여왕, 외환 딜러, 사진가, 양봉가, 비행기 기장, 버킹검 궁 근위병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싱글벙글하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눈알을 굴리거나 회상에 잠겼다. 증오하고 이를 가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들에게조차 도시는 격심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도 런던을 말하면서 심드렁해하지 않았다. 다층적인 목소리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아름다움, 그 생생함과 감동을 담은 사회인류학적 보고! 도시와, 도시에 대한 설명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것을 당신만큼 잘 아는 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둘 사이엔 한 가지 연관성이 있습니다. _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 예로부터 도시에 관한 책은 많았다. 세계여행이 일반화된 지금, 특히 도시에 관한 각종 여행서와 정보서가 쏟아져나와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런던이라는 공간뿐 아니라 지금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춘 책은, 현지에도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내는 책은. 여기 실린 85명 런더너는 남녀노소 사회 각 계층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갑남을녀’다. 깡패들을 피해 안전하게 등교하는 게 고민인 초등학생부터, 노년을 외롭게 살아가는 고령의 연금 생활자, 사회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마약중독자나 노숙자에서 런던 금융의 심장부에서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인에 이르기까지 런던을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그들이 런던과 영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는 만만찮은 사회적 고민과 문제들이 혼재한다. 인종문제와 빈부격차, 성장과 분배, 도시화와 난개발, 섹스와 종교, 교육, 부동산과 경제시장의 붕괴, 문화적 소외 등에 관한 이들의 발언을 읽다보면 세계인이 고민하는 동시대적 문제가 무엇인지 읽어낼 수 있다. 또한 각기 다른 견해를 지닌 인터뷰이를 취사선택하고 인터뷰를 배열한 방식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으려는 객관적이고 사회학적인 배려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런던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일종의 도시생태학을 담고 있다. 도시가 인간을 포용하거나 배제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휴먼 드라마가 살아 꿈틀거린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서정 어린 시선도 함께 담았다. 그 시선에는 도시 생활자들이 겪는 차가운 우수와 서늘한 멜랑콜리가 깃들어 있다. 시골을 낭만화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배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