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A. 하인라인 → 제롬 K. 제롬 → 코니 윌리스.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 얽힌 계보는 이러하다. 가장 뛰어난 유머 SF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코니 윌리스를 SF계로 입문시킨 것이 로버트 하인라인이었고, 윌리스는 그를 통해 제롬 K. 제롬의 를 알게 되었으며, 이 책의 제목부터 많은 부분이 <보트를 탄 세 남자>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하인라인이나 K. 제롬을 알아야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곳 저곳에서 끌어온 경구에는 충실한 주석이 달려있고, 설사 그것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 유쾌한 시간여행 SF를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된 21세기 중반. 주인공 '네드'는 1940년대에 폭격으로 부서진 코번트리 성당을 복원하려는 슈라프넬 여사에 고용되어 과거로 출장떠나는 일을 맡는다. 그러나 코번트리 성당 복원에 '화룡점정'이 될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네드는 잠시 휴식이나 하려고 19세기 옥스퍼드로 향한다. 그러다 실수로 어떤 남녀의 만남을 방해하게 되고, 그 실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가 불투명해지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데... 옮긴이는 코니 윌리스를 '수다쟁이 아줌마'라고 표현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은 유머와 수다로 가득하다. 윌리스는 휴고 상 8번에 네뷸러 상 6번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1998년작인 이 소설 역시 휴고 상 Best Novel 부문과 로커스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