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필요없다

전희경
3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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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행태를 꼬집는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90학번부터 04학번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썼다. 1년만 차이가 나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시대, 당연히 90학번과 04학번의 세대차이는 무척 크지만 그 사람들이 겪은 ‘문제’는 비슷하다. 성폭행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포함해 ‘진보’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행태는 뿌리 깊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조는 비정규직 여성 직원들을 해고하는 데 동의하고, 이른바 진보 잡지의 기사에서도 ‘여기자’, ‘여배우’, ‘여사장’이라는 말이 쉽게 쓰인다. 열심히 진보를 외치고 집에 간 뒤에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진보적인 남성의 ‘치부’를 고발하는 데만 열중하지는 않는다. 여성이 한 집안의 ‘딸’에서 사회적인 발언을 할 기회와 힘을 얻고 내 몫을 하는 뿌듯한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점점 늘어나던 90년대 이후 풍경, 외부의 문제보다 내부의 벽에 부딪혀 뿌듯함이 ‘좌절감’으로 바뀌는 과정, 무엇보다도 운동권 안에서 여성이 어떻게 버텨 왔는지, 여성주의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차근차근 풀어간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11 내가 만난 사람들 19 1부 우리, 1990년대 사회운동 속의 여성들 1장 풍경들 ― 1990년대, 여성, 운동 27 2장 ‘주체’ 되기의 매혹과 딜레마 33 3장 문 밖으로 42 2부 ‘진보운동’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1장 운동권 가부장제는 어떻게 작동해왔는가 53 2장 여성의 입을 막은 것은 129 3장 ‘동지’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 157 3부 여성주의, 독립을 상상하다 1장 진보운동이 금지하던 것 185 2장 오빠는 필요없다 221 3장 불타는 도전의 연대기 239 4부 흔들리는 지도를 들고 걸어가기 1장 상처와 갈등의 지형학 282 2장 경계는 움직인다 300 에필로그 311 주 317 참고문헌 358

Description

밖에서만 진보, 안에서는 보수! 진보운동을 하는 ‘오빠’들의 ‘꼴보수’ 행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여자들의 이야기! 오빠가 필요없는 여자들, ‘내 편’과 싸우며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사회의 진보만큼 진보의 진보를 바란다! 내 안의 보수를 모르는 진보주의자들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 다니며, 술자리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회의나 논쟁을 하다가 논리가 약해지면 폭언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여자는 잡무를 잘 처리하고, 커피도 여자가 타야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일해도 육아와 살림은 항상 아내 몫이라 여긴다.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러서 노는 건 마땅히 갈 곳 없는 중년 사내의 놀이라고 주장하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술김에 저지르는 성추행은 가볍게 생각한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 성폭력 사건은 무조건 덮어버리려 하고 가해자를 더 불쌍히 여기고 이해해준다.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에게는 훗날을 들먹이며 협박을 한다. 지극히 보수적인 조직과 보수주의적인 남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아니다.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이 벌이는 ‘꼴보수’ 행태들이다. ‘보수’는 우리가 진보라고 믿던 곳, 바로 거기에도 엄연히, 2008년에도 버젓이 살아 있다. 오빠가 필요없는 여자들, 진보를 문제삼다 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 는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남자들의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행태를 꼬집는 책이다. 저자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90학번부터 04학번 여성들을 심층면접하여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1년만 차이가 나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시대, 당연히 90학번과 04학번의 세대차이는 무척 크지만 그 사람들이 겪은 ‘문제’는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성폭행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포함해 ‘진보’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행태는 뿌리 깊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조는 비정규직 여성 직원들을 해고하는 데 동의하고, 이른바 진보 잡지의 기사에서도 아무런 맥락없이 ‘여기자’, ‘여배우’, ‘여사장’이라는 말이 쉽게 쓰인다. 열심히 진보를 외치고 집에 간 뒤에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이 책이 진보적인 남성의 ‘치부’를 고발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그저 한 집안의 ‘딸’에서 사회적인 발언을 할 기회와 힘을 얻고 내 몫을 하는 뿌듯한 ‘시민’이 되어가는 과정,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점점 늘어나던 90년대 이후 풍경, 외부의 문제보다 내부의 벽에 부딪혀 뿌듯함이 ‘좌절감’으로 바뀌는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권 안에서 여성이 어떻게 버텨 왔는지, 여성주의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차근차근 풀어가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남성주의적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성문제’ 그리고 ‘여성운동’이 사회운동의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주의자의 지적과 발언을 지긋지긋해 한다. 인권과 평등, 독재 타도와 개혁을 외치던 386세대조차도 남성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운동’을 했고 현재는 그 사고방식으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한다. 여성은 끊임없이 외부와 싸워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 2000년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여성의 절대 다수는 ‘피해자’다. ‘내 편’과 싸우며 여성주의자로 살아가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여성들은 서서히 뭉치기 시작한다. 1999년에 구성된 여성활동가모임은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지 기반이 됐고, 여성독자노조는 대기업-남성 중심의 노동운동 역사에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겼으며, ‘언니네’는 좀더 친근한 방식으로 서로 곁을 내주며 여성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줬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은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던 성폭력 문제도 밖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 가입해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자신이 딛고 선 그 자리에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의는 하나의 길로 뻗어가기보다 여러 샛길로 이루어진 역사를 만들어나가게 됐다. 더 이상 오빠는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