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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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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Sunshine

Movies ・ 2007

신애는 두 번의 비극을 당하지만 밀양은 비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극복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비극을 이기지 못해 침잠하는 수동적인 존재의 절망이 아닌, 자신을 몰아세우는 어둠에 체념하지 않고 계속해서 빛을 찾아 나선 자의 역설적인 운명을 보여준다. 첫번째 비극은 남편의 불륜과 사망이다. 신애는 용서라는 해법을 택한다. 남편을 용서하는 것을 넘어 남편의 고향으로 이주함으로써 상처를 묻어 두고 다시금 살아가고자 한다. 남편이 나쁜놈 아니냐는 동생의 항변에도 남편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신애는 아직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기력을 되찾지도 못했다. 동네 사람들 무리에서 겉돌던 신애는 과거가 담긴 머리카락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파마를 하며 진정으로 이곳에 동화되기로 결심한다. 신애는 돈이 있는 척도 해보며 땅에도 기웃거리고 아줌마들 무리에도 성공적으로 끼어가는 것 같다. 노력의 결실이 최고조를 이루는 노래방에서 새로이 행복을 찾은 신애는 집에 도착해 충격적인 비극을 마주한다. 극복이 또다른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번째 비극은 아들의 사망이다. 신애는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종교에서 빛을 찾으려고 하고, 구원을 향해 열심히 기도한다. 마음의 평화를 찾은 신애는 이전과 같이 용서라는 해법을 택한다. 그러나 이번 용서는 산 자에 대한 용서였다.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였던 죽은 자에 대한 용서와 달리 산 자에 대한 용서는 자기만의 것이 아니였다. 하해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쓰레기 같은 상대를 용서함으로써 구원을 찾으려고 했던 신애의 시도는 처절하게 실패한다. 자기 앞에 남은 사람은 원수가 아닌 너무나 충만한 나날을 이어가는 하나님의 종이었다. 신애는 더 이상 원수마저 용서하는 성자가 될 수 없었다. 실패한 극복의 시도에 신애는 자신을 용서로 이끈 신을 부정하고 끌어내리려고도 하지만 소득은 없다. 사경을 헤매다 신애는 결국 다시금 세상으로 나와 미용실 의자에 앉게 된다. 신애는 가위를 든 유괴범의 딸을 마주한다. 신애는 이전에도 용서를 결심하고 나서 폭행을 당하던 유괴범의 딸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도 신애는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어느새 밀양은 자기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극복의 공간이 아닌 사방에 상처가 도사리는 고통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신애는 뒷마당에서 스스로 머리를 사각사각 잘라낸다. 시간의 흔적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려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여인에게서 신애는 숨겨진 빛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