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

루이지 피란델로 · Novel
3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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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학총서' 100번째 책. 세계적인 대문호 루이지 피란델로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최초의 작품이자 그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1904년 문학지 「누오바 안톨로지아」지에 연재되었다가 같은 해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발표되자마자 이내 큰 성공을 거두며 독자와 비평가들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정과 손질을 거쳐 재간행되었다.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라고 자신의 예술론을 설명한 바 있는 피란델로. 그는 틀에 얽매일 수 없는 인간 존재, 역시 틀에 얽매일 수 없는 문학적 형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했다. 이 소설은 특히나 참된 '자기 자신'과 결코 만나지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 모순이 잘 형상화된 작품으로, 웃음과 눈물 사이의 팽창한 긴장과 카타르시스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은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 미라뇨에서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이 자신의 특이한 경험을 회상하면서 이어진다. 보수적이고 무지한 시골 환경에서 성장한 마티아 파스칼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휘말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장모의 미움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활기 없는 생활을 하던 마티아 파스칼에게, 마침내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볼 계기가 마련된다. 이 순간부터 주인공은 자아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고 자신을 덮친 모든 불행과 고통을 웃어넘기는 버릇을 갖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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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한 코미디 혹은 묵직한 슬픔이 마음을 움직이는 비극―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문학의 거장 루이지 피란델로의 대표작 국내 초역!2001년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세계문학과의 참다운 교류를 위해 대산문화재단과 문학과지성사가 기획·출간한 ‘대산문학총서’가 드디어 통권 100권을 돌파하였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 · 지역 · 언어권의 깊이 있는 세계문학을 한 권, 한 권 공들여 우리말로 번역해 성실히 펴냄으로써, 이 땅의 독자들에게 폭넓은 문학체험을 선사하고, 척박했던 번역 출판물의 토대 또한 질적 양적으로 풍부해지는 변화를 겪었다고 조심스럽게 뒤돌아본다.대산세계문학총서의 100번째 책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1904)는 세계적인 대문호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최초의 작품이자 그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1904년 문학지 『누오바 안톨로지아』지에 연재되었다가 같은 해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발표되자마자 이내 큰 성공을 거두며 독자와 비평가들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정과 손질을 거쳐 재간행되었고, 1921년 작가 자신의 문학론을 담은 「상상력의 치밀함에 대한 주의」를 부기로 더하여 최종완결판이 출간되었다.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라고 자신의 예술론을 설명한 바 있는 피란델로. 그는 희곡, 소설을 합쳐 300여 편이 넘는 방대한 문학적 작업을 이루는 동안 끊임없이 형식실험을 했다. 틀에 얽매일 수 없는 인간 존재, 역시 틀에 얽매일 수 없는 문학적 형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특히나 참된 “자기 자신”과 결코 만나지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 모순이 잘 형상화된 작품으로, 웃음과 눈물 사이의 팽창한 긴장과 카타르시스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내 예술은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_루이지 피란델로피란델로의 삶의 무대였던 20세기 전반기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 함께 급격한 물질문명의 팽창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 시대였다. 이탈리아 사회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었고 개개인들의 삶의 양식 또한 급격하게 변모되었다. 19세기의 실증주의적 믿음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삶은 점차 뿌리 뽑히게 된다. 전(前) 시대의 전통적인 가치들은 몰락해가고, 근대인들은 복잡한 현실에 직면해 어떤 확신이나 신념도 갖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피란델로의 문학은 전개된다. 그는 동시대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명확히 지각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 그의 소설과 극작품들을 탄생시킨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내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는 이탈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 미라뇨에서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이 자신의 특이한 경험을 회상하면서 이어진다. 소설의 전반부는 아이러니와 암시, 농후한 풍자와 전원적인 장면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빠른 대화체로 인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보수적이고 무지한 시골 환경에서 성장한 마티아 파스칼은 아이러니한 상황에 휘말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장모의 미움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활기 없는 생활을 하던 마티아 파스칼에게, 마침내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볼 계기가 마련된다. 이 순간부터 주인공은 자아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고 자신을 덮친 모든 불행과 고통을 웃어넘기는 버릇을 갖게 된다. “나는 이때부터 나의 모든 불행과 고통을 웃어넘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 순간 나는 꼭 비극 배우와 같았다. 이보다 더 웃기는 비극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p.59)이는 바로 피란델로 작품의 핵심 문학론인 “우모리스모umorismo”적인 상황, 즉 성찰을 통해 웃음과 눈물이 교묘하게 뒤섞여 대립의 감정이 일어나는 상황을 대표하는 예인데, 주인공은 이때부터 자신을 객관화시킨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작품은 갑자기 일상극의 생기 있는 리듬을 상실하고, 견딜 수 없는 우울한 삶의 상황에 직면해 고뇌하는 등장인물의 성찰이 전개된다. 암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잠시 집을 나선 마티아 파스칼은 우연히 몬테카를로에서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따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자신이 이미 자살한 사람이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자신의 부고 기사가 신문에 실린 것이다. 뜻하지 않은 자유를 가지게 된 마티아 파스칼은 자신의 지난 삶을 버리기로 결정하고 ‘아드리아노 메이스’라는 새 인물을 창조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데……웃음과 눈물 사이, 그 팽창한 장력이 우리의 내면을 치유해주는 작품마티아 파스칼은 참을 수 없는 실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드리아노 메이스라는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하고자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이라는 ‘형식’의 결핍으로 그는 삶 자체를 형성할 수 없었다. 사회적 존재 형식을 잃은 그는 은행 거래도 할 수 없었고, 절도를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피란델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주체들은 불확실하고도 진공과 같은 상태에 놓여 있으며, 선택과 행위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진정한 선택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피란델로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타인들에게 비치는 외형적인 ‘형식’에 불과하며, 모든 ‘자아’는 항상 타인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엔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고 결정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은 철저히 불가능하다. 마티아 파스칼의 모험은 그러한 외형적인 형식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 작품은 진정한 자아를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좌절된 자유를 주제로 한 피란델로의 첫 작품이면서, 피란델로의 문학인생에서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루이지 피란델로가 이러한 근본적 모순―“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불가(不可)하다는 사실―때문에 우리가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분노와 절망을 누그러뜨리도록, 그의 소설을 통해, 그의 소설 속의 명상과 성찰을 통해 도와왔다는 점이다.소설의 주인공 마티아 파스칼은 바로 인간의 존재의미가 확립되지 않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며, 상실감과 도덕적 분열, 고독, 소외의 문제에 직면해 무능하고 무기력하면서도 참된 자아를, 실존을 모색하고자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피란델로의 전 작품에 노출된 이러한 절망과 회의는, 거꾸로 말해 자신의 허구의 모습을 벗고 내면의 자아를 찾아 완성하려는 지독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 시도가 비록 좌절로 끝난다 할지라도, 이는 우리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 것이다. “왜,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그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우리는 하나의 현실을 창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따금 이 현실이 헛되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예술은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_루이지 피란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