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눈먼 인간들. 여류 작가의 개 오셀로에게는 겸손의 매력이 있다. 10년 동안 대학에서 학문을 닦았지만 자신의 지능이나 학습 능력 따위를 과신하지 않는다. 반면 스스로의 지성에 도취된 인간들은 수많은 잘못과 착각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의하는 진실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사고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우월함을 느끼며 참과 거짓을 평가하는 자신만의 잣대를 누구에게나 적용시키는 나쁜 버릇을 가졌다. 『개가 인간과 통하는 데 꼭 필요한 대화 사전』은 단순히 개가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눈먼 자들이 모여 있는 인간의 현실을 개의 눈을 통해 투영하고 있다. 역지사지의 뜻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의 일면을 교묘하고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오셀로가 피땀 흘려 인간의 언어를 익히라고 질책하는 대상은 개들이 아니다. ‘개 팔자는 상팔자’라고 부러워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향한 외침이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 바람직한 공생관계를 위한 필수 지침서. "나를 먹여주고 사랑해주고, 따뜻하고 습기 없는 집을 제공해주고, 귀여워해주고 잘 보살펴주는 이런 사람들과 나는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은 신이 틀림없어!" 인간 사회에서 개는 대등하거나 공생하는 관계가 아닌 보살펴주고 무조건 친절을 베풀어야하는 생물체로 간주된다. 영리한 개 오셀로를 화자로 내세운 이 책은, 자신을 길러주는 인간을 ‘개주인’이라 칭하며 ‘한 마디로 개를 자기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저자인 율리 체는 사랑하는 애견 오셀로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의 눈에 비친 호모사피엔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바람직한 공생관계를 위한 오셀로의 독특한 시선이 유쾌하다. 인간 언어의 전문가, 오셀로가 제안하는 세련된 생존전략! ‘율리 체’라는 이름의 작가를 데리고 사는 개, 오셀로는 검은 코와 넓적한 발을 지닌 매력적인 존재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생후 6개월 쯤 되었을 무렵 대학에서 법률학을 수강했다. 10년에 걸쳐 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며 대강의실 의자 아래서 수면학습법을 터득했다. 검은 털로 인해 오셀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동포들을 위해 발표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이름 속에 숨겨진 투사의 이미지도 느낄 수 있다. 개와 인간은 주종관계가 아니다. 인간 언어의 전문가로 거듭난 오셀로의 말에 따르면 개들은 어리석은 존재가 아닌데도 지금껏 바보같이 굴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땀 흘려 언어를 익히고 연마한 개들은 짖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영리한 개들은 스스로의 위치를 호모사피엔스와 대등하게 끌어올렸다. 또한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호모사피엔스의 식탁에 놓인 고기조각을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바닥으로 가져올 수 있는 대가의 경지에 오른 개들도 나타났다. 모든 걸 몸으로 때우는 개들은 성대가 괴롭다. 신이라고? 단지 개를 소유물로 착각하는 사람일뿐이야! 인간과 원만한 공생을 위해 꼭 필요하며 특히 성질 고약한 호모사피엔스를 데리고 사는 개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지침서다. 호모사피엔스는 항상 착각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동거생활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건 바로 개들이다. 호모사피엔스는 흔히 자기가 기르는 개와 대화를 나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대화라고 일컫는 것은 실상 독백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들은 ‘무슨 일이 생기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수하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와 집 지키는 개 사이의 의사소통은 다분히 일방 통행적이다. ‘나무라기’, ‘칭찬하기’ 그리고 ‘하소연’과 같은 세 가지 의사전달방식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개들은 짖지 않고 옆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참을성 있는 ‘들어주기’를 통해 소시지를 입에 넣을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개들의 모든 행동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행복해한다. 단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그 응석을 받아주고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평범한 가축이든 쓸모 있는 동물이든 뭔가 뚜렷한 임무가 없는 것들은 호모사피엔스에게 미움을 받는다. 이들은 흔히 기생충이나 병원균 혹은 날강도로 취급된다. 하지만 손끝하나 까딱 안하고 소시지를 얻을 수 있는 경지는 피땀 흘려 노력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 정원을 손질할 때는 자동호미가 되어 땅을 파야하고 언제 어디서나 호모사피엔스의 휘파람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춰야한다. 개들은 오셀로가 언급한 여러 가지 수칙들을 완벽하게 암기하고 숙지한다면 보다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애정을 의심하지 마라. 다만 그들이 우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라. 개들이 끊임없는 애정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언어를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개가 데리고 사는 호모사피엔스들은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눈치 없고 게으른 개는 환영받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오셀로가 10년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대화 사전을 추천한다. 이 유용한 대화 사전은 정말 제목 그대로 인간과 통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만 모아놓았다. 물론 읽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늘 호모사피엔스와의 공생을 염두에 두고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라. 스스로 노력하는 견에게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