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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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아름답고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무신론자와 유물론자를 위한 과학 · 철학 에세이 “인류에게는 딱히 운명도 없고, 소임도 없고, 두드러진 역할도 없고, 어떤 특권적 지위도 없다. 인간은 결코 유조동물이나 완보동물보다 존재론적으로 더 의미 있거나 중요하지 않다. ‘불멸의 영혼’은 무의미한 말, 알량한 자기위안밖에 안 된다. 우리는 덧없이 스치고 가는 과정, 흔적에 지나지 않는다. 시공간의 부수 현상. 분자의 교향악 속에서 들릴 듯 말 듯한 하나의 음. 우주에서 무한히 일어나지만 정작 우주는 알지도 못하는 에피소드. 우주는 신과 달리 아무것도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기에.” _본문에서 생명이 써내려간 ‘생명’, 그 장대한 우주적 드라마! 생명이 있다.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정말로, 생명은 어떻게 출현하였을까? 프랑스 자연학자이자 생태철학자인 이브 파칼레는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원제: Le grand roman de la vie)』에서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의 시선으로 137억 년간에 걸친 생명의 역사를 따라간다. 생명 그 자체가 써내려간, 하나의 장편소설과도 같은 역사를 말이다. 우주, 물질, 별, 태양계, 지구, 그리고 생명의 출현에 대해 과학이 입증한 것을 바탕으로, 그 거대하고 파란만장한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저자의 안내를 받아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생명이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명이란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러나 경이롭게도, 생명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브 파칼레는 철저한 유물론자이다. 그는 자신의 유물론을 “시적이면서도 반어적”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유일신이 생명을 창조했다는 식의 검증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저자가 보기엔, 생명이란 신이 뚝딱 창조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그가 보기엔, 교리가 곧 ‘신의 말씀’이 되어 뭐 하나 건드릴 수 없는 종교적 언명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창조론 대신 저자가 주목한 것은 과학이다. 물리학, 천체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은 가장 골치 아픈 물음들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찾았고, 또한 새롭게 등장한 물음들에 대해 대답을 찾는 중이다. 현재 우주의 기원을 ‘창조주’라는 해법으로 풀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이 그 다음으로 받아들 수 있는 가설은 빅뱅이론일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무한히 뜨겁고 강력한 에너지의 한 점이 폭발하면서부터 우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물질, 별, 태양, 태양계, 지구, 생명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 과학자들의 현재진행중인 대답들을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철학과 과학, 문학을 넘나들며 풍요롭게 펼쳐 보여준다. 우주와 물질,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장대하고 웅장한 과정을 말이다. 지구 상에 생명이 출현하기까지, 실로 우주와 지구에는 기묘한 일들이 일어났다. 빅뱅에서부터 생명체를 낳은 긴 사슬의 유기 분자가 나타나기까지, 그 유기 분자에서 인간이 출현하기까지에는 무수한 우연과 필연이 결합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명의 진화사에는 미스터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과학은 인류의 등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37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주, 에너지, 물질이 생겼고, 뒤이어 별, 태양, 태양계, 지구가 등장했다. 40억 년 전 리보자임(스스로 촉매 작용을 하여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RNA)과 핵 없는 세포가 출현했고, 10억 년 전에 핵을 지닌 고등세포, 즉 진핵세포와 성(性)이 출현해 비약적인 생물다양성이 나타났다. 그리고 5억 3000만 년 전 척삭(척수의 아래로 뻗어 있는 연골로 된 물질로, 척추의 기초가 되는 것)이 있는 척삭동물 계열이 등장한다. 이어 척추동물이 복잡한 갈래를 이루며 진화를 거치다가 지금으로부터 300만 년 전에 ‘호모(Home) 속’이 등장하면서 인류가 출현했다. 과학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들은 무수히 많다. 저자는 이들 수수께끼들을 외면하지 않고, 과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듯이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의 지식은 아직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천체와 별들의 형성 과정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구의 뱃속인 단단한 내핵도 베일에 싸여 있다. 하물며 바닷물이 왜 짠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모든 생명체의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인 미생물 루카(LUCA)도 수수께끼다. 루카에 바이러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과학이 미처 답을 내놓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자는 생명의 탄생 과정에 굳이 신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생명의) 출현은 경이로울지언정 기적이 아니다. 생명체를 낳은 긴 사슬의 유기 분자는 우주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 지구에서 그랬듯이 다른 행성들에서도 4대 원소(수소, 산소, 질소, 탄소)를 중심으로 생명이 구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브 파칼레가 보기에 우주는 생명을 충동질하는 욕구 혹은 경향을 지녔다. 이에 저자는 생명을 이렇게 표현한다. “생명은 기본입자들의 속성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기본입자들은 서로를 끌어들이고 교섭하여 점점 더 복잡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단위들을 구성한다.” 즉 쿼크에서 원자로, 원자에서 무기분자로, 무기분자에서 유기분자로, 유기분자는 다시 기다란 사슬구조(단백질, 핵산)로, 그 다음에 세포로, 그 다음에 단세포생물과 고등생물로, 그리고 커다란 뇌를 가진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화를 진보로 보지는 않는다. 그는 생명을 어떤 의미나 목적성을 띠지 않는 경이롭고도 필연적인 산물이라는 시각에서 ‘생명’을 포괄적으로 조망한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오늘날의 책으로 다시 쓰다 철학자의 호기심과 과학자의 논증이 뒤엉킨, 드라마틱한 생명 이야기 오, 루크레티우스여! 그대에게 나의 죄 없는 황홀경을 바치노라. 나의 터부 없는 쾌락을, 예술적 감흥을, 사물과 사람에 호기심 많은 여행자로서의 소회를 바치노라. 숲, 사막, 산, 바다에 환장하는 자연학자로서의 경이로움을 바치노라. 참으로 덧없이 지나가는 매 순간을 음미하되 회백질을 욕되게 하지 않을 정도로만 살다 가고픈 어느 유인원의 넘실대고 굽이치는 철학을 그대에게 선사하고 싶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 책이 루크레티우스(BC 94? ~ BC 55?)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원제 : De rerum natura)』에 바치는 ‘헌사’라는 점이다. 장마다 등장하는 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 곳곳에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대한 오마주로 넘쳐난다. 이브 파칼레는 “내가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소박하게나마 오늘날의 책으로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 나는 이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희끗희끗한 수염이 나고 환갑이 넘는 나이가 되기를 기다렸다.”라며 서두를 연다. 또한 저자는 루크레티우스에게 “그대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와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존재와 우주를 상상하였다”라며 원자론적 유물론을 서사시 형식으로 노래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 대한 존경을 듬뿍 나타낸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원자론과 유물론을 계승한 책으로, 원자가 무한하고 영원한 우주 공간에서 상호작용하여 모든 사건이 발생한다는 원자론적 우주관을 담은 고전이다. 저자가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서 다루고 싶었던 근본적인 질문은 두 가지이다.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생명은 어디에서 왔는가?”가 그 두 가지 질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남은 질문 한 가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는 후속작인 『인간의 장편소설Le grand roman des hommes』을 통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