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모양의 얼룩

김이듬 · Poem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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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 54권. 김이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별 모양의 얼룩> 개정판. 김이듬에게는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허기가 있다. 그것은 욕망이 만들어 준 허기가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억제된 욕망을 뚫고 욕망하려는 허기, 욕망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야 할 그런 것이다. 욕망의 억제가 말을 불모에 이르게 한 연원이라고 본다면, 그 허기를 또한 말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이상한 허기, 이 욕망하려는 욕망이 육체의 감각에 날을 세우고, 이 날 선 감각들은 그의 욕망을 무참하게 잘랐던 낡은 상처들이 다시 피를 흘리게 한다. 그 상처 하나하나마다 붕대처럼 감겨 있는 문화적 형식들이 벗겨지고 허기 아래 눌린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말들은 사실에 부합하고 따라서 순결하지만, 사실을 말하나 숨기는 방식으로 말하기에 어지럽다. 이 어지러움이 김이듬에게는 일종의 정돈에 해당한다. 그것은 극단에 이르려는 표현을 복잡성의 형식으로 절제하고, 상처와 원한의 관계가 조정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가 숨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독자에게는 이 어지러운 말만큼 잘 정돈된 말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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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개정판 시인의 말 시인의 말 거리의 기타리스트―돌아오지 마라, 엄마 ― 11 욕조들 ― 13 별 모양의 얼룩 ― 14 Fluxfilm No. 4(lesbian) ― 16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을 것을―금요일의 갤러리를 지나 ― 18 지금은 自慰 중이라 통화할 수 없습니다 ― 20 조개껍데기 가면을 쓴 주치의의 달변 ― 22 공사의뢰인 ― 23 물류센터 ― 24 운문의 똥막대기 ― 25 Third Eye ― 26 봉인된 여자 ― 28 유디트 ― 29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사소한 문제―음악을 하는 시인에게 ― 30 보수동 우리책방 노상길 씨께 보내는 메일 ― 32 안나푸르나, 두 겹의 크로키 ― 33 고야와 나의 오월 ― 36 후이족의 아내와 양의 끊어진 인터뷰 ― 38 나는 나무를 이해한다 ― 40 언니네 이발소 ― 42 가릉빈가 ― 44 콜로라투라 ― 45 벌 ― 46 정동진 횟집 ― 47 덜미 잡고 놀자 ― 48 조문객 ― 49 오수전(五銖錢) ― 50 분실물 보관소 ― 52 지하 스튜디오 고장 난 앰플리파이어 ― 53 회피성 중독 ― 54 만어석촌(萬魚石村) ― 55 침대 옆 탁자 위 ― 56 피팅룸 ― 57 청춘이라는 폐허 2 ― 58 방조와 가담의 차이에 관한 시퀀스 ― 60 네모난 연못 ― 62 동짓달 ― 63 가내공업 ― 64 여름날 난로처럼 있다 ― 65 오프너 ― 66 어둠 속의 댄서 ― 67 계단을 내려가는 암소 ― 68 오페라의 유령 ― 70 불안한 재미 ― 71 나는 내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 72 뒤주 속의 아리아 ― 74 구름무늬 족좌(足座) ― 76 시소 ― 78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80 드므 ― 81 렌즈 없이 본다는 거 ― 82 사랑했지만 ― 83 콘크리트 쿠키 ― 84 밀가루 반죽은 나비처럼 ― 86 달에 씻다 ― 88 해설 황현산 김이듬의 감성 지도 ― 90

Description

(주)천년의시작에서 2005년 발간되었던 김이듬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 <별 모양의 얼룩> 개정판이 2014년 11월 14일 발간되었다. 김이듬 시인은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1년 <포에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를, 장편소설로 <블러드 시스터즈>를 발간하였다. 시와 세계 작품상, 김달진 창원문학상, 2014 올해의 좋은 시상 등을 수상하였다. 김이듬에게는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허기가 있다. 그것은 욕망이 만들어 준 허기가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억제된 욕망을 뚫고 욕망하려는 허기, 욕망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야 할 그런 것이다. 욕망의 억제가 말을 불모에 이르게 한 연원이라고 본다면, 그 허기를 또한 말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이상한 허기, 이 욕망하려는 욕망이 육체의 감각에 날을 세우고, 이 날 선 감각들은 그의 욕망을 무참하게 잘랐던 낡은 상처들이 다시 피를 흘리게 한다. 그 상처 하나하나마다 붕대처럼 감겨 있는 문화적 형식들이 벗겨지고 허기 아래 눌린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말들은 사실에 부합하고 따라서 순결하지만, 사실을 말하나 숨기는 방식으로 말하기에 어지럽다. 이 어지러움이 김이듬에게는 일종의 정돈에 해당한다. 그것은 극단에 이르려는 표현을 복잡성의 형식으로 절제하고, 상처와 원한의 관계가 조정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가 숨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독자에게는 이 어지러운 말만큼 잘 정돈된 말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