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울음 눌러 삼키는 어린아이의 말이다!
읽는 이를 압도하는 곡진한 얘기들.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하고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던 작가 한수영의 신작 장편소설『플루토의 지붕』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수영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공허의 1/4』과 소설집『그녀의 나무 핑궈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자이면서 소수자인 노인들,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관조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소설가다. 그녀는 그런 작업을 통해 도시인의 단절된 소통불능 문제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자기만의 해학과 풍자적인 이야기로 녹여내 형상화했다는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신작 장편『플루토의 지붕』은 세상 안에 살지만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세상 밖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블랙유머이자 슬프지만 울을 수 없는 곡진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곧 철거될 동네 ‘명왕3동’을 제시하고 그곳에 몰려 사는 인간군상 하나하나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지붕 위에 올라간 어린아이의 눈과 아이의 청진기로 자세히 들여다본다. 현미경을 들이대듯 바라본 명왕3동, 그 안에는 사랑이 있고 때때로 절망이 기습하듯 몰려오고 슬픔과 죽음이 사람들 사이를 맴돌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과 웃음과 눈물이 그 대척점을 이뤄 궁핍하고 어려운 삶을 이겨내고 살아내게 만든다.
이 소설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그 복작거리는 삶의 모습들을 천진스럽게 또는 아기자기하고 기발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플루토의 지붕』을 읽다보면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미나고 유쾌한 사람살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한 편의 설화로 둔갑하는 모습을 읽는 내내 목격하게 될 것이다.
곧 철거될 동네인 명왕3동, 민수는 이곳에서 필리핀에서 온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다. 민수의 엄마는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남편의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했다. 민수는 청진기를 들고 명왕3동 이곳저곳을 짚으며,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한다. 비보이 형, 가수를 꿈꾸는 세탁소 아저씨, 소문내기 좋아하는 세탁소 부부까지…… 때론 안쓰럽고, 우스꽝스러운 동네 사람들의 일상이 어린아이인 민수의 시선을 통해 드러난다.
어느 날, 동네 유일의 약국 주인인 김약사의 쌍둥이 오빠 ‘삼촌’이 민수 엄마에게 반한다. 이에 명왕3동 사람들 모두 ‘삼촌’과 민수 엄마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필생의 연인이라며 사랑을 호소하는 ‘삼촌’, 그런 ‘삼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민수 엄마,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민수. 결국 ‘삼촌’은 사랑을 얻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간다! 지붕 위에서의 프러포즈가 받아들여지고 ‘삼촌’과 민수 엄마는 결혼식을 올린다. 엄마의 결혼식 날, 민수는 홀로 곧 없어질 명왕3동에 작별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