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에 걸린 마음

Edward Bullmore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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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에 세로토닌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항우울제는 지난 30년간 꽤 많은 사람에게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우울증을 겪는 모든 이에게 효과를 낸 것은 아니다. 우울증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항우울제는 ‘안 먹기엔 불안하지만 먹는다고 좋아지는 법은 없는’ 존재였다. 왜 이들에게는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걸까? 환자 개인의 신체 특성이나 생활습관 차이 때문일까? 그간의 우울증 연구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일까? 《염증에 걸린 마음》은 우울증의 원인을 ‘염증’으로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처음 도입한 fMRI 연구에 참여하며 인간의 뇌 지도를 그리는 데 공헌해온 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불모어는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단언한다. 불모어 교수는 이 책에서 최신 과학인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을 기반으로 몸속 염증이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밝혀내고 그동안 우리가 우울증을 이해해온 방식을 완전히 뒤집으며 우울증 치료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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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추천의 말 서문 | 새로운 과학이 가져올 놀라운 변화 1장 / 과감히 다르게 생각하기 치과 치료가 불러온 우울감 |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 | 염증이 생긴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 면역계가 차지할 치료의 미래 2장 / 면역계의 작동 방식 염증과 감염 | 위치, 위치, 위치 | 면역세포들의 의사소통 방식 | 면역계의 신속한 반격과 학습 | 면역계의 이면, 자가면역 3장 / 너무 뻔해서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것 아픈 건 우울한 일 | 코기토, 신, 기계 | 긴 그림자 | P부인만의 일이 아니다 | 사이토카인을 잡아라 | 데카르트주의의 맹점 4장 / 데카르트 이후의 우울증 흑담즙에서 주요우울장애로 | 우울증을 둘러싼 낙인과 침묵의 문화 | 슈퍼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 춤을 추는 요양소 환자들 | 항우울제의 황금시대 | 세로토닌의 희비극 | 우울증을 진단할 생체지표가 없다 5장 / ‘어떻게’라는 커다란 물음표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 | 변하지 않는 사실 | 원인이 먼저다 | 뇌 속의 베를린장벽 | 염증이 생긴 뇌 6장 / 왜 염증과 우울증일까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 스트레스라는 빨간불 | 스트레스와 염증, 우울증의 악순환 | 결국, 답은 언제나 다윈일 수밖에 | 사바나의 생존 이야기 7장 /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의학계의 분리 정책이 불러온 문제들 | 우울증에서 벗어날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 신약 개발과 시장실패 | 염증성 우울증의 치료약을 찾아서 |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진전이 없는 이유 | 조현병과 자가중독 감사의 말 | 면책 고지 | 후주 | 그림 목록

Description

“우울증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의 우울증은 염증 때문일 겁니다.” 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에드워드 불모어가 밝힌 염증과 우울증에 관한 혁신적 과학 30년 전 영국 런던의 한 진료실, 류머티즘성관절염에 걸린 50대 후반의 P부인이 의사를 찾았다. P부인은 여러 해 동안 관절염을 앓고 있었는데 손의 관절들이 부어올라 통증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손 모양도 뒤틀려 있었다. 무릎에서는 콜라겐과 뼈가 파괴되어 관절이 더 이상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아서 걷기도 무척 힘들었다. 의사는 표준적인 검사표에 없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P부인의 마음 상태와 기분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러자 P부인은 자신의 에너지 수준이 매우 낮고, 이제 어떤 일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수면 패턴도 엉망이고, 늘 비관적인 생각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P부인은 우울증에 걸려 있었다. 의사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P부인의 증상을 더욱 자세히 파고들어 작은 의학적 발견을 했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류머티즘성관절염 때문에 진료실에 왔지만 거기에 우울장애라는 진단까지 추가했으니 말이다. 의사는 선배에게 이 중요한 소식을 알리려고 서둘러 달려갔다. “P부인은 관절염만 있는 게 아니라 우울증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우울증? 글쎄, 자네가 그 부인이라면 우울증에 안 걸리겠나?”(28~29쪽) 당시 의학계와 과학계의 통념에 따라 P부인의 우울증은 제대로 진단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우울증에 해당하는 모든 증상이 있더라도 다른 신체 질병이 있는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비단 30년 전의 독특한 사례가 아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근거해 몸과 마음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서구 의학 교육을 받은 의사들에게 의학은 몸의 병만 다루고, 마음의 문제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근거로 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아프더라도 각기 다른 병원을 찾아가, 다른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왔다. 이런 인식에 근거해 우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문제를 그저 ‘마음’의 문제로 다뤄왔다. 그러다 30년 전 ‘뇌 속에 세로토닌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뇌에 기반한 정신의학의 핵심 가설이 등장하면서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개발되었다. 프로작이라는 대표 상품으로 잘 알려진 항우울제는 그렇게 30년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거두었다. 우울증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개발된 획기적인 치료제는 우울증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0년 전 개발된 항우울제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도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은 항우울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우울증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왜 이들에게는 항우울제가 듣지 않을까? 왜 그동안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은 하나도 추가되지 않았을까? 그간의 우울증 연구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일까? 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불모어(Edward Bullmore)는 우울증의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처음 도입한 fMRI 연구에 참여하며 인간의 뇌 지도, 커넥톰connectome을 그리는 데 공헌해온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 전문가인 그는 누구보다 과학적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자다.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과학자 중 한 사람인 그는 신경면역학과 면역정신의학이라는 최신 과학을 기초로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불모어 교수는 면역학, 신경과학, 정신의학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새로운 과학으로 얻은 연구 결과가 정신 건강 분야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확신했고 그 내용을 《염증에 걸린 마음(원제: The Inflamed Mind, 심심 刊)》에 담았다. 이 책은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신체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는지, 새로운 치료법은 등장할 것인지에 답하는 최초의 대중 교양서다. WHO가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환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 단일 질환인 우울증은 세계 인구의 7퍼센트인 3억 5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우울증 환자를 비롯해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더 나아가 ‘우울증’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움츠러들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 책은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 치료법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몸의 염증은 기분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학을 기초로 신경과학, 심리학, 정신의학의 오랜 관념을 뒤흔드는 도발적인 책 어떻게 면역계가, 그리고 염증이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일까? 우리 몸은 외부에서 균이 침투하면 대식세포가 달려들어 균을 잡아먹고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단백질을 생성한다. 사이토카인은 혈액을 타고 이동하며 온몸에 위험 상황을 알려 염증반응을 유발한다.(37쪽) 이는 몸이 스스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얼마 전까지 뇌는 몸에 생긴 염증 물질들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뇌 조직과 혈액 사이에 있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이 혈액 속의 유해한 물질들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게 철벽 방어를 해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이토카인을 비롯한 염증 물질들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물질이 뇌에 들어가면, 뇌의 대식세포에 해당하는 미세신경교세포가 사이토카인을 생성하면서 몸의 염증 상태를 뇌에서 재현하고 확대한다.(187쪽) 몸의 다른 모든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세신경교세포가 활성화되면 주변에 있는 뉴런과 다른 신경세포 들이 부수적인 피해를 입는다. 염증 때문에 잔뜩 화가 난 미세신경교세포는 염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근처에 있는 뉴런을 죽이거나 죽은 뉴런을 대체할 새 뉴런이 형성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다. 또 뉴런의 적응성, 즉 가소성을 떨어뜨린다.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은 원래 가소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다. 유용하거나 자주 사용되는 연결은 더욱 강해지고, 쓸모가 적거나 자주 사용되지 않는 연결은 약해지는 것이다. 시냅스 가소성은 적응행동과 학습,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세신경교세포 활성화로 인한 시냅스 및 시냅스 가소성 감소는 염증이 생긴 동물이 기억 소실, 인지장애, 유사 우울증 행동을 보이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또한 미세신경교세포 활성화는 뉴런이 신경전달물질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영향은 수면, 식욕,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경우에 더욱 명백히 나타난다. 보통 뉴런은 트립토판tryptophan이라는 물질을 원료로 세로토닌을 만든다. 그러나 화가 난 미세신경교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은 뉴런에게 트립토판으로 세로토닌이 아닌 다른 최종산물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염증이 뇌에서 우울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생성과 작용을 방해한다는 것은, 염증이 곧 우울증의 원인임을 반증하는 것과 같다.(204~206쪽) 불모어 교수는 혈액 속 사이토카인이 뇌 속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이 다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촘촘히 설명하며 이것이 단순히 가설이 아닌 진실임을 보여준다. 이 책을 먼저 읽은 국내 최고의 정신의학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정신과학·뇌인지과학과 권준수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염증과 우울증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이제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분명한 사실”이라고 부연한다. 더불어 책에는 이를 뒷받침할 유의미한 연구가 다음과 같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