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문자, 책, 독서, 탐닉, 금기, 분류…… 6000년간의 그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다! 진흙 서판에서 컴퓨터 스크린까지 책 도둑에서 책 검열관, 서적 수집가, 책벌레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에 보내는 거침없는 찬사와 갈채 언어의 파수꾼이자 책의 수호자,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 불리는 알베르토 망구엘 그를 움베르토 에코 이래로 문학계 최고 지성의 반열에 오르게 한 기념비적인 역작! 이 책은 알베르토 망구엘의 개인적인 독서 편력만을 담고 있지 않다. 수십 세기의 인류 역사를 거쳐오면서 책 읽기를 사랑했고, 이를 삶의 도구로 활용했던 모든 이들의 공동의 경험이 묻어난다. 인류 최초로 문자를 남겼던 수메르인 농부에서부터, 오늘날 CD와 키보드로 방대한 도서 자료를 읽는 컴퓨터 앞의 현대인까지, 독서가들은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의 끈으로 매여 있다. 저자 망구엘은 자신이 처음으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일을 독서가들의 집단에 첫발을 내딛는 커다란 사건이라고 회고한다. 하지만 독서란 단지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문자로 기술된 메시지를 읽는 것만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 이것 모두를 독서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독서란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이며, 첫 글자를 읽게 되는 엄숙한 경험은 세계의 한 일원으로 들어가는 통과 의례이다. 실제로 글자를 통해 세상이 이루어졌다고 본 생각들이 있었다. 유대의 전통적인 텍스트인 ‘창조의 서’는 이 세상이 10개의 숫자와 스물두개의 글자로 이루어졌고, 이 숫자와 문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결합을 완전히 정복하기만 한다면 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책 한 권을 소유한 사람은 나름대로 이 세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망구엘에게는 이런 책 한 권이 매우 소중한 물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말처럼 ‘그대들이 책을 손에 쥘 때는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려 할 때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억압 속에서도 시들지 않았던 책과 독서에 관한 갈망 이렇듯 책 읽기는 깨어 있음을 두려워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 진시황제 시대의 분서갱유를 비롯하여, 나치스정권 시 불태워진 수많은 문학 작품들은 지배 세력과 책 읽기의 대립 상황을 말해 준다. 단지 정치 세력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왔던 것만은 아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독서가들은 매우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인물로 비쳐졌다. 그 이유는 세상의 소란함에는 무관심한 듯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한 인간의 이미지가 침범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와 이기적인 눈길, 그리고 은밀한 행동을 뭉기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책에 파묻혀 무슨 꿍꿍이수작을 부리는지에 대한 두려움은 요술쟁이나 연금술사들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컴컴한 구석에서 어떤 짓을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독서가들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책의 세상에 빠지기를 즐긴다. 독서는 즐거움이면서, 인생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한 무기이면서, 독서가 개개인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은밀한 특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