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은 마음을 축나게 하지만, 영감을 준다. 우울함이 딱히 나쁜 건 아니다. 청승과 성찰 사이에서 새로운 발견도 하게 마련이니. 춤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그림이든 좋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면.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자화상, 2017)은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스타’로 조금씩 이름을 넓히고 있는 작가 민경희의 첫 에세이이다. ‘곧 죽어도 예술’이 하고 싶다는 한 작가의 이야기가 그녀만의 감성과 시선이 담긴 독특한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흔히 초라해 보여 숨기고 싶어 하는 일이나 자칫 격이 떨어져 보일 법한 삶의 면면도 작가의 시선과 생각을 거치면 ‘인간적 삶의 단편’으로 거듭난다.
『별일 아닌 것들로 별일이 됐던 어느 밤』은 가벼워지기 쉬운 인스타그램의 컨텐츠가 어떻게 진지하고 묵직한 삶의 메시지로 다가오는지를 보여주는 깊이 있고 즐거운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