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존 밀턴 · Novel/Poem
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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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종교 서사시로 평가되는 <실낙원>은 구약 성서의 '낙원상실 모티프'를 토대로 한 대서사시로 10,565행에 달한다. 밀턴은 서사시라는 일정한 형식에 격조 높은 문장과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17세기 정신세계와 인문적 교양을 작품 속에 훌륭히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밀턴은 셰익스피어 다음가는 대시인이라는 지위를 얻었고, <실낙원>은 종교적 통찰을 보여주는 최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논문 「실락원에 나타난 밀턴의 인간관」으로 국내 제1호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일생 동안 밀턴의 생애와 문학을 연구해온 조신권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다.

Author/Translator

Description

실패한 혁명가, 위대한 시인 밀턴 밀턴에 관한 에피그램 by 존 드라이든 세 시인이, 세 먼 시대에 태어나 그리스와 이탈리아와 영국을 장식했다. 첫째 시인은 높은 사상에서, 다음 시인은 장엄함에서, 셋째는 이 모두에서 뛰어났다. 자연의 힘은 그 이상 더 갈 수 없어, 셋째를 낳으려고, 앞서간 둘을 합친 것이다. 밀턴은 문예부흥과 종교개혁, 고전적 학문의 보고를 깊은 종교적 감정의 부활과 결합시킨 위대한 작가였다. 그는 일생을 통해 그리스와 로마에 의해 대표되는 이교주의와 기독교 정신 사이의 긴장을 느꼈고, 그것을 통합하려는 노력의 최종적 결과가 불후의 걸작『실낙원』이다. 하지만 생애의 가장 정력적인 시기인 30, 40대를 정치적 종교적 투쟁의 중심에서 보내면서 그의 아까운 시재(詩才)를 혁명의 이상을 위해 양보했고, 혁명의 실패와 40대 중반에 찾아온 실명이라는 엄청난 재난에 굴하지 않고 말년까지 정력적인 시작 활동을 하여, 패터슨으로부터 “예술에서 위대하기 전에 인생에서 위대했다”는 찬사를 들은 위대한 시인이었다. 존 밀턴은 1608년 런던의 브레드 가에서 부유한 법률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원래 로마 가톨릭 집안이었으나, 밀턴의 아버지 대에서 프로테스탄트로 전향하였다. 밀턴이 태어난 시기는 셰익스피어, 벤 존슨, 보몬트, 플레처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로, 밀턴은 이러한 문학적 바탕에서 창조적인 서사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어릴 때부터 당시 유명한 신학자였던 토머스 영의 지도 아래 단단한 지적 수련을 받으면서, 학문과 문학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되었다. 16세 때 이미 「시편」 114편과 136편을 운문시로 옮겼는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 현존하는 그의 최초의 작품으로 남아 있다. 17세부터 24세까지 케임브리지의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수학했고, 이 시기에 그는 최초의 걸작인 「그리스도 탄생하신 날 아침에」를 비롯하여 여러 편의 소네트를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썼다. 문학석사로 학교를 졸업한 그는 당시 교회의 조치에 대한 반감 등으로 입신출세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버지가 있는 호튼으로 가서 고전을 연구하며 독서와 시작에 열중하는 시기를 보냈다. 이 시기에 그의 주요 시편 및 가면극 「랄레그로」「일 펜세로소」「코머스」「아카디스」 등이 씌어졌다. 30세 때인 1638년에는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라 1년 3개월 동안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1640년, 제2차 주교전쟁을 계기로 밀턴은 종교적 정치적 자유를 외치는 수편의 글을 발표하며 정치적 격변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이후 밀턴은 1660년 왕정이 복고될 때까지 20년 동안, 교회 제도와 정치, 가정 문제 등에 관한 수많은 논쟁적 글을 발표하며 청교도의 대의를 위해 열렬히 투쟁했다. 언론 출판의 자유를 부르짖은 유명한 글 『아레오파지티카』도 이때 발표되었으며, 이 시기에 밀턴은 시작(詩作)에 대한 계획을 미루어두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까지 여길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1649년에는 크롬웰의 라틴어 비서관으로 발탁되어 공화정부를 위해 일했으며, 원래부터 나빴던 시력이 점점 나빠져 1652년 그의 나이 44세 때 완전히 실명한 뒤에도 비서를 두면서 업무를 계속했다. 1660년 왕정복고 후 밀턴의 삶은 실명과 가난과 소외의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간신히 처형은 면했지만 전 재산이 몰수된 데다 가정적 불화에 시달렸다. 그의 유일한 위안이라면 1663년에 결혼한 세번째 부인 엘리자베스 민셜이었다. 밀턴보다 30세나 아래였던 부인은 말년의 밀턴을 충실히 보필했다. 말년에 밀턴은 세 편의 작품을 완성했으니, 그것이『실낙원』(1667)과 그 후속편인『복낙원』(1771), 그리고 극시『투사 삼손』(1771)이다. 『실낙원』이 출간되자, 존 드라이든을 비롯한 당대의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에 비견될 만한 대작으로 평가했다. 『실낙원』이 재판 출간된 지 석 달 후인 1774년 11월, 밀턴은 지병이 악화되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경건한 종교적 명상과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 밀턴은 이 시가를 1663년에 완성하였지만, 집필을 시작한 것은 1658년경이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그 오래전부터 밀턴은 숭고한 주제를 가진 영웅시를 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아서 왕이나 크롬웰을 소재로 한 시를 구상했었으나, 결국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서사시를 써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르네상스 운동의 일환인 자국어 옹호 운동에 적극 호응하여 라틴어가 아니라 영어로 썼다. 원고는 1663년에 완성되었으나 페스트와 런던 대화재 등으로 출간이 늦어져 1667년에야 초판이 나오게 되었다. 『실낙원』의 줄거리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고 에덴에서 쫓겨나는 것이지만, 시간적으로는 아담 이전의 영원한 과거부터 아담 이후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공간적으로는 에덴을 사이에 둔 천국과 지옥까지, 시공간적으로 방대한 이야기가 장중한 문체로 화려하게 노래되고 있다. 특히 제1편에서 시인은 그리스의 시인들이 노래했던 것(그리스 신화)보다 더 높고 고상한 주제를 노래하겠다고 한 다음 바로 지옥의 불바다에 떨어진 사탄이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여기 묘사된 지옥의 광경과 사탄의 영웅적인 풍모는 너무도 웅장하여 깊은 인상을 준다. 또한 사탄군과 천사군이 하늘에서 벌이는 전쟁 장면, 하나님의 천지창조 장면, 지구를 겹겹이 둘러싼 프톨레마이오스 식 우주관에 입각한 천체의 화려한 운동 장면, 천국과 지옥 사이의 심연의 공간 ‘혼돈’의 모습, 에덴 낙원의 환상적인 묘사 등으로 인해, 『실낙원』은 성서에 대한 청교도적 명상의 결실이면서도 동시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온갖 이교 신화에 준거한 그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임을 인정받고 있다. 고전 서사시의 전통과 기독교적 정신 - 인문주의적 기독교 서사시 『실낙원』은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서사시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작품이다. 각 편 서두에 줄거리를 배치한 점, 플롯의 결정적인 순간인 중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점(『실낙원』은 하늘의 전쟁에서 대패한 사탄이 지옥의 불바다에 갇혀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고양된 어조와 시어들로 사랑과 전쟁, 초자연적 등장인물, 모험과 시련 등을 그리고 있는 점, 그리고 서사적 직유와 목록을 길게 열거하고 있는 점(제1편-악마들의 등장 목록, 제11편-미가엘이 데리고 올라간 산 위에서 아담의 눈에 비친 광대한 도시들의 목록) 등이 고전 서사시의 문법에 충실한 요소들이다. 또한『실낙원』을 논할 때 그 장엄한 문체를 빠뜨릴 수 없는데, ‘장엄체’라 불리는 이 문체는 수사적으로 고양되고 격조 높은 문체로, 일상적인 언어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영웅적 주제와 웅대한 구성과 양식성에 알맞은 의식적(ceremonial) 문체이다. 밀턴의 장엄체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시어와 양식화된 구문, 낭랑한 이름을 열거한 긴 목록, 광범위한 인유, 서사적 직유와 형용어구 등의 특징을 가지고 『실낙원』을 보다 고답적이고 우아한 시가로 만들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세련되고 음악적인 무운시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실낙원』의 서두에 밀턴 자신이 입장을 밝혀놓고 있다(1권 7쪽 참조). 하지만 또한 『실낙원』은 주인공이 영웅이 아니라 미약한 인간(아담과 하와)이라는 점, 이들의 덕목이 용기나 명예와 같은 전통적인 서사시의 덕목이 아니라 복종과 고난이라는 기독교적 덕목이라는 점에서 고전 서사시와는 다른 길을 가는 비전통적 시이기도 하다. 기존의 서사시 전통을 대표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뛰어넘겠다는 시인의 당찬 포부(제1편 14~16행)로 시작하는 『실낙원』의 주제는 결국, 시인 스스로가 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