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궈징
3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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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궈징은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한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12월 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우한에서 발견되고, 이 병의 전파로 이듬해 1월 10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다. 훗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번졌으며, 2020년 1월 23일 진원지인 우한시는 전격 봉쇄된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는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39일 동안 궈징이 봉쇄된 우한에서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1인 가구주, 서른 살, 여성,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우한에서 겨우 한 달 남짓 지낸 이방인 신분인 궈징은, 사회적 자원이 전무한 극도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틈틈이 산책을 나가서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결지점을 만들고, 봉쇄된 도시에서 관찰한 비상식적인 일과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기록했다. SNS에 게재된 그의 일기는 200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BBC 뉴스, 《서울신문》 등 세계 여러 언론에 소개되어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알리고 연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은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쇄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 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되는데, 이 책이 그 논의의 출발점으로 모범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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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해제_팬데믹 시대 인간의 조건(정희진) 프롤로그_봉쇄 속의 빛 1장 도시가 순식간에 멈춰 서다 1월 23일 난 일이 터져도 냉정한 사람이다 1월 24일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다 1월 25일 가 본 적 없는 길 1월 26일 봉쇄된 사람들의 목소리 2장 다시금 내 자리를 찾다 1월 27일 이렇게 터무니없는 세상에서 1월 28일 우리가 연결망이 되어 보자 1월 29일 넌 혼자가 아니야 1월 30일 무력감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서 3장 갇힐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 1월 31일 판타지 같은 일상생활 2월 1일 불확실한 상황에서 살아간다는 것 2월 2일 누군가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2월 3일 타인과의 연결을 모색하다 4장 살아 있다는 건 우연이자 행운일 뿐 2월 4일 개도 마스크를 썼네 2월 5일 “다 지나간다”고 쉽게 말하지 마세요 2월 6일 사탕 한 알의 행복 2월 7일 공정하지 않은 죽음 5장 아마도 이게 마지막 외출 2월 8일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준 밤 2월 9일 인간의 하찮은 비밀 하나 2월 10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2월 11일 폐쇄형 관리가 시작됐다 6장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 2월 12일 봉쇄된 도시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살아남는 법 2월 13일 자유가 없습니다 2월 14일 마지막 외출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 2월 15일 마법의 도시 7장 지정감시거주자의 일상 2월 16일 주민임시통행증 2월 17일 세상의 일부분이 사라졌다 2월 18일 선택지 없는 선택 2월 19일 행동이 희망을 불러 온다 8장 집단적인 삶, 다양한 일상들 2월 20일 봉쇄 해제의 조건 2월 21일 단톡방 하나로 압축된 삶 2월 22일 혐의를 뒤집어쓴 공동구매 2월 23일 같은 시공간, 다른 경험들 9장 결코 행복하지는 않은 행운아들 2월 24일 훠선산병원 건설에 참여한 노동자들 2월 25일 봉쇄 해제에 대한 상상 2월 26일 언제쯤 저 문을 걸어서 나갈 수 있을까 2월 27일 모든 게 어제와 판박이 10장 열심히 목소리를 내다 2월 28일 뜻밖의 친절 2월 29일 기록되지 않은 그들을 기록하는 사람들 3월 1일 모든 일이 소리 소문도 없이 일어났다 부록_중국에서의 코로나19 진행 추이(2019. 12. 31. ~ 2020. 3. 11.)

Description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BBC에서 주목한 봉쇄된 우한의 밤과 낮의 기록! 여성학자 정희진 추천 도서 “나로서는 일관된 마음으로 일기 전체를 써 내려갈 방법이 없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터무니없음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는 것뿐이다.”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한 궈징은, 한 달쯤 뒤인 12월 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훗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이듬해 1월 10일 첫 사망자를 낳았고, 우한시를 비롯한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번져 나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23일 우한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봉쇄는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봉쇄에 임박해서 공고가 난 데다 봉쇄 기간과 생필품 공급에 대한 계획조차 공지되지 않아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거리에서 사람과 자동차가 사라지고,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았으며, 약국과 마트에서 순식간에 물품이 동나는 가운데 사람들은 식량이며 생필품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길게 줄을 섰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우한 사람이 격리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우한에서도 더 가장자리에 궈징이 있었다. 1인 가구주, 서른 살, 여성,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겨우 한 달 남짓 지낸 이방인. 사회적 자원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는 신분, 기능을 멈춘 도시라는 극도로 고립된 상황. 하지만 궈징은 어떻게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전염병에 대한 정보도, 재난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 턱없이 부족했던 그는 웹을 통한 연결을 시도한다. 그것을 통해 물리적 봉쇄를 깨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렇게 그는 친구들과의 화상 채팅과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난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렇게 봉쇄를 깨야 한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는 봉쇄가 시작된 2020년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39일 동안 궈징이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나눈 화상 채팅 이야기,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한 이야기, 틈틈이 나간 산책 그리고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이야기, 봉쇄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사건과 일상의 소소한 일들, 고립된 채 지내는 그의 내면 풍경이 담겨 있다. 하지만, 거리뿐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봉쇄되던 중국에서 궈징의 개인적인 일기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총 조회수가 200만 회에 달하는 그의 일기는 어느새 중국 각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불의한 사회를 고발하고 연대하며, 앞날이 불투명한 시기에 위안과 희망을 주고받는 통로가 되어 있었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리원량 추모 활동을 제안했는데, 밤 8시 55분부터 9시까지 불을 끄고 묵념한 뒤, 9시부터 9시 5분까지는 빛을 내는 거면 뭐든 손에 들고 창밖을 비추면서 다 같이 호루라기를 불자는 것이었다. (중략)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평소 빛이 드문드문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9시가 되니 몇몇 건물 귀퉁이에서 미약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었다. 그건 봉쇄를 뚫는 빛이었다.” (p.140) 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BBC 뉴스, 《서울신문》 등 세계 여러 언론에 소개되어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알리고 세계인의 연대를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우리에겐 고립을 깰 무기가 필요하다.”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막막함,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 시민을 책임지지 않는 국가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 채로 지내던 궈징에게는 삶을 붙잡아 주는 닻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닻이자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무기는 매일 쓰는 일기, 그리고 친구들과의 수다인 ‘밤의 채팅’이었다. 궈징은 이 두 가지가 자신의 하루하루를 붙잡아 주었다고 몇 번이고 고백한다. 구체적인 상황과 정도야 제각각이겠지만 우리 역시 그처럼 고립된 현실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 내고 있다. 하지만 궈징의 말처럼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일종의 투쟁이다.”(p.135) 그러려면 우리를 삶에 정박시키는 닻, 그 고립을 깰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글쓰기, 수다, 규칙적인 식사, 산책, 운동, 독서, 반려종과 함께 살기 등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 중요한 건 직접 시도하는 것이다. 봉쇄된 우한에서 39일 동안, 궈징은 가끔만 실의에 빠지고 대체로 명랑하게 이 일을 해냈다.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은 〈팬데믹 시대 인간의 조건〉이라는 이 책의 해제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우리에게 지워진 과제를 이야기한다.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쇄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 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진단, 인류의 미래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되는 이때, 그 출발점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각자의 구체적인 기록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들이 나와야 한다. 이 책은 그 모범적 선구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에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더 많은 수다와 더 많은 기록으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것들이 이 시대를 슬기롭게 건널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