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후배들과 후손들에게 우리 ‘왕의 옷’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 유희경 박사의 이 말은 기쁨과 보람 그리고 안도(安堵)의 마음이었다.
‘王’
역사상 마지막 왕을 순종으로 보기도 하고 영친왕으로 보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에서 왕
이 사라지고 100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셈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왕은 역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참 뜻은 계승에 있다. 단순한 ‘이음[續]’에서 의미 있는 ‘전함[傳]’까
지를 포괄하는 계승,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전통적 가치를 재생산하
고 후세에 전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삶을 반추하기 위함이며, 현재에 대한 관심
은 미래에 대한 포석 놓기이기 때문에 왕의 복식에 대한 연구 역시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 속
에서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물음을 제시하는 것마저 우
리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며, 더 나아가 시대의 최고 계층인 왕에 대한 들여다보기를 통해 우리문
화의 정통성과 위상을 제고함으로서 전통문화 원형의 고품격화를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服’, ‘飾’
옷이란 삶과 생활이다. 입을 수 있어야 하고, 입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실용적인 면이
충족됨과 동시에 자신만의 색을 낼 수 있는 멋을 담아야 하는 것이다. 옷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기
술 그리고 미의식까지 포함한다. 특히나 왕의 복식은 당시 최고의 기술과 문화의 집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왕의 복식을 통해 시대의 정치와 사상을, 생활과 문화를 볼 수 있다. 복식을
통해 왕과 조선이라는 시대와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이다.
『王의 服飾』
이 책은 오랜 기간 복식 관련 고전을 비롯한 국내외의 관련 사료들을 연구한 결과인 만큼 학술적
인 견고함이 실로 대단하다. 탄탄한 연구 성과를 통해 왕의 복식을 재조명하고 아울러 우리 전통
복식 전반을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당시의 왕의 복식
그대로를 복원하고 일습(一襲_으로 재현했다는 점으로, 이는 전례 없는 과정이다. 기술적인 복원을
위해 다년간의 문헌 고찰과 유물의 기법을 연구하여 이제는 남아있지 않은 왕의 옷까지도 재현하
였다. 학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어찌 이보다 더 밀도 있게 왕의 복식을 다룰 수 있겠는가!
조선 후기 및 대한제국 시기의 왕의 복식을 다루는 유일한 책인 『왕의 복식』은 복식사뿐 아니
라 문화, 예술, 역사 전반에 이르는 인문학적 아우름을 통해 전통복식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에
게도 왕의 옷에 관한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전통복식의 의미
를 새기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전초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이 전통문화 관련 연구의
본보기가 되고 나아가 우리 문화예술의 고급화와 세계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