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 Poem
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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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37권.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기존의 시적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개성적인 발성으로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이어 두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2015)에서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이라는 패기를 보여주면서 동시대 시인 중 단연 돋보이는 주목을 받았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결 투명해진 서정의 진수를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일상을 세심하게 응시하며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환기하는 "차가운 정념으로 비워낸 시"(김현, 추천사)들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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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이것은 영화가 아니지만 물가에 발을 담갔는데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명된 것은 없다 생과 물 구곡 통영 무대의 생령 You are (not) alone 봉양 소 양 돼지 닭 그것은 간단한 절망이다 얄팍함의 하느님이다 부곡 제2부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레몬그라스, ?c얌꿍의 재료 낮 동안의 일 식탁 위의 연설 여름 오후의 꿀 빨기 불가능한 경이 꽃과 고기 피리를 불자 죄송한 마음 침식암반 사랑과 자비 영원한 자연 현장 조건과 반응 피카레스크 감사하는 마음 이것이 나의 최악, 그것이 나의 최선 제3부 사랑을 위한 되풀이 오래된 미래 재생력 아카이브 사랑을 위한 되풀이 비역사 시계가 없는 주방 화면보호기로서의 자연 말을 잇지 못하는 깨물면 과즙이 흐르는 고딕 현관을 지나지 않고 생매장 떡을 치고도 남은 것들 그런 거 다 아는 거 너의 살은 푸르고 어두운 숲의 주변 보도와 타일 요가학원 레슨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빛은 어둠의 속도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말차 사랑과 영혼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역치 청기가 오르지 않고 지난밤은 잘되지 않았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 부서져버린 남아 있는 나날 해설|조대한 시인의 말

Description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서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 단연 돋보이는 사유와 감각, 모두가 기다린 황인찬의 신작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기존의 시적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개성적인 발성으로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이어 두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2015)에서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이라는 패기를 보여주면서 동시대 시인 중 단연 돋보이는 주목을 받았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결 투명해진 서정의 진수를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일상을 세심하게 응시하며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환기하는 “차가운 정념으로 비워낸 시”(김현, 추천사)들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토록 우리의 시는 다르다고 되풀이하는 시 이토록 읽기 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 일상의 사건들을 소재로 하면서 평범한 일상어를 날것 그대로 시어로 삼는 황인찬의 시는 늘 새롭고 희귀한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감각의 폭과 사유의 깊이가 더욱 도드라진 이번 시집은 더욱 그러하다. 특히 김동명(「내 마음」), 김소월(「산유화」), 윤동주(「쉽게 씌어진 시」), 황지우(「새들도 세상을 떠나는구나」)의 시와 대중가요, 동요 등을 끌어들여 패러디한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 시 속에 숨어 있는 시구나 노랫말을 찾아 읽는 재미가 색다르다. 치밀하게 짜인 단어와 구의 반복적 표현, 대화체의 적절한 구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인은 고백하듯이 시를 쓴다. 세상을 앞에 두고 늘 “어떻게 말을 꺼내”고 “어떻게 말해야”(「불가능한 경이」)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시인은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것을 미래라고 부를 수 있다면”(「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영영 탈출하지 못할 그 오래된 미래 속에서, 그리고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 빈” 세상 속에서 “고독을 견뎌”(「부곡」)내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되풀이하려는 것 같다. 시집을 펴내며 시인은 “나는 증오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시인의 말)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증오와 의심의 감정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서로의 슬픔과 아픔에 대해 말하고, “생물들이 죽고 사는 것”(「영원한 자연」)과 반복되는 삶을 생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물가에 발을 담갔는데…」)을 이야기하며 소박하고 진실한 순간의 실체를 찾아간다.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그다음에 사랑하는 시”(「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들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 시집이 다가올 2020년대의 시단을 이끌어갈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