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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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권위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이 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인 일면을 통렬히 비판한다. 저자는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꼬집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설정을 들추어낸다. 독자들에게 결코 유쾌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불쾌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는, 아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황족 서열 순위가 달라지는 황실 문화에 대한 비판부터, 전쟁 시 '위안부'라는 존재에 대한 다각적 분석, 뒤집어 생각해보는 성매매 비즈니스, 아동 성학대자를 통해 본 남성의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의 시선, 우리나라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조망한 여학교 문화까지. 책 속의 다양한 여성 혐오의 예시와 비판은 놀랄 만큼 일상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아니 자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충격적이다. 특히 '가족'과 '결혼'이라는, 이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퍼져 있는 여성 혐오에 대해 심리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해석을 바탕으로, 딸에 대해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의 딸'이 되어 살아가는 딸들의 모순, 아들과 딸의 역할에서 비롯되는 여성 혐오적 인식 등 저자가 꼼꼼하게 메스를 들이댄 여러 예시와 근거가 완전히 터무니 없지 않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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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 / 말하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 두려움을 떨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바닥이고 절벽입니다. - 어렸을 때도 ‘여성스럽지’ 않았습니다. - 제가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제가 여성이기 때문이었습니다. - 그들이 성범죄에 복장과 시간을 들먹이는 건 좋은 변명의 구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 혐오의 화살은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향합니다. - 가해자의 꿈을 언급합니다. 그들에게 여성 피해자는 없었습니다. -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결코 개인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 여자가 안 된다고 말할 때는 안 되는 겁니다. - 성추행을 안 당해본 여자는 없습니다. - 살인범이 아니라 살해당한 여성에게 동일시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렵습니까? - 당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은데 없는 일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 남자친구는 저를 달래주면서 “네가 예뻐서 그렇다”라고 했습니다. - 피해자의 무너진 삶보다 가해자가 살아갈 삶을 걱정하는 사회가 두렵습니다. - 혐오는 야만적인 얼굴이 아니라 친절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도 작동됩니다. - 능력이나 소망에 따라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저는 여직원입니다. - 사람들은 말합니다. 처신 똑바로 하고 다니라고. - 문고리를 걸어 잠그는 것 말고는 저를 방어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 좋아하는 치마를 입고, 빨간 입술도 하고 싶습니다. - 일부 남성의 책임이 아닙니다. 모든 남성이 책임의 일부입니다. - 여성도 남성도 아닌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순간에는 머리가 하얘져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 나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 증오의 밤을. - 밤늦게 들어온 저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정신을 놓고 때렸습니다. - 여자라서 폭행을 당하고. 여자라서 강간을 당하고 . - ‘살아남았다’는 해시태그와 ‘억울하다’는 말에 대하여. -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 저는 끊임없이 떠들 것입니다. 저를 침묵시킬 순 없습니다.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 이건 피해 고백이 아니라 가해 고백입니다. -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 이제 그만 듣고 싶습니다. - 부단히 해야 했던 변명들이 제 잘못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 과연 언제쯤 이 액땜을 끝낼 수 있을까요? - 벗고 있든 아니든, 우리가 뭘 하고 있든 만져서도 안 되고 우리를 죽이면 안 돼요. - 학교 다닐 때 규정이 많았어요. 그중 하나가 발목양말 금지였습니다. - 남자애들은 원래 덜렁거리니까 여자애들이 이해해줘야 한다니요! -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며 정말 짜증나고 슬펐습니다. - 무언가 정말 많이 잘못되었습니다. - 그들은 내게 여자답게 굴라고 강요할 수 없어, 나는 이미 여자니까. - 저와 여동생과 남동생은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선언문 /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해제 /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_ 권김현영

Description

“당신은 왜 여성을 혐오하는가” 세계적 권위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현대 사회를 뒤덮고 있는 여성 혐오 사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 여성은 투표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그러니 이제 진정한 남녀평등의 시기가 왔다고 해야 할까?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도 ‘여성 혐오의 시대’라고 말한다. 우에노의 최신간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 刊)는 이 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인 일면을 통렬히 비판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꼬집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설정을 들추어낸다. 독자들에게 결코 유쾌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불쾌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성 혐오의 시대 현대 사회의 여성 혐오에 대한 총체적 고찰 딸은 어머니로부터 여성 혐오를 배운다. 어머니는 딸의 ‘여자 같은 부분’을 증오함으로써 딸에게 자기 혐오를 심어준다. 어머니는 딸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일을 딸이 이루었을 때는 기쁨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딸이 어머니도 인정할 만큼 훌륭한 신랑감을 골라 결혼한다면 어떠할까? 그러한 경우에도 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딸이지 어머니가 아니다. 딸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어머니는 복잡한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흔히 ‘바람둥이’라 불리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다! 우에노 지즈코는 책의 첫 장부터 이렇게 외친다. 저자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통해 이 사회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여성 혐오적인 모습을 분석한다. 쉽게는, 아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황족 서열 순위가 달라지는 황실 문화에 대한 비판부터, 전쟁 시 ‘위안부’라는 존재에 대한 다각적 분석, 뒤집어 생각해보는 성매매 비즈니스, 아동 성학대자를 통해 본 남성의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의 시선, 우리나라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조망한 여학교 문화까지. 책 속의 다양한 여성 혐오의 예시와 비판은 놀랄 만큼 일상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아니 자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충격적이다. 특히 ‘가족’과 ‘결혼’이라는, 이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퍼져 있는 여성 혐오에 대해 심리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해석을 바탕으로, 딸에 대해 이중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의 딸’이 되어 살아가는 딸들의 모순, 아들과 딸의 역할에서 비롯되는 여성 혐오적 인식 등 저자가 꼼꼼하게 메스를 들이댄 여러 예시와 근거가 완전히 터무니 없지 않다는 사실을 통감하게 될 것이다. 여성을 싫어한다는 의미의 영어 ‘misogyny’라는 단어가 있듯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구체적인 증거들이 일본의 것이지만 이것은 비단 일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 혐오는 ‘중력처럼 시스템 전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우리의 여성 혐오를 들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술을 잠식한 여성 혐오 문학, 회화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 예술은 시대의 반영이라고 했던가. 우에노 지즈코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유독 문학을 위주로 한 예술 작품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소설 《롤리타》를 테헤란의 한 영문학 교사의 비평을 빌어 ‘성추행 소설’로 볼 수 있음을 지적하고, 나오키상을 받은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 《내 남자》는 ‘아버지의 딸’의 시점에서 쓰였음을 설정부터 스토리까지 조목조목 분석한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은 하야시 마리코라는 소설가의 작품 속 여성은 독자로 하여금 ‘난 이런 여자는 아니지’라는 예외적 발상을 가능케 하여 여성 스스로 여성 혐오 즉 ‘자기 혐오’를 가능케 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른바 ‘낙오 전략’이다. 그 외에도 남성 중심적, 여성 혐오적 시각을 보여주는 일본 전통의 우키요에 춘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속 대사, 노벨 문학상 후보이기도 했던 미시마 유키오의 발언, 일본 문학사의 거장으로 통하는 나가이 가후와 그의 작품 등 문화 속에 폭넓게 자리 잡은 여성 혐오를 집어낸다. 물론 책 속에서 언급한 예술 작품들을 저자와 같은 시선으로 보지 않고 얼마든지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에 정답이 없듯, 저자가 말하는 관점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될 터.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을 바탕으로 창작된 <나비 부인>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자기혐오를 일삼고 있는 여성들 여성도 피해 갈 수 없는 여성 혐오 “그래 맞아. 진짜 여자는 너무 감정적인 것 같아. 나도 그게 싫어.” A양이 말한다. “근데 너는 좀 특별하잖아.” 남자가 인정한다. “응. 나는 ‘평범’한 여자는 아니지.” 그녀는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그러나 이 ‘예외’를 통해 ‘평범’한 여성에 대한 멸시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단순히 남성들이 가진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을 물려받은, 아니 그에 앞서 성별이원제 사회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은 모두 여성 혐오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 역시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안고 있다는 것. 저자는 자신은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는 ‘특권적 예외’로 설정하는 ‘출세 전략’을 통해 여성 혐오를 자행하는 여자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여자를 지켜주겠다’는 말을 하는 남자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마음 또한 여성 혐오의 범주에서 볼 수 있음을 주지시킨다. 이를 통해 사회 총체적인 고질병인 여성 혐오는 단순히 ‘남자의 문제’가 아닌, 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 우에노 지즈코는 단숨에 여성 혐오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극복하기 위해 실체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때문에 ‘쓰는 사람도 불쾌하고, 읽는 사람도 불쾌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의 인식, 공론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단 한 번의 생각.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사람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작은 변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