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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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사막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꾸는 꿈 기 빌루는 선명함으로 신비를 가로지르는 작지만 아주 비옥한 영토에서 작업하는 작가입니다. 그곳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걸려 있을 법한 곳이지만 빌루의 관심은 딴 데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실제와는 다른 마치 닳은 듯한 색상으로 아주 넓은 공간을 조망하고, 보다 깊은 곳에 흐르는 불안과 불편에 손을 대 시각적 농담으로 녹여 내는 구상으로 크기와 시점을 가지고 놉니다. 이 그림들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그 모양이 슬그머니 바뀌는 흐릿함이 아니라 아주 쨍합니다. 말하자면, 비유적으로나 글자 그대로나 한낮의 사막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꾸는 꿈 같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에는 민담이 깃들어 있고,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푹 빠져들 수 있는 독특한 그림이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집니다. 이게 우리가 그림책에서부터 원하는 게 아닐까요? 평범한 기술로 무심한 듯 그려낸 초현실의 세계로 날아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 말입니다. 우리의 영웅은 앨리스입니다. 작은 연못의 비좁음에 좀이 쑤시기 시작한 이 작은 초록 개구리는 이미 연못의 어둑한 바닥 구석구석이며 풀잎 사이사이의 숨을 만한 곳들을 다 압니다. 또 연못 이쪽에서 저쪽까지 뒷다리로 스물여덟 번 발길질 하면 건너갈 수 있다는 것도 알지요. 말 많은 갈매기의 부추김으로 앨리스는 집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수련 잎을 돌돌 말아 쥐고서 바다를 보겠다고 길을 나서요. 여기서 어린이들(또는 부모들)에게 제시되는 심리적 낚시 바늘은 너무도 뻔합니다. 그러나 글도 그림만큼 절제할 줄 아는 빌루는 결코 망치로 자신의 뜻을 못 박듯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의 이야기는 우아하면서도 묘한 의미, 그리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담백하게 펼쳐집니다. 앨리스가 수련 잎에 누워 물 위에 떠서 뒤척이며 잠을 자다 맞이한, 처음 바다를 봤을 때의 모습을 기술한 장면을 보세요. 앨리스가 깨어났을 때 눈에 보인 건 오직 파란색뿐이었습니다. 앨리스는 초록의 강둑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았지요. 환희와 두려움의 그 순간, 앨리스는 바다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앨리스는 조용히 개골거렸지요. 그 소리에 대한 유일한 답은 물 표면을 핥고 지나치는 바람 한 줄기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낚임은 아주 육중해지는 반면, 앨리스가 파도를 타는 모습은 아주 섬세한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환희와 두려움의 그 순간입니다. 느낌을 장려하는 것 외에 이러한 이중적 감정 더 나아가 갈등을 다루려고 하는 어린이 그림책이 얼마나 될까요? 앨리스는 결국 안전하게 제 연못으로 돌아오지만 앨리스 이야기의 핵심은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가 절대 아닙니다. 빌루는 당연히도 보다 넓은 세상이 계속 손짓하리라는 것을 독자들이 알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며 유혹합니다. 그리고 아주 시원한 결정적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도전해 오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