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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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한 문화인류학자가 진단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 인구 66%가 일정한 직업이 없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늘 성실히 일하는 한국인은 과연 행복한가? 3년간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을 담은 인류학 보고서 우리는 종종 일하지 않는 삶을 동경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좇으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러한 성과주의, 자본주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하루 벌어 살면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회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탄자니아의 도시민 사회다.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신간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원제: その日暮らしの人類学 )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패배와 낙오의 상징인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과 그들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사는 방식과 사회 구조를 되묻는 인류학 보고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고,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살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탄자니아 도시민의 유연하고 역동적인 삶의 방식을 소개하며 근면한 노동과 성과주의를 상찬해온 근대 이후 노동관과 자본주의적 가치관에서 일탈한 하루 벌어 사는 인간상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고용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 경제’가 세계 곳곳에 활성화되어 있으며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로 대두되고 있음을 밝힌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탄자니아 도시민 사회의 내면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실제로 그는 이 연구를 위해 15년 이상 탄자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므완자 시에서 현지 상인의 장사 관행과 생계 활동, 사회적 관계를 조사해왔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므완자 시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연구로 권위 있는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인문학의 차세대 사상가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하루 벌어 사는 삶의 가치와 실천, 인간관계, 그 연속선상에서 나타나는 경제 사회의 모습을 밝힘으로써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미래지향적, 생산주의적, 발전주의적 인간관과 노동관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인류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하루 벌어 사는 삶을 전제로 성립된 경제가 결코 현행 자본주의와 상극이 아님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 보임으로써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탄자니아 도시민의 모습은 성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각박한 시대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진정한 삶의 여유와 가치를 되새겨볼 기회가 될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직업을 바꾸는 제너럴리스트 탄자니아의 도시 지역은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이 경제 사회의 주류를 이룬다. 2006년 탄자니아 정부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도시 인구의 66퍼센트가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 등의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4퍼센트에는 농업, 어업, 가사노동 종사자까지 포함되므로 공무원이나 샐러리맨 같은 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영세 자영업을 하거나 날품팔이를 하는 것,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을 화제로 삼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일은 일’이라는 말을 곧잘 하는데, 주로 어려운 생활환경이나 쉽지 않은 취업 때문에 ‘이 일 저 일 가릴 때가 아니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이 말 속에는 보수나 사회적 평가 등에 따라 매겨지는 직업의 서열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특유의 가치관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는 현장 조사 당시 조수 노릇을 했던 현지인 부부가 생계를 위해 했던 다양한 일을 소개하며 ‘일은 일’이라는 가치관이 지배하는 삶에 대해 설명한다. 현지인 부부의 생계를 위한 활동은 사전에 계획된 일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형태였다. 한 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여러 업종을 전전하며 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웠다.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로 먹고살고, 가족 중 한 사람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다른 사람의 벌이로 먹고사는 생계 다양화 전략을 취한다. 일에 대한 이런 태도는 열악한 경제 상황에서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당장 가능한 행위에 뭐라도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일은 일’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일단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일로 바꾸는 장사 관행 이와 같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직업을 바꾸는 탄자니아 사람들의 가치관은 기술과 지식의 축적에 따른 사회 경제의 발전이나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선택에 따른 생산주의적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때문에 그들 특유의 ‘일은 일’의 가치관은 경제 시스템으로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쉽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국경을 초월한 비공식 교역을 사례로 ‘일은 일’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일단 시험 삼아 해보기’의 관행이 경제 시스템으로서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역동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파한다.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은 중고품, 복제품, 모조품 등을 위시한 중국산 제품이 주를 이루며 의류나 소형 가전제품 등 유행이 쉽게 바뀌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아프리카 상인들은 ‘시험 삼아 해보기’ 전술을 적용한다. 어떤 제품이 안 팔리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장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점포에서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 점포를 돌며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사 모은다. 이러한 방법은 매번 가격 협상을 벌여야 할 뿐 아니라 대량 구입에 따른 가격 할인을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소비자의 기호를 잘못 판단하는 등과 같은 실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다른 일로 바꾸는 관행은 자본주의 경제의 공동 경영화나 조직화의 유인책과 모순되며 불확실성이 높고 혼란한 시장을 재생산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기회이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상인들 스스로 계속 만들어낸다는 점은 이 경제권의 활력소가 된다. 해적판과 베끼는 문화가 개척한 역동적인 경제 시스템 흔히 중국산 모조품을 ‘산자이(山寨)’라고 부른다. 산자이라는 용어는 전자산업이 발달한 광둥 성 선전 시에서 짝퉁 휴대전화를 산자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제3자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위조하는 생산 공장을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모조품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현상 전반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짝퉁이나 모방만이 아니라 ‘창조적 모방’이라는 뜻도 포함된다. 사용자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특정 공정에서 강점을 가진 영세 기업들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산자이 기업의 생산 시스템에도 시험 삼아 해보고 벌이가 되지 않으면 물러나는 전술이 반영되어 있다. 탄자니아 소비자가 중국산 제품 가운데 모조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물건을 사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한 달 후에도 같은 일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높은 생활환경은 그들로 하여금 소비를 미루고 돈을 모으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그들은 중고품이나 진품을 사고 싶어도 금전 사정이 여의찮아 중국산 복제품이나 위조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벌이가 나아져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충동구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