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 자신이 걸어다니는 정신 병원이자 그 병원을 책임 진 의사였던 카를 융에 대한 최고의 전기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융의 삶을 놀랍도록 포괄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담아 낸 디어드리 베어의 『융: 분석심리학의 창시자』가 정영목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디어드리 베어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한 사뮈엘 베케트의 전기를 비롯해 아니스 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전기 작가로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연구자이다. 융의 생애와 작업이 매혹적이고, 압도적이고, 모순적이고,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느낀 그의 노력은 1995년 융의 문서 대부분이 보관되어 있는 취리히의 스위스 연방 과학기술 전문대학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조사를 시작한 이래 서문을 쓴 2003년 2월 17일까지 8년간 계속되었다. 디어드리 베어는 1년에 한 달에서 넉 달 동안은 취리히에 살았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갖춘 도서관에서 컴퓨터 사용이 허락되지 않아 열람실에서 자료를 읽으며 힘겹게 연필로 기록하였다. 또 융의 상속인과 후손들, 퀴스나흐트의 융 연구소에서 훈련받은 사람들, 융 학파 공동체와 그 외부 사람들, 자신들의 부모나 조부모가 융에 대해 한마디라도 언급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상적이고 되풀이되는 질문을 하고는 참을성 있게 대답을 들으며 이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완성해 갔다. 그가 읽고 베껴쓰고 만나고 통화했던 노력은 3000개가량의 각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디어드리 베어가 이 책을 쓰기 30년 전, 융의 길고 다사다난했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자는 이야기는 전기 작가 위원회를 꾸려 전기를 쓴다는 구상으로 이어졌지만, 두 명의 전기 작가(베넷과 필프스)에게 좌절을 안겨 주었을 뿐 아니라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융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이것이 『기억, 꿈, 사유Memories, Dreams, Reflections』(융의 말을 빌리면 <이른바 자서전>)가 되었다. 이 자전적 회고록은 융의 일상생활이나 일에서 겪은 경험은 배제하고 개인적 신화, 내적인 경험, 채색된 주관적 자료에 충실하게 서술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서전을 둘러싼 30년간의 시행착오를 마친 뒤 완성된 『융: 분석심리학의 창시자』는 균형 잡힌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한 융의 일상과 삶을 집대성해 낸 최고의 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