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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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자발적 PT푸어가 된 신입 기자 신한슬, 운동하는 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헬스장, 평등한 운동장을 말하다 ‘욜로’는 가고, 바야흐로 ‘존버’ 정신이 뜨고 있다. 냉혹한 현실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죽자 살자’ 버티면 희망이 온다고, 사회 초년생들은 되뇐다. 어찌 됐든 과로 사회에서 체력은 곧 생존!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근력과 체력 단련이 절실하다. SNS상에서 ‘울면 근손실’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이가 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러나 2017년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20대는 17.8%에 불과하다(30대 20.4%).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30%에 가깝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운동을 할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가 압도적이다. 비싼 돈을 내고 최대한 시간을 짜내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여성이라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헬스장이 운동하는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이다. 생리 중이라고 말하면 당황하는 트레이너, 선을 넘는 스몰토크, 레깅스만 입으면 느껴지는 남성의 시선 권력, 여성의 몸을 옥죄는 BMI 수치,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상 체중과 미용 체중, 여성 전용이지만 여성 트레이너는 없는 헬스장까지.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는 신입 기자 시절 저자 신한슬이 건강을 위해 찾은 헬스장에서 성차별적 장면을 마주한 뒤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운동하는 여성으로서 발화하는 책이다. 여성혐오적인 헬스장 문화와 날씬한 몸만을 강요하는 광고 마케팅을 꼬집고, 여성 트레이너가 성장하기 어려운 헬스 산업구조를 파헤친다. 더 나아가 주짓수, 폴댄스, 복싱 등 운동에 푹 빠진 여성과 여성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판을 벌인 기획자들을 찾아 나선 이야기를 전한다. 존버를 위한 사회 초년생의 필수 조건 ‘체력’ 살 빼려는 게 아니라 ‘살려고’ 운동합니다 대학 졸업 후 언론 고시에 지원한 저자는 2년간의 도전 끝에 시사 주간지 신입 기자가 된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그녀는 취재와 마감, 야근, 다시 철야와 취재, 마감이라는 일상을 반복한다. 거기에다 잦은 회식으로 지친 속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은 달고 짠 음식들, 유일한 구원이라 믿으며 마신 술까지……. 사회 초년생의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입사 6개월 만에 몸무게가 10kg 늘고 만다. 일도 생활도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결국 “생활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일상을 위한 “최소한의 근력과 체력 단련”을 위해 헬스장으로 향한다. “적당한 돈을 내고, 정해진 시간에 간다”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운동,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 일명 PT)을 받기 위해서다. 월급의 20%에 해당하는 서울시 평균 한 달 월세를 지불하고 PT 푸어가 된 신한슬. ‘힘센 여자’가 되길 꿈꾸며 생존을 위한 운동을 시작하지만, 헬스장에는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늘 대기하고 있다. 트레이너는 운동과 식단에 들여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들이 헬스장에 오는 이유가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트레이너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저자는 숨겨왔던 프로불편러 정신을 발휘하기로 한다. 우왕좌왕하면서도 회사에 적응하고 한 사람 몫을 해내려고 힘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매일 스스로를 지나치게 채찍질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때렸다간 다리가 부러져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에겐 야근, 술, 외식, 스트레스의 대가로 얻은 월급이 있다. 낸 돈만큼 질좋은 운동으로 힘을 얻는다면 월급의 20% 정도는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과로 사회에서 체력은 곧 생존과 직결된다. 나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그렇게 ‘PT 푸어’가 됐다._20쪽,〈자발적 PT 푸어가 되다〉 중에서 그렇게 아등바등 시간을 내 헬스장에 가면, 비로소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비싼 돈을 내도 헬스장이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_29쪽,〈운동에 드는 ‘최소한’의 노력〉 중에서 모욕의 마케팅부터 BMI, 정상 체중과 미용 체중까지 헬스장이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에 반기를 들다 서로 다른 여성의 몸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나 헬스장에서는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몸’만이 가치가 있다다. 이에 저자는 헬스장에서 여성의 몸을 다루는 방식에 조목조목 반박한다. 광고부터가 문제다. “여성의 몸은 줄이겠다고 단언”하고, “건강보다는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BMI(체질량지수)의 비만 진단 기준은 세계 표준에 비해 다소 빡빡하게 설정되어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BMI 검진 판정 기준을 세울 당시 한국 국민 인체 관련 자료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오늘날 제기되고 있음에도, 한국은 여전히 이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표준 기준으로 보면 저자의 체중은 정상이지만, 한국의 기준으로는 비만이다. 인터넷에는 신장별 체중 비교표인 ‘정상 체중과 미용 체중’이 돌아다닌다. 특정 키의 정상 체중과 미용 체중은 대체로 10kg가량 차이가 난다. 자신의 몸무게가 정상이라고 안심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가장 예뻐 보이는 체중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정상’과 ‘미용’을 앞세운 이러한 지표들은 실제로 한국 여성들의 몸을 위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비만율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6년간 28% 이하의 수치를 기록”했다. ‘마르지만 굴곡 있는 몸’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맞닥뜨린” 20, 30대 여성의 “몸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무거운 여성의 몸을 죄악시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강박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하며, 반(反)다이어트주의자로서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운동 문화를 비판하고 “그들이 정한 ‘정상’ 구간에 맞지 않는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자”고 이야기한다. “여성의 몸이 위축되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한국의 비만 진단 기준이 만들어질 당시 한국 국민의 인체 관련 자료가 불충분했다는 비판이 오늘날 제기되고 있다. 2004년 WHO 전문 고문(Expert Consultation)은 아시아인에 대한 적절한 체질량지수 수정을 권고하면서, 체질량지수 비만 기준은 인종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발표했다. 당시 WHO는 작은 차이로 아시아 태평양지역만 비만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므로 국제 비교를 위해 국제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4년, WHO WPRO는 해당 권고를 받아들여 아시아 태평앙지역의 비만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수정했다. 같은 해, 일본 또한 일본인간도크학회와 건강보험조합연합회에서 ‘검진 판정 기준’을 개정했다. 남성의 BMI 정상 기준을 27.7로, 여성은 26.1로 수정하며 정상 범위를 넓혔다. 일본의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정상 체중이 된다._64~65쪽,〈BMI의 함정〉 중에서 단단하고 근육이 발달했지만 울퉁불퉁하지 않을 것. 모든 뼈가 부위별로 완벽한 비율일 것. 나는 이 불가능한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나는 반(反)다이어트주의자다. 나는 여성이다. 내 몸은 어떤 모양이든,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헬스장과 이사회가 제시하는 특정 몸매만이 ‘완벽한 여성성’이라는 주장에 반대한다. _51쪽,〈정육점의 여자들〉 중에서 운동하는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자기만족 운동’을 위하여 안전한 헬스장과 더 많은 운동장이 필요하다 저자의 시야는 자연스레 여성 트레이너와 헬스 산업 구조, 여성 운동선수들이 겪는 불평등에까지 넓혀진다. 여성 트레이너들을 취재해 일부 남성 회원들의 무례함과 성추행으로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기본급이 낮고 회원 수에 따른 성과급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헬스장의 산업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