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박범준 and 16 others
232p
Where to buy
Rate
결혼이라는 게 무엇인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꼭 결혼이어야만 하는지, 나에게 결혼은 잘 맞는 제도일지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이 사회는 권하지 않는다. 그렇게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그럼에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결혼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혹은 이미 결혼했으나 조금 더 행복해지길 원하는, 아직도 한 이불 속에서 서로 다른 결혼 생활을 꿈꾸는 부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결혼을 해본 기혼자 선배 열일곱 명이 “결혼 전, 혹은 결혼 후에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생각해 봐라, 그리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던져보라”며 이야기 마당을 펼친 것이다. 이 책에 글을 얹은 필자라고 해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펼쳐놓은 이야기 마당에서 그간 어색해서, 사소해서, 굳이 부딪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상대를 잘 안다는 생각에, 그런 것쯤은 문제 안 된다는 ‘자만’에 묻고 싶지만 묻지 못한(않은) 질문이 있다면 이 책을 빌미삼아 맘껏 나눠보길 바라서 만든 것이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책을 펴내며 4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결혼을 배운 적이 없다 겁 없을 때, 철들기 전에_김종휘 ·14 내게 고독을 선물해 줄 수 있나요?_목수정 24 꼭 결혼이어야 하나요?_박범준 40 결혼기념일마다 묻는 세 가지 질문_임영신 50 무엇을 결혼시키고 무엇을 이혼시킬 것인가?_서윤영 64 두 번째 이야기 결혼, 그 달콤 쌉싸래한 현실 사냥꾼 남편과 슈퍼우먼 아내가 함께 늙을 가능성_임혜지 76 살아보고 다시 계약하면 안 될까?_안건모 88 결혼은 복불복이다_권인숙 102 사소하고 유치한, 그러나 결정적일 수 있는_오진희 112 세 번째 이야기 그래도 결혼할 당신에게 배우자를 마트의 고객처럼_박금선 126 숙성되지 못하면 사랑도 쉰다_곽병찬 136 아내라는 이름의 하느님_김종락 150 매 순간 2퍼센트 더 행복해지는 비법_달마 ·162 네 번째 이야기 마법이 풀릴 때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깊은 무의식까지 함께 나누는 관계_김서령 180 지금 사랑하고 오래 연애하는 법_편해문 192 불완전한 자아가 완전을 꿈꾸는 유일한 방법_이안수 204 우리는 모두 상처받은 존재들_강수돌 216

Description

우리는 결혼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라니? 그 질문을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이라도 된단 말인가, 하고 되묻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대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이다. 결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그 ‘간단치 않은 결혼’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결혼이라는 게 무엇인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꼭 결혼이어야만 하는지, 나에게 결혼은 잘 맞는 제도일지 등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이 사회는 권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결혼 안 하냐?”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듣지만, 결혼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내 인생에 어떻게 초대할지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어른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혼자 살 자신이 없어서’ ‘부모님의 성화에’ ‘밤이면 더 이상 헤어지기 싫은 그(그녀)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결혼을 결심하고, “검은 머리 파뿌리” 운운하는, 평생을 건 서약에 겁 없이 “네!”라고, 그것도 많은 증인들 앞에서 외치며 결혼식을 올린다. 이 책은 그렇게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그럼에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결혼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혹은 이미 결혼했으나 조금 더 행복해지길 원하는, 아직도 한 이불 속에서 서로 다른 결혼 생활을 꿈꾸는 부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결혼을 해본 기혼자 선배 열일곱 명이 “결혼 전, 혹은 결혼 후에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생각해 봐라, 그리고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던져보라”며 이야기 마당을 펼친 것이다. 이 책에 글을 얹은 필자라고 해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펼쳐놓은 이야기 마당에서 그간 어색해서, 사소해서, 굳이 부딪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상대를 잘 안다는 생각에, 그런 것쯤은 문제 안 된다는 ‘자만’에 묻고 싶지만 묻지 못한(않은) 질문이 있다면 이 책을 빌미삼아 맘껏 나눠보길 바라서 만든 것이다. 사실 질문의 가짓수는 중요하지 않다. 단 한 가지 약속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썩 괜찮은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서 갖고 있던 환상이나 자기 식대로 만든 상대의 이미지, 또는 결혼에 대한 동상이몽에서 빨리 깨어날 수 있다면,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눈 뜨고 바라볼 수 있다면, 그래서 제대로 사랑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다면 이 책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리라. 결혼, 그 달콤 쌉싸래한 현실 이 책을 위해 참 많은 이들에게 청탁을 했다. 그만큼 거절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인데, ‘바빠서’ 쓰기 어렵다는 필자도 있었지만, 또 아주 솔직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거절한 사람들도 있었다. “실은 별거중이에요. 이런 제가 후배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아내가 제 글을 본다고 상상하니 도저히 글 쓸 자신이 없네요.” “아내가 ‘당신은 그런 글 쓸 자격이 없다’면서 쓰지 말라고 하네요.” 자기 검열과 배우자의 검열(본인의 추측이지만)에 걸려 글을 쓰지 못하겠다고 고백한 사람들이 제법 됐다. 이혼 경험이 있는 어떤 이는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중이라 수락하기가 어려웠다, 너무나 실존적인 문제로 다가와서”라고 했으며, 누구는 결혼을 주제로 글을 쓰려니 “속 시끄러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다. 원고를 수락하고도 힘들어하는 필자들이 많은 걸 보면, “이 글을 쓰는 것이 모두들 자신의 결혼 생활만큼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쉽게 썼다면 최근 큰일을 겪고 뭔가 정리를 한 번 했거나……”라고 웃으며 말한 또 다른 필자의 얘기가 맞는 듯도 했다. 필자들이 원고 때문에 고민하고, 원고를 쓰면서 제일 의식하는 사람이 독자 이전에 자신의 배우자인 모습을 보면서 결혼이라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음을 새삼 실감했다. 여러 사람들이 남긴 결혼에 관한 글들을 봐도 그렇다. 버나드 쇼는 “결혼을 곧잘 복권에 비유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복권 중에는 맞는 복권도 있기 때문에”라는 말을 남겼고, 앙리 몬텔란은 “머리가 좋은 남편이란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머리가 좋은 남자라면 결혼을 안 할 테니까”라는 말을 했고, 시인 바이런은 “굉장한 적을 만났다. 아내다. 너 같은 적은 생전 처음이다”라는 ‘강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아내를 남편으로, 남편을 아내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리라.) 결혼에 관한 달콤하고 긍정적인 말들도 많겠지만, 쉬이 찾아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에 원고를 보내온 필자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임혜지는 “나는 이혼이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결혼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간의 가장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위력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믿지만, “단순히 제도와 타성에 의해 유지되는 결혼 생활이란 사랑에 대한 모독”(78p)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휘는 “가끔 ‘서로 등에 칼은 꽂지 말자’와 같은 말이 갱들의 세계에서 사용되는 말이 아니라, ‘결혼의 서약’에 나오는 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면서, “배우자가 등을 보이는 동안에 순간의 막말 한 번 잘 참아도 그것이 바로 비수를 꽂지 않는, ‘결혼의 서약’을 준수하는 훌륭한 행위가 될 것”(22p)이라고 조언했다. 곽병찬은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는 철석같이 믿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하다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사랑은 완전해도 사람은 완전하지 않다. 그런 사람이 꾸려가는 생활 또한 그렇다”(146p)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김서령은 “어떤 사람은 부부가 침대에 누워 있으면 둘이 누운 것이 아니라 양쪽의 부모를 합해 여섯 명이 함께 누운 것이라고 말하더라. 비장하지!”(190p)라고 적었다. 그래도 결혼할 당신에게 기혼자가 결혼에 관해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건 삶이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렇다고 삶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도 아닌 것처럼, 결혼이 주는 선물도 분명 있다. 이 책 속에 바로 그 선물들이 은밀하게 숨어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열일곱 명의 필자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삶의 통찰과 지혜, 그것들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힘든 상황들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처럼, 적을 사랑할 때 비로소 에고가 사라지는 것처럼 결혼이라고 하는 ‘통증’이 주는 깨달음은 그만큼 값지고 클 것이다. “하기에 따라 결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고양시켜 줄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158p)는 김종락의 글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어둠이 없이는 빛도 존재할 수 없음을 우리의 영혼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힘들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매순간 2퍼센트 더 행복해지는 비법이 담긴 달마의 글(162p)을 보시라.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세 가지 물음―“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지금 행복한가?”―을 부부가 던져본다는 임영신은 “결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살림과 가구가 아니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마음을 버리고 그곳에 새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맑은 비움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60p)이라는 조언과 함께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결혼을 두려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보탰다. 목수정은 “서로가 자유라는 선물을 최대한 선사할 때, 결혼은 사랑의 무덤도, 감옥도 아닌, 세상을 향해 마음껏 날아갈 수 있는 사랑의 활주로”(39p)라며, “열정이 예전 같지 않은 커플들이 애정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방법은 각자 서로에게서 자유로운 주말을 마련하는 일”(34p)이라는 구체적인 팁도 주고 있다. 〈무엇을 결혼시키고 무엇을 이혼시킬 것인가?〉라는 서윤영의 글(64p)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강수돌은 “자기 가정만 지키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