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첫 잔
우리는 늘 아쉬우니까
구월의 공덕동 막걸리
가을과 겨울 사이 포장마차
서로의 인생에 스미는
가난의 행복을 잊고 마신 술
시월의 청하
너니까 여기 같이 온 거야
우리 어제 어떻게 들어왔지?
안녕을 묻기 어려워진 사이
술자리 녹취록 #1
그때 우리 참 좋았었는데
십이월의 도꾸리
음주 일기
우리는 오랫동안 헤어져야 해
걷다 보니 택시도 잡지 못했다
이월의 청주
삼월의 포장 생맥주
오늘의 미련스러움
술자리 녹취록 #2
서로에게 닿으려 애를 쓰던 밤
여름이니까
그렇게 술만 마시면 속 버려요
염치없는 새 칫솔
가방에 팝콘이 왜 있어
혹시 내가 어제 귀걸이 한 짝 빼줬어요?
우리는 서로를 해결할 수 없고
팔월의 산미구엘
술자리 녹취록 #3
영원처럼 비틀거리는 우리
칠월의 마티니
당신의 술과 당신의 진심
내가 너 같고 네가 나 같아서
사월의 카스
유월의 청하
갈증이 가시질 않아서
망가지고 부족한 것들이 가장 행복하다
그래야 친구들이 또 오니까
나를 기다린 너에게
헤어진 건 난데 니가 왜 울어
우리 아직 어색하니까
국화꽃 위에 마지막 술잔을 뿌리고
술자리 녹취록 #4
취하지 않고서야
술 냄새, 살냄새
그냥 좋아서 좋아
아무리 생각해도 걔는 진짜 개새끼였어
봄날의 철길을 따라 걸었다
사랑할수록 조금씩 잃어버리는
상실의 뒷모습
술자리 녹취록 #5
얼굴들
당신의 얼굴을 천천히 보았다